평가 혁신하니, 교사도 성장하네

최대현 | 기사입력 2017/07/11 [14:52]
참교육실천
평가 혁신하니, 교사도 성장하네
일제식 평가 폐지가 대세… 성장평가로 수업까지 새롭게
최대현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17/07/11 [14:52]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일제식 평가 폐지가 대세… 성장평가로 수업까지 새롭게

 

"성장평가를 실시하고 난 뒤,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은 아이를 아이로 바라보고, 각각 다른 아이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이 부담을 갖지 않게 평가의 모습이 바뀌고, 부모가 걱정하지 않게 평가 후 피드백이 이뤄지고, 교사가 성장할 수 있게 수업의 형태도 변했다. 더 이상 평가에서 점수, 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리고 평가로 인해 불행해 좌절하는 학생들이 줄어들도록 아이들과 더불어 노력했다."
 

초등 성장평가제로 평가 방식을 바꾸고 1년을 아이들과 지낸 전북 전주지곡초등학교 유승재 교사가 지난 해 11월 열린 '초등 성장평가 나눔의 날'에서 한 말이다. 평가 방식을 혁신하고서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알 수 있다.

 


초등 성장평가제 1년, 교사의 변화
 

전북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초등학교의 평가 방식으로 '참학력 신장을 위한 초등 성장평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여기서 참학력은 "스스로 배우고, 새롭게 생각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힘"이라고 전북교육청은 설명한다.
 

초등 성장평가의 핵심은 '줄 세우기'식인 일제식 평가를 폐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북 거의 모든 초등학교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폐지하고 있다. 전북교육정책연구소가 지난 1월 발표한 초등 성장평가 현장 적용 실태 분석보고서를 보면 초등학교 교사 1081명 가운데 98%인 1059명이 성장평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가운데 915명(86.4%)이 '일제식 평가를 폐지했다'고 밝혔다.
 

이를 대체한 것은 '교사별 평가'다. 전북교육청은 "교과별 성격과 특성에 맞게 교사별로 다양한 평가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학교는 학교구성원의 협의로 교육과정 편성할 때 평가 시기와 방법, 횟수 등을 교사들이 각자 평가 계획을 수립한다.
 

유 교사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잘 관찰해 기초학습능력이나 기본생활습관, 교우관계, 의사소통 등 학생의 모든 측면에서 이전보다 나아진 면을 찾아보는 것을 나름대로 성장평가로 설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평가 방식에 맞게 교육과정 속의 정규 수업 시간 안에서 담임과 학생 사이에서 이뤄지는 학습 활동을 평가의 핵심으로 했다"고 말했다.
 

평가 방식이 달라지니, 평가에 맞춘 수업이 아닌 수업에 맞춘 평가가 가능해 졌다. 평가 혁신으로 교육과정에 따른 수업이 예전보다 자유로워진 셈이다.
 

이옥형 전북 삼례중앙초 교사는 "성장평가 철학의 핵심은 평가보다 성장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라며 "새로운 평가나 통지방법이 아니라 교사가 수업에서 아이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그것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노력이다. 결국 아이의 성장을 돕는 수업"이라고 말했다.
 

2014년부터 초등 행복성장평가를 시행하는 강원의 초등학교 교사들도 이 평가 방식에 공감대와 만족도가 높다. 강원교육연구원이 지난 해 펴낸 '초등학교 행복성장평가제 운영 실태 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초등교사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생들의 협력활동 중심(3.73), 수업 과정에서 이뤄지는 수행평가 위주 평가(4.02), 평가가 교사별 평가방식으로 시행돼야 한다(3.97), '평가의 계획, 실행, 기록 및 통지의 과정에서 교사의 평가권 보장'(3.97)(이상 5점 매우 그렇게 기준) 등으로 만족도가 비교적 높게 나왔다.
 

강원교육청은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중학교까지 확대하고 있다. 올해부터 중학교에도 배움성장평가제를 적용한 것이다.
 

강원교육청의 운영 계획을 보면 학생의 참여와 협력 수업을 하면서 과정 중심으로 평가를 실시하고 수행평가 반영 비율을 40%이상 반영할 것을 권장했다. 모든 교과의 수행평가는 100% 반영이 가능하다. 또, 자유학기제 학년인 1학년은 일제식 정기고사를 실시하지 않고 2~3학년의 경우에도 정기고사의 횟수와 반영비율을 축소하도록 했다.

12곳 교육청, 일제식 평가 폐지
 

무엇보다 교사의 평가권을 존중하기 위해 평가 관행을 개선하고 있다. 출제문항수와 난이도 배치 비율, 난이도와 배점 연계 등을 교사가 교과내용의 특성과 성취기준에 따라 정하도록 했다. 평가방법과 난이도, 서술형·논술형 문항수에 따라 시험시간도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강원교육청은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평가를 만들고 교사별 평가에 기초한 학교현장이 평가방법 개선 분위기를 확산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 교육청뿐 아니라 평가 방식을 혁신하려는 움직임은 다른 시·도교육청에서도 나타난다. 서울과 경남, 부산 등 일제식 정기 지필평가를 폐지했거나 현재 폐지 예정인 곳이 17곳 교육청 가운데 12곳에 이른다. '평가 혁신이 대세'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도 '초·중학교 일제고사 폐지'와 '중학교 교사별 평가·절대평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북과 강원교육청의 사례를 볼 때 공약을 교육정책으로 현실화해 전국에 적용해야 한다는 교육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기사 좋아요
ⓒ 교육희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PHOTO News
메인사진
[만화] 쉴 땐 쉬어요
메인사진
[만화] 돌고 도는 학교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