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고] 자사고 진학 제자가 전한 '고통'

김성보 · 서울 용곡중 | 기사입력 2017/06/27 [17:00]
참교육실천
[기 고] 자사고 진학 제자가 전한 '고통'
김성보 · 서울 용곡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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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6/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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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의 출범 이후 서울과 경기 교육감이 공개적으로 자사고, 외고 폐지 경로를 발표했고, 자사고 법인측이 반발하면서 사회적 논쟁이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사고' 등 특권학교 폐지는 공교육 현장에선 별 논쟁거리가 안 된다. 시기와 절차만이 문제가 될 뿐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켜 온 특권학교들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일반학교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사고의 존재 근거는 MB정권의 '고교 다양성 정책'이며, 실험적으로 예외적 교육과정 운영을 보장해왔다. 그런데 운영 보장 기간인 5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자사고가 학벌 경쟁을 강화시키고 일반고를 슬럼화시키는 주범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2014년 조희연 서울교육감을 비롯해 일부 교육감들의 자사고 지정기간 만료 결정은 박근혜 정권의 방해로 번복되거나 유예되었다. 박근혜 정권이 탄핵 당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 선 이 때, 특권학교들을 일반학교로 전환하겠다는 정책 시행은 너무나 당연하다.
 

사학법인과 자사고 학부모들이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그 학교들이 '특권'을 누려왔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사학법인은 일반고로 전환하면 학교운영비를 국고로 지원받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더 많은 교육투자를 할 수 있다. 일반고 전환 결정이 나더라도 재학생의 경우는 졸업 때까지 자사고 재학를 보장받기 때문에 피해가 없다. 그런데도 법인과 학부모가 일반고 전환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학법인이 교육투자를 늘리기는커녕 학부모의 호주머니 돈이나 노리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특권학교의 지위가 특권층 학연으로 이어지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학법인들이 특권학교를 지키기 위해 사회의 특권층이 되어 있는 동문들에게 호소하겠다는 식으로 서명운동을 하는 것을 보면 그 뻔뻔함에 치가 떨린다.
 

자사고는 순진한 제자들을 경쟁의 노예로 길러내고 있기 때문에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 자사고는 '다양성'을 위해 보장된 학생 선발권과 교육과정편성 자율권을 이용해 학교를 입시학원처럼 만들어버렸고, 법인의 교육전입금은 별로 늘리지 않고 학부모의 고액 납부금에 의존함으로써 부유층의 자녀 위주로 진입 장벽을 만들었다. 특목고를 진학하고 싶어도 비싼 교육비 때문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 정책은 폐지되어야 한다.(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 비율을 강제로 할당하는 것은 고육지책이지만, 그 마저도 지원자가 적어 미달인 경우가 많다.) 
 

중학교 교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학교에서 성실하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결국 경쟁의 실패자로 만드는 것이 자사고의 본질적인 문제다. 모 자사고에 진학했던 제자 한 명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주기적으로 전화를 하며 극심한 경쟁의 고통을 호소했다. 대입을 앞두고는 일반고에 있는 중학교 때 친구(수시모집으로 진학 대학 결정)와 자신을 비교하며 세상의 불공정함을 비관하기도 했다. 불성실한 그 친구가 자신보다 더 좋은(?) 대학에 진학했다는 것이다. 성실하고 예의바르며 친구들을 잘 배려했던 아이가 3년 동안 자사고에서 시달리며 승자 독식의 경쟁체제를 '공정'한 규칙으로 받아들여 버린 것이다.
 

서열화 경쟁은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시키고, 사회적 소수자를 패배자로 낙인찍으며, 배려와 협력과 인권과 복지를 불공정한 것으로 간주하게 만든다. 자사고 등 특권학교는 다양성 교육과 정반대에 있다. 초중고의 서열 경쟁을 강화시켜 정상적인 교육을 파괴하는 주범이며, 고교등급제 등 대학의 서열화에도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을 경쟁교육의 모르모트로 방치하지 말고, 지금 당장 자사고 등 특권학교를 일반학교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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