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첫 교육부장관이 임명되기 전부터 교육개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경기도교육감으로 재직하면서 진보적인 교육정책으로 혁신을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이력 때문에 김 후보자가 정부의 교육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문정부 교육정책 성공 이끌까
김 후보자가 이달 말 인사청문회 관문을 통과하면 곧바로 교육계 안팎에서 찬반 논쟁이 뜨거웠던 과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한 달여 만에 폐지 결정을 내린 학업성취도 평가에 이어 자사고·외고 폐지, 수능 절대평가 전환, 교원 성과급 폐지 등이 주요 관심사다. 폐지 여론이 우세했던 학업성취도 평가와 달리 정부가 내놓은 고육공약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개혁 작업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교육부장관에 내정된 직후 입장을 내고 교육복지와 교육의 국가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아이는 우리아이이며, 교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교육복지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누리과정 정부 부담 확대', '고교 서열화 해소', '입시 사학비리 근절', '학력·출신학교 차별 철폐' 등이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을 반영한 교육공약이다.
일부 과제는 벌써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 '누리과정 정부 부담 확대'는 이미 교육부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에서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어린이집 누리과정뿐만 아니라 1조 8500억 원 수준인 유치원 예산까지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의견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도교육청은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교부율도 현행 내국세 20.27%에서 최소 25.27%로 5%포인트 올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제고사' 폐지 역시 문 대통령 취임 한 달여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교육부는 지난 20일 학업성취도 평가 시험을 일주일 앞두고 9년 동안 전수조사 방식으로 시행한 방식을 표집방식으로 바꿨다. 급박하게 방식을 바꾼 탓에 이번에는 표집학교 이외에는 각 시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올해 '표집 확대'를 두고 잡음이 일어난 만큼 내년부터 적용되는 표집전환에 대비해 표집규모와 기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임 교육부장관의 첫 시험대는 '외고·자사고 폐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복잡한 고교 체제 단순화'를 공약으로 제시해 고교 서열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외고·자사고 폐지를 포함한 대대적인 고교 체제 개편은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강조해 온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슬로건을 교육 분야에서 실현해 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경기교육감과 서울교육감이 외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도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리는 한 요인이다. 다만 이해당사자인 자사고와 자사고 학부모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다.
교원 성과급 폐지 대상
신자유주의를 교원정책에 그대로 도입해 반발을 샀던 교원 성과급도 개혁의 대상이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이미 폐기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 앞서 비슷한 취지로 도입됐지만 부작용을 낳고 있는 교원 성과급제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원 성과급은 양대 교원 단체인 전교조와 교총이 폐지에 찬성하고 있고, 여기에 진보교육감들도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교총은 지난 20일 낸 성명에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 결정은 학교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서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이유로 처음으로 폐지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며 "이들 기관보다 공공성이 높고 성과 측정이 불가능해 문제점이 드러난 교원 차등성과급제를 폐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대입제도 단순화, 고교학점제 등의 공약을 놓고 복잡한 입시 제도를 어디서부터 풀어갈지도 주목된다. 교육부 기능 개편과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추진 등도 교육부의 내부 반발로 험로가 예상된다.
이현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은 "정부의 교육공약은 한국의 교육현실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여기에 기초한 유기적인 개혁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지난 시기에 쟁점이 됐던 사안에 대한 개별적 처방을 모아 놓은 느낌이 강하다"고 평가한 뒤 "앞으로 추진해야할 교육개혁에 대한 설계도를 처음부터 다시 그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이 과정은 교육주체들과 충분한 소통과 협력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