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강좌]대학 입시의 진짜(?) 진실

이현 ·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 기사입력 2017/06/09 [18:26]
재미in
재미켜다
[교양강좌]대학 입시의 진짜(?) 진실
교사들이 들려주는 교양강좌 - 25
이현 ·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17/06/09 [18:26]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교사들이 들려주는 교양강좌 - 25

 

▲ 매년 수능날엔 입시경쟁 희생 학생추모와 수능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EBS <다큐프라임>에서 '대학입시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6부작 다큐가 최근에 방영되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 다큐는 가정환경의 차이와 학교의 차이(특목고-자사고-일반고 등)가 대학입시에서 어떻게 불평등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추적하고 있다. 비판의 표적이 되는 것은 학생부 종합 전형이다. 학생부 종합 전형에 유리한 스펙을 준비하는데 사교육비 지불이 가능한 부유한 학부모의 자녀가, 특목고와 자사고 등 특권학교 학생이, 그리고 다양한 자원과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수도권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학생부 종합 전형은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입시전형으로 규정된다. 학부모와 교사의 설문조사 결과,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근거로 수능의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EBS <다큐프라임> 팩트-체크

 

과연 학생부 종합 전형이 수능 전형보다 더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할까?

 제시된 <표1>과 <표2>는 지난 3월 30일 경희대에서 개최된 입시토론에서 연대, 고대, 성대, 서강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 10개의 입시결과를 종합하여 발표한 자료이다. <표1>을 보편 학생부 교과 전형이 일반고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수능 전형이 가장 불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일반고 출신의 논술 전형 합격자의 비율이 높다. 하지만 <표2>를 보면 이는 일반고 효과가 아니라 사교육 효과임을 알 수 있다. 수도권 학생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사교육 효과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술 다음으로는 수능이 사교육 효과를 크게 받음을 알 수 있다. 위의 데이터는 수능 전형이 학생부 종합 전형보다 결코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학생부 종합 전형을 수능 전형으로 전환하면 입시 불평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다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거짓이다. 

 

수능 지배로부터 초중등 교육 해방을

 

대학입시 문제는 매우 복잡한 함수이다. 따라서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해야 샛길로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입시개혁의 최우선 목표는 초중등 교육 정상화여야 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계층 간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1980년 7.30조치로 학력고사가 도입된 이래, 한국의 교육은 국가표준화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교육으로 전락하였다. 학교 교육은 객관식 문제 중심의 국가표준화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주입식 수업과 암기-반복적 문제풀이 중심의 학습으로 일관하였고 영수 몰입교육은 계속 확대되었다. 학교 교육에서 학생의 배움과 성장은 제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일시에 같은 시험문제를 풀기 때문에 가장 공정하다는 국가표준화 시험에 대한 신화가 오랫동안 교육을 지배해왔다. EBS 다큐는 이 신화를 다시 확산시키기 위해 주문을 외우고 있다. 하지만 국가표준화 입시는 우리 교육을 망쳐왔던 주범이며 수능으로부터 초중등 교육을 해방시키는 것이야말로 우리 교육을 살리기 위한 첫 걸음이다. 

 

학생부 교과인가? 학생부 종합인가?

 

만약 교육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전과목 5단계 절대평가 도입'과 '수능 과목을 고교 1학년 공통 과목으로 제한하여 실시하고 시기는 2학년 1학기 이내로 하는 방안'이 현실화되면 사실 수능 독자 전형은 불가능해진다. 

 

이제 남은 것은 학생부 중심 전형이다. EBS 다큐에서 드러나듯이 학생부 종합 전형에 대한 학부모-학생들의 불만이 꽤 높게 나타난다. 스펙 준비의 어려움, 예측불가능성에 대한 불안, 공정성에 대한 의심, 복잡한 전형 방식에 대한 불만 등. 다큐에는 한국의 학생부와 외국의 학생부를 비교하는 내용이 나온다. 분명 한국의 학생부는 비정상적이다. 학교생활기록인데 개인적인 독서활동, 봉사활동까지 온갖 것을 기록한다. 프랑스 교사가 교과와 관련 없는 기록이 너무 많은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수능으로부터 학교 교육이 해방되면 수업과 평가 혁신이 가능해진다. 내신 성적 산출이 지금과 같은 지필평가 중심이 아니라 다양한 과정-활동평가로 확대될 수 있다면 학생부 종합의 장점을 학생부 교과 평가로 흡수할 수 있다. 점차 학생부 교과와 종합 전형을 교과 전형 중심으로 통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학생부는 교과평가와 종합의견을 중심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대입 자격고사가 대전제

 

<표3>에서 볼 수 있듯이 학생부 중심 전형으로 학생들을 선발해도 대학들이 인재를 뽑거나 학생을 교육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오히려 학생부 중심 전형 학생들이 대학교육에 더 잘 적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수능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학생부 중심 전형을 일반화시킨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동료 간의 내신경쟁, 내신에 실패한 학생들의 패자부활전의 기회 부족 등 여전히 심각한 난제들이 존재한다. 대학서열체제 해소를 통해 공동선발-공동학위 제도를 도입하고 대학입학자격고사를 실시하기 전까지 완벽한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당장, 수능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학생부 중심 전형을 확대하는 것이 매우 교육적이고, 매우 정의롭다는 사실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사 좋아요
ⓒ 교육희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PHOTO News
메인사진
[만화] 쉴 땐 쉬어요
메인사진
[만화] 돌고 도는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