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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기사 쓰기] 스승의 날, 노동을 가르치는 학교를 꿈꾸다
 
조종현 · 충북 청주농업고 기사입력  2017/05/16 [17:13]

지난 1월 채 피지도 못한 젊은 영혼이 우리 곁을 떠났다.
 

고인이 남긴 마지막 문자에, 우리 사회와 교육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일명 취업)생이었던 고인의 죽음은 매우 충격적이었지만,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특성화 고등학교 현장 실습생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사고는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이 제도와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 교육부도, 교육청도, 학교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행한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취업률로 시도교육청을 평가하고, 시도교육청은 학교의 취업률로 특성화 고등학교 관리자에 대한 성과를 평가한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특성화 고등학교의 관리자들은 3학년 담임들과 업무 담당자들을 쥐어 짤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학생 중심 교육은 온데간데없고, 현장 교사들은 '무력한 공범자'인 스스로가 부끄럽고, 부끄럽게 여기는 시절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최근에 특성화 고등학교 현장실습에 대한 다양한 변화와 개선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새로운 정부는 이와 같은 현장의 목소리를 즉각 반영하고,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이 더 이상 '경쟁의 수단'이 아닌 '교육의 목표'로 자리매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성화 고등학교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꿈과 진로 선택마저 간섭받고 강요당하는 것은 적폐 중의 적폐이다. 새 대통령이 약속한 교육혁명의 시작은 바로 여기서부터이다.
 

한편 교사들 스스로가 새로운 다짐을 해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
 

바로 학교 현장에서 '노동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것은 '사장되기', 'Be the CEO 대회', '성공한 창업가 비전 발표회' 등 사용자(자본가)만을 동경하고 흠모하게 만드는 친기업적 정서로 구부러진 교육현장을 바로 잡기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이다. 특성화 고등학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교에서 '노동'은 '천하고, 비루하고, 가난하고, 힘든 것'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의 절대 다수가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될 것이 자명함에도, 우리는 아직도 스스로의 존재를 배반하는 교육을 하고 있으며, 이것을 매우 당연하게 여기는 곳이 바로 학교이다.
 

교육 내용과 더불어서, 교사들 스스로가 '노동의 존귀함'을 각성하고 있지 못한 것도 불행한 시절의 중요한 원인이다.
 

권위적인 학교 문화와 근무 환경은 '순응하고 복종하는 교사'를 양산하고, 이와 같은 권력 관계는 고스란히 교실로 옮아간다.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노동은 찾아볼 수 없고, 보신과 안위의 관행이 대세가 된다.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데 주저하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노동권과 교육권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는 노릇이다.
 

노동자 교사가 미래 노동자인 학생들에게 '노동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특성화 고등학교를 비롯한 우리 나라의 학교 현장에서는 아직도 요원한 일이다. 산업체 파견 현장 실습생 제자가 "힘들어요 선생님,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요 선생님"이라고 간절한 문자를, 목소리를 전해도 '무력한 공범자인 교사'들은 '조금만 참아, 직장 생활이 원래 그래'라는 무기력한 답변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정부와 교육청의 강압적 성과 요구뿐만 아니라 교사들 스스로가 순종적인 근로자로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되물어본다.
 

스승의 날을 맞아 김영란법 운운하며 학교 현장의 살풍경을 못마땅해 하는 못난 교사들이 더러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러나 올해에도 정 많고 어여쁜 나의 노동자 제자들은 야간 노동을 마치고, 또는 하루 연차를 내고서 음료수 한 박스를 정성스레 들고 못난 선생님을 잊지 않고 찾아 주는 날이다. 특성화고 교사들이 누리는 보람 중의 으뜸이며, 가장 큰 선물이다.
 

제자들의 땀 냄새 가득한 선물도 고맙지만, 5월은 가르침이 행복한 교사가 노동의 아름다움을 절절히 가르칠 수 있는 교육 현장이라는 선물을 받고 싶은 계절이다.
 

교사는 노동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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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5/16 [17:13]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