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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답장을 기다리는 아이들
 
이윤미 · 전북 이리동산초 기사입력  2017/05/16 [17:01]
▲  학생들은 대선 후보자의 공약을 분석한 뒤 스스로 대통령 후보가 되어 공약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5월 9일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이리 동산초 5학년 선생님들은 '촛불로 일으킨 민주주의' 수업을 함께 만들었다. 지난 해 촛불집회가 만들어낸 역사적 성과를 아이들과 공유하고 싶었고 투표의 소중함과 더불어 민주주의의 소중함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기회로 삼으려 했다.
 

수업은 다섯 가지 소주제를 정해 진행했다. 첫 수업 주제인 '조용한 외침'은 촛불집회의 역사와 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 민주주의, 평등의 가치는 시민들의 자랑스러운 외침과 투쟁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이어진 대한민국의 현실이 슬프기도 하지만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고 공정한 나라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소중한 기회가 된 시간이라 말해주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이루어낸 민주주의의 역사를 간략하게 알아본 '민주화 순례' 수업에서는 민주화 과정에서 일어난 4·19 혁명, 5·18, 6·10 민주화 항쟁 등 굵직한 사건에 대해 함께 이야기했다. 5학년 사회과 성취 기준에는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생활 속에서 참여와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태도를 갖는다'고 되어있지만 현대사를 아직 배우지 않은 5학년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내용이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이 같은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고 실제 수업도 교사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4·19 수업에서 아이들이 흥미를 느낀 것은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알리는 음성이었고 역사 속 사건들이 영상으로 남아있다는 것에 호기심을 보였다. 6월 항쟁 결과 대통령 직선제를 이루어냈다는 말에 아이들은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기 시작한 시기가 그리 오래 전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세 가지 굵직한 사건을 짧은 시간에 배우다 보니 아이들이 각 사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헷갈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현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들이 있었는지 어렴풋이 깨닫고 있다는 점이었다. 
 

'장미 대선' 수업에서 대선 후보자들의 공약을 분석하고 학생 스스로 공약을 만들어 봄으로써 민주시민의 주체적 역할을 간접 경험해 보았다. 아이들은 집에서 미리 가져온 공보지를 살펴보고 후보별로 마음에 드는 공약을 오려 붙이며 공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 스스로 대통령 후보가 되어 직접 공약을 만들고 모의투표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라고 은근 무시했던 것 같아 미안했다.
 

마지막 '아름다운 선거' 수업에서는 선거 참여 UCC만들기, 당선된 대통령에게 편지 쓰기, 부모님과 함께 투표소에 간 뒤 투표 인증샷을 찍어 각 학급 SNS에 올리기 등의 활동을 했다. 선거 다음날인 5월 10일에 우리학교 125명의 아이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고, 11일 청와대 비서실로 직접 보냈다.
 

아이들은 혹시 대통령님으로부터 답장이 올지도 모른다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있는 눈치다. 수업도 선거도 끝났지만 아이들의 관심은 끝나지 않았다. 뉴스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에 관심을 갖고 학교에 오면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작은 토대를 마련했다는 생각에 보람이 느껴진다. 학부모들 또한 투표 인증샷 올리기에 적극 협조하면서 삶과 연결되는 수업에 감사 인사를 보내오기도 했다. 촛불로 일으킨 민주주의 수업. 보다 정의롭고 민주적인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학생, 교사, 학부모의 열망이 한데 어우러져 함께 만들어간 멋진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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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5/16 [17:01]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