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 학교이야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잡무·교권침해 못 막는 교원지위법
교사 교육권 보장 실태와 대안 마련 의견 조사 결과
 
강성란 기자 기사입력  2017/05/16 [16:50]
 © 일러스트 · 정평한

 

교사 10명 중 8명이 공문처리 등 행정업무로 인해 수업 준비와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 행정 업무가 교사의 교육권 침해 주범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와 시도교육청은 교권 침해가 발생할 경우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것이 교권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는 10명 중 3명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의 교육활동 침해 주범 '과다한 행정 업무'
 

전교조 참교육연구소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교육권 보장 실태와 법·제도 대안 마련을 위한 교사 의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의견조사는 지난 달 17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유, 초, 중, 고교 교사 146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신뢰도 95%, 오차범위 ±2.6%).
 

설문에 답한 교사들은 행정 업무로 인해 '수업 준비를 하기 어렵고(83.7%)', '학생 생활지도와 상담을 진행할 여유가 없으며(87.3%)', '학생들이 수행한 과제를 평가할 시간이 부족하다(79.8%)'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업무로 인한 교육활동 방해 실태를 묻자 '교육부와 교육청의 공문과 보고 요구'를 꼽은 응답자는 89.0%에 달했다. 시도교육청은 물론 교육부까지 교원업무정상화를 위한 업무 경감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학교 현장의 체감도는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참교육연구소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학교에 업무를 하달하고 이를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들의 협의와 논의를 통한 업무 시행을 지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응답자들은 '전시성 행사(85.8%)', '각종 장부와 회계처리 업무(83.8%)' 등을 교육활동의 방해 요인으로 꼽았다.
 

전교조 참교육연구소는 '생활기록부(neis) 입력'을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정 업무로 꼽은 교사 비율이 59.5%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교사 중 담임 비율인 60%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각종 체험활동 누가 기록, 방과 후 활동, 각종 행사와 학생의 개인적 활동까지 지나치게 세세하게 기록하도록 강요받는 현실에 대한 어려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참교육연구소는 "생기부에서 교과 평가 이외의 활동과 평가 항목은 대부분 폐지하고 반드시 기록해야 할 특별한 내용이 있으면 학생에 대한 종합의견란에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새 정부에서는 교사들이 본연의 임무인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명무실 교육활동보호법에 우는 교사들
 

스승의 날만 되면 연례 행사처럼 교권침해 관련 사례가 발표되고 있지만 이 같은 내용이 실제 학교에 도움을 주는 방식의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교권침해에 대한 여론의 문제제기로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이 '교원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으로 개정된 지 1년 남짓 지났다. 하지만 이 법이 교육활동 보호에 기여했느냐는 물음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8.0%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48.6%)', '변한 게 없다(37.7%)'고 답한 교사들이 86.3%에 달해 학교 현장에서 이 법의 영향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학교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활동과 교권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교사는 28.6%에 불과했다. 교권침해 사실을 관리자에게 통지했을 때 교권보호를 위해 관리자가 적극 대처한다고 느끼는 교사들 역시 응답자의 3분의 1 수준인 37.2%에 그쳤다.
 

반면 '시도교육청과 학교장이 민원에 민감하게 반응해 교권보호에 소극적(54.5%)'이고, '학생의 학칙 위반이나 교권 침해가 분명함에도 학부모의 민원제기 우려로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63.7%)'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권침해를 당했을 때 '교육청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감은 14.0%에 불과했다.
 
교권침해 1만 4634건, 시도 교권보호위원회는 44건
 

2013년 교권보호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2016년 상반기까지 교육부에 보고된 교권침해 사건은 1만 4634건이지만 이 기간 전국 시도교육청의 교권보호위원회가 심의한 교권침해 사건은 44건에 불과하다. 대구, 대전, 울산 등 7개 시도교육청은 3년 동안 한 건의 교권침해 사건도 심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자료는 교권침해를 당했을 때 시도교육청이나 학교 관리자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는 '답변'의 원인이 어디에 근거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응답자의 절반에 달하는 44.5%의 교사들이 '폭언, 폭행, 성희롱 등 교권침해를 당했을 때도 관리자, 동료교사의 부당한 요구나 여론에 의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교육 활동 중 심각한 교권침해를 당했을 때 피해교사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가 있다'고 답한 교사도 20.1%에 불과했다.
 


교사의 교육권 보호 위한 법 정비 시급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교사 10명 중 9명은 교사의 실질적 교육권 보호를 위해 관련 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교사 92.0%는 '교사의 교육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교육 관련 법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법에 명시할 항목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사의 인격을 침해한 학생에 대해 즉각적 제재 조치나 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구체적 권한을 부여(93.6%)'하고 '교권의 내용과 교권침해의 구체적 사례, 예방과 대처 과정 등을 학생, 학부모와 협의를 통해 학교규정에 명기(90.8%)'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피해 교원에 대한 지원 명문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교권 피해 교원에 대해 병가가 아닌 공무상병가로 처리하고 상담 및 치료 비용을 국가가 지원(93.0%)'하고,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가 수업 부담을 갖지 않도록 교육청이 즉각 대체 교사를 투입(90.7%)' 하자는 요구가 이어졌다. 실제 2013년부터 지난 해 상반기까지 교육부에 보고된 교권침해사건 피해 교원 조치 사항을 살펴보면 2388명의 교사 중 77.1%인 1842명이 교권침해를 당한 뒤 비정기 전보 조치가 내려졌다. 예정하지 않은 비정기 전보는 학생 또는 학부모로부터 피해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겠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거지를 이동하는 등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이중 피해라는 목소리가 높다.
 

교권침해로 인한 휴가는 공무상 병가로 처리해야했음에도 개인적 사유에 해당하는 연가(29), 일반 병가(424), 일반 휴직(14)로 처리되는 경우가 467건으로 79건인 공가(2)와 공무상 병가(77)의 6배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생기부 작성, 학생 평가, 수업 중 교사 인격 침해 등 교육활동 과정에서 일어나는 교권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은 물론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들에 대한 상담 및 치료 지원 역시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7/05/16 [16:50]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