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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의 징계권은 ‘엿장수 맘대로’?
법인 측 사람은 솜방망이처분 vs 공익제보자에게는 보복성 징계 남발
 
김형태 기사입력  2017/05/12 [14:03]

동구마케팅고 이 아무개 행정실장은 학교 공금을 빼돌렸다가 2011년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퇴직하지 않고 계속 근무했다. 교직원이 항소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연 퇴직시켜야 하고 급여도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어긴 것. 이에 안종훈 교사는 이 실장이 인건비를 부당 지급받고 있다며 서울시교육청에 공익제보했다. 시교육청은 동구학원에 대한 두 차례 감사를 통해, 제보 내용을 포함해 17건의 비위사실을 적발했다. 배임수재, 업무상 횡령으로 법원판결을 받은 행정실장에 대해서는 당연퇴직 처분을 요청했고 이사장의 임원 승인 취소와 학교장에 대한 파면, 교감에 대한 강등 처분을 명령했다. 그러나 동구학원은 교육청의 요구를 보란 듯이 무시했다. 교장, 교감은 건재했고, 퇴직시키라는 행정실장도 퇴직시키지 않고 오히려 안 교사를 내부고발자로 지목해 파면했다. 안 교사는 지난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 파면과, 직위해제 9개월, 수업과 업무배제 10개월 등 온갖 고초를 겪었다.

 

하나고 전경원 교사는 지난 2015년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하나금융이 설립한 하나고가 신입생 선발 시 남학생을 더 많이 뽑기 위해 입학 지원자 성적을 고의로 조작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감사를 통해, 하나고가 약 90명의 학생을 부정한 심사로 합격시킨 것과 고위공직자 자녀의 학교폭력 은폐 등을 확인했다. 시교육청은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교장과 교감의 파면을 요구했다. 그러나 하나학원은 비위 조사를 받고 있는 교원은 조사가 완료된 이후 퇴임시켜야 한다는 교육청 공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아무개 교장을 징계 없이 퇴임할 수 있도록 친절을 베풀었고, 정 아무개 교감은 오히려 교장직무대행으로 승진시켰다. 반대로 교육자적 양심으로 성적 비리를 알린 전 교사에 대해서는 담임배제, 수업사찰 등 교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더니, 끝내 징계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10월 해임했다. 누가 봐도 보복성 징계였다.

 

전북 김제 한 사립고의 유 아무개 행정실장은 설립자 겸 이사장의 아들이다. 그는 과거 4차례의 음주운전 전과가 있었다. 그런데도 지난해 5월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러나 학교 측은 행정실장을 병가 및 질병휴직 처리하고, 조직적인 은폐와 허위보고로 1400만원에 가까운 급여를 부당 수령했다. 이에 전북교육청은 감사를 통해 허위 질병휴직 은폐 및 성실의무 위반으로 서 아무개 교장에 대해 해임을 요구하는 등 관계자들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했다. 그러나 법인은 교장에게는 견책, 정직이 요구된 행정6급 주 아무개 씨와 법인과장 김 아무개 씨에게는 불문경고, 감봉이 요구된 법인이사회 업무담당 정 아무개 씨에게 불문경고 등의 솜방망이처분을 했다. 이에 도교육청은 징계의결 재심의를 요구했지만 해당 학교법인은 이전과 동일한 재심의 결과를 교육청에 제출했다.

 

이와 같은 기가 막힌 일이 21세기 대한민국 대명천지, 이른바 교육기관인 학교라는 공간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공립학교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일부 사학들이 징계위원회를 악용해, 사학법인 관계자나 학교 측 사람에게는 '제식구 감싸기' 차원의 면죄부 또는 솜방망이 처분하고, 그러나 바른말 쓴 소리하는 교사나 공익제보자에게는 잔인하고 치졸한 보복성 징계를 남발하고 있어 국민적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하나고 관련 기자회견     ©김형태

 

부정 저질러도 충성한 사람은 징계당할 일 없고, 올바른 행동했어도 밉보이면 쫓겨나

 

사립교사인 권종현 교육희망넷 운영위원은 사학법상 징계의결 요구권은 이사회가 갖는다고 말문을 연 뒤 쉽게 말해 기소 독점권을 이사장이 행사하는 것인데, 판결을 할 징계위원회를 법인 이사회가 구성한다. 즉 이사장이 징계를 요구하고 판결도 하는 셈이라며 현 사학법의 맹점을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큰 부정을 저질러도 이사장에게 충성한 사람은 징계당할 일이 없고, 반대로 정의로운 행동을 했어도 이사장에게 밉보이면 살아남기가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런 사례를 수없이 보았다이런 구조를 묵인하면서 어떻게 사립학교 민주화가 가능한가?”라고 혀를 끌끌 찼다.

 

교육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고 공공재이며 따라서 사학도 치외법권적 성역이 아니다. 엄연히 3권이 분립 국가임에도 사학 징계위는 엿장수 맘대로라는 말처럼 사학법인에게는 자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고무줄 징계를 할 수 있는 사법적 권한까지 부여하고 있기에 이런 악행이 가능하다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는 여론이 커졌다.

 

일부 부패사학들이 보복성 징계를 남발하거나 교육청의 정당한 처분을 무시하는 것은 사학운영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겠지만, ‘사립학교법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 상 사학법인들의 보복성 징계를 막을 뾰족한 방법도 없고, 교육청의 정당한 징계 요구를 거부해도 교육청은 별 압박 수단이나 강제할 방법이 없다. 물론 재정지원을 끊거나 학급 수 감축 등의 행재정적 불이익 조치를 취할 수는 있지만, 그러나 이것도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지기에 쉽게 쓸 수 없다는 결정적 맹점이 있다. 결국 일부 사학들은 학생과 교육을 볼모로, 또한 이런 사립학교법의 맹점을 교묘히 이용해 교육청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거나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런 사례는 전국적으로 부지기수다.

 

사학 징계위에 내부 교원 및 법인 이사만 임명이 가능토록 돼 있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지적과, 사학 징계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높여달라는 요구에 교육부는 2015년 사학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사립학교 징계위원회에 외부위원을 포함시키는 사학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 개정안에 따라 사학 징계위는 전체 위원의 3분의 1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 1명 이상의 외부위원을 반드시 위촉하도록 바뀌었다.

 

당시 교육부는 이번 법률 개정으로 사학에서도 엄정하고 투명한 징계가 이루어질 수 있는 법적 기반이 갖춰져 무관용 원칙이 확립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큰 소리쳤으나, 큰 성과가 없었다. 한발 후퇴한 법률개정이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2007년 징계위원회에 외부인사를 3분의 1이상 위촉하는 내용의 사학법 개정을 추진하려다 사학들이 징계권은 학교법인에 있는데, 사학 길들이기 하는 것이냐며 반발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따라서 2015년의 법제화는 실효성 없는 꼼수개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지난 2일, 19대 대선후보 사립학교 관련 공약 비교 및 평가 발표 기자회견     ©김형태

 

사학 징계위는 여전히 엿장수 맘대로’ - 잣대의 이중성과 속물적 민낯 드러내

 

당연히 이후에도 사학들의 징계위 남용 및 악용 사례는 잇달았다. ‘외부위원은 학교법인이나 사립학교 경영자가 설치·경영하는 학교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학교법인 입맛에 맞는 사람이 외부위원으로 들어가기에 제 역할을 못하고 여전히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학의 징계권 악용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고질적인 문제이고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작업이며, 해당자에게는 그 사람의 생존과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에, 전문가들은 새 정부에서는 징계위 악용을 막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개방형 이사처럼 보다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외부위원이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부터, 법인과 시민단체, 교육청이 추천하는 인사가 1/3씩 들어가는 방식, 의약 분업하는 세상에 사학법인에 징계권까지 주는 것은 구시대적이라며 징계의 공정성을 위해 교육청 공무원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거나 교육청에 위탁하는 방법, 더 나아가 아예 사학의 징계권을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안종훈 교사는 학생에게는 공사립 구분이 없다. 사립학교 학생도 공립학교 학생과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받은 징계가 부당하다 여겨지면 교육청에 재심을 요구한다그러나 사립학교 교사에게는 교육청에 재심을 요구할 수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사립 교원도 교육청에 재심을 요구할 수 있는 중간 장치를 마련하거나 사학의 징계위 결과가 올라오면 교육감이 최종 승인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징계의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새 정부에서는 사학법 개정을 통해 사립학교가 더 이상 특정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를 위한 공익적인 교육기관이라는 정의를 반드시 실현시켜 주길 바란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김동국 전교조 사립위원장은 “2015년 교육부의 개정안으로는 사학의 징계위 악용을 막을 수 없다고 운을 뗀 뒤 개방형 이사처럼 보다 공정성을 발휘할 수 있는 외부위원이 들어가도록 바뀌어야 하고, 더 나아가 김영란법과 부패방지법에서 공사립을 구별하지 않는 것처럼 이제는 시대적 추세에 맞춰 사학법을 개정하여 아예 사실상 독소조항인 사학의 징계권을 회수해 공공기관에 위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청 관계자들도 현행 법률 체계에서는 사학의 징계위 악용을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교육청의 정당한 지시와 명령을 거부할 수 없도록 사학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실효성 있는 사학법 개정을 통해 투명하고 건실하게 운영하는 사학에 대해서는 지원을 확대하고, 개인영업장으로 여겨 장삿속으로 운영하고 배째라 식으로 전횡을 일삼는 비리사학에 대해서는 철퇴를 가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비리 사학들이 보복성 징계를 일삼거나, 비교육적인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거나 자숙하기는커녕 교육청의 정당한 처분에 모르쇠 식으로 나오거나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면 참으로 답답함을 넘어 무기력함과 허탈함을 감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 지난 4월 25일 열린 사학개혁 토론회     ©김형태

 

새 정부에서는 징계권 악용 막는 실효성 있는 방안 나와야

 

사립학교 역시 국민의 혈세인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실상 공교육기관인 만큼 이제 새로운 정부에서는 사학의 투명성과 강화와 공공성 확대를 위해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권종현 운영위원은 우리나라 사립 초··고는 교직원 임금을 포함한 학교운영비의 99%를 국민세금 및 학부모 부담에 의존해 왔다. 사학법인이 부담하는 법인전입금은 1% 이내인 상황이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고 지적한 뒤 그럼에도 인사 재정 학교운영에 관한 권한을 폐쇄적인 이사회가 행사한다. 공적 견제 장치와 구성원의 참여 장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사립학교는 미래지향적 학교혁신 등은 늘 소극적이고, 오히려 시대착오적 국정교과서 등에 앞장서는 역할을 해왔다공교육의 절반을 담당하는 사립학교의 이러한 모순을 방치하고는 우리 교육이 미래로 나가지 못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사립학교 인사위원회 및 징계위원회를 개별 학교법인으로부터 독립시켜 공공적 성격을 강화하는 등 사학의 책임 행사에 맞게 권한을 재조정해야 한다사학의 공공성 강화가 따르지 못하면 공교육살리기는 반쪽짜리가 되고 학교혁신과 교육개혁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전경원 교사는 새 정부의 힘찬 교육개혁 추진을 기대한다지금까지 교육현장을 지배했던 경쟁의 원리에서 벗어나 협력의 가치가 구현되어야 하고, 특권과 차별이 아니라 공정과 배려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교육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립학교법을 민주적으로 속히 개선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지난해 11월 30일, 당시 문재인 전 대표가 상지대 학생회관 식당에서 ‘상지대 학생과 함께 하는 시국대화’를 하려고 하자, 학교 측이 이를 반대하며 출입을 막고 있다     © 상지대 총학생회
▲ 결국 문 전 대표는 상지대 인근의 한 카페로 장소를 옮겨 시국대화를 진행했다. 장소가 갑자기 변경됐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이 대거 참석했다.     © 상지대 총학생회


정대화 사학개혁국본 대표는 지난해 1130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시국대화를 위해 상지대를 찾았으나 학교 측에서 선동 정치인 출입금지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문 전 대표의 방문을 막아, 인근의 한 카페로 장소를 옮겨 시국대화를 진행했다고 설명한 뒤 문재인 대통령은 상지대 문제 등 사학비리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기에 새 정부에서 사학비리 근절 및 사학법 개정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대학생들과의 시국대화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의 문제는 국가시스템이 최순실이라는 정체불명의 여인에 의해 사유화되고, 국가권력으로 사익을 추구한 것이라며 상지대 사태와 같은 사학비리도 설립자나 경영자가 사회적 자산인 대학을 사유재산처럼 여기고, 돈벌이 수단으로 봤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사학의 투명성 강화와 공공성 확보를 위해 독소조항 제거 등 민주적인 사학법 개정이 필요하다사학이 징계권을 남용하지 않도록 아는 부분도 넣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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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5/12 [14:03]  최종편집: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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