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이 영훈국제중에 대한 운영성과 재평가를 진행하는 가운데, 영훈국제중 경영권을 확보한 오륜교회가 인수 당시 김하주 학교법인 영훈학원 전 이사장과 27억 원을 빌려준다는 내용의 ‘이면 계약’을 뒷받침하는 문서가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 김은호 오륜교회 담임목사와 김하주 전 영훈학원 이사장이 지난 2015년 11월 작성한 27억 무이자 대여 약정서 문서 © 최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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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교육단체협의회(서교협)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오륜교회와 김하주 전 이사장이 지난 2015년 11월8일자로 체결한 ‘금전대차 약정서’를 공개했다. 6개 항목으로 된 약정서는 오륜교회가 김 전 이사장에게 27억 원을 빌려주기로 한 것이 핵심이다.
약정서를 보면 오륜교회는 김 전 이사장에게 27억 원을 대여하기로 했다. 약정서와 같은 날짜로 작성된 “‘학교법인 영훈학원 경영권 양수도 약정서’에 규정된 김 전 이사장의 원활한 협력 제공을 위해서는 소정의 비용지출이 필요하다는 오륜교회의 요청이 있다”고 그 대여 이유를 명시했다. 27억 원에 대한 이자는 ‘무이자로 했다.’
이때는 영훈국제중을 운영하던 영훈학원이 학교정상화를 위해 경영의향자(재정기여자) 공모를 진행하던 때였다. 당시 영훈학원은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검찰이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받고 입학 특혜를 준 혐의로 수사, 기소했고 법원이 김 전 이사장을 횡령과 배임 혐의 등을 인정해 ‘유죄’ 판결했다. 이사들은 전원 이사 승인이 취소됐다.
당시 경영의향자 공모에는 문제의 오륜교회와 더케이 파트너스, 학교법인 영도의숙이 응했다. 서교협은 “인수과정에서 명백하게 불법 이면 계약을 저질렀다”고 규정했다. 서교협은 이날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문제의 약정서 작성자인 김은호 오륜교회 담임목사와 김 전 이사장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서교협은 고발장에서 “구속 수감 중이던 김 전 이사장이 이미 이사장의 지위를 상실해 영훈학원에 대한 어떠한 법적 권한도 가지지 않는데도, 오륜교회에게 영훈학원의 경영권을 양도하는 ‘학교법인 영훈학원 경영권 양수도 약정’ 계약을 체결하고, 이러한 경영권 양수도 약정을 이행하기 위해 협력 의무를 부담하는 한편 협력의무 이행에 따른 비용 명목으로 오륜교회로부터 27억 원을 선 지급받기로 약정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서교협은 검찰에 두 피고발인 사이에 이뤄진 약정서의 내용과 양수도 대금의 규모, ‘협력 의무’의 구체적 내용, 양수도 대금의 출처 등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강영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권한도 없이 약정서를 체결한 전 이사장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억 원 대여의 근거로 든 ‘김 전 이사장의 원활한 협력 제공’도 의혹의 대상이다. 약정서 4번 항목을 보면 “경영권 양수도 약정서에 따른 채무자의 협력 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오륜교회가 영훈학원의 경영권을 양도받지 못하는 것이 확정되는 때는 대여금 27억 원을 지체 없이 상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2일 영훈국제중 인수 뒷거래 의혹을 수사하라며 오륜교회 담임목사와 김하주 전 학교법인 영훈학원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 최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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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면 김 전 이사장이 오륜교회로부터 최소 27억 원을 빌려 받고서 3개 공모 단체 가운데 오륜교회에 경영권 양도 행사를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오륜교회의 경영권 양도를 최종 결정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2015년 12월 23일 118차 회의에서 정이사 7인 선임비율을 학내 구성원 추천 인사 1인, 관할청 추천 인사 1인에 오륜교회 추천 인사 5인을 부여하는 결정으로 오륜교회에 경영권 양도를 최종 결정했다. 같은 해 11월 23일 연 116차 회의에서 같은 안건을 한 차례 미룬 뒤 이뤄진 결정이었다.
서교협은 “27억 원이 이러한 결정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검찰은 수사를 통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김해경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검찰 고발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검찰은 불법 이면 계약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해 기소해야 한다. 서울교육청은 이런 문제의 영훈국제중에 대한 특성화고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북부지검은 이날 서교협이 오전 11시에 시작하려던 기자회견을 “사실상 집회”, “일방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방해했다. 이에 따라 30분이 지연돼 시작했다. 김유현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검찰이 기자회견을 방해하는 것은 처음 본다. 사실상 영훈국제중을 도와주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