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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수능은 이름만 수능이다
[책 소개] 이혜정 <대한민국의 시험>
 
송승훈 · 경기 광동고 기사입력  2017/04/28 [14:30]

 

동료교사가 낸 문제를 풀 수 없었다. 나는 올해 고등학교 2학년 인문사회계열의 '독서와 문법'을 가르친다. 자연과학계열에서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동료교사가 시험문제를 봐달라고 했다. 놀랍게도, 그 문제를 푸는 데 나는 상당히 고전했다. 

 

내가 공부를 안 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내가 올해 가르치는 여섯 개 학급에서 되풀이해서 가르친 내용이다. 이 수업을 준비하면서 내가 읽은 문법과 언어학 책이 십여 권이다. 그런데도 교과서를 가져다 놓고, 하나하나 찾아봐야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가끔은 인터넷 검색도 했다. 그 교과에서 관습처럼 정해진 개념 설명과 예시를 있는 그대로 외워야만,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이 체험을 하고서, 이런 형태의 시험에서는 내가 읽는 책들이 별로 쓸모가 없음을 알았다. 그 책 읽을 시간에 교과서에 나온 설명을 그대로 외웠으면, 문제를 더 잘 풀었을 것이다. 주어진 정보를 외워서, 문제가 나오면 기계처럼 적용해서 풀어야 했다. 왜 이렇게 문제를 내셨느냐고 여쭈었더니, 동료 선생님은 수능에서 그렇게 지식을 외우고 있어야 풀리는 문제가 나온 적이 있어서 그랬다고 했다. 

 

1993년 대입 수능을 처음 만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초대 원장인 박도순 선생은 몇 년 전부터 수능이 변질되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통합교과적 문제들이 나왔는데, 각 교과 전공자들이 자기 영역의 문제를 더 넣으려고 압력을 행사하다 보니, 어느 때부터 수능이 학력고사와 비슷해졌다고 한다. 학력고사는 단순지식을 묻는 시험 형태로 1981-1992년에 시행된 시험이다. 수능의 창시자가 수능을 이제 없애버려야 한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해서 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국가시험이 시대 흐름에 맞게 다시 조정되기 바란다. 국가시험이 시대착오적으로 단순지식을 기억하는지를 확인하니까, 그 영향으로 학교의 혁신이 방해받는다. 이 책은 국가시험인 수능을 개혁해서, 교육을 바꾸자는 주장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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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4/28 [14:30]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