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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지붕 위 - 2017년 전광판
하늘 위로 올라간 노동자들 목소리가 들리나요
 
배성호 · 서울 삼양초 기사입력  2017/04/28 [14:21]
▲ 1931년 강주룡 고무공장 노동자의 기와 지붕 위 고공 농성 모습.    
▲ 2017년 4월 6명의 해고 노동자들이 광화문 광고탑 위에서 농성하는 모습.  

 

1931년 평양 을밀대에는 구름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한 여인이 절벽 위에 세워진 을밀대 지붕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 여인은 도대체 왜 위험을 무릅쓰고 높은 곳에 올라간 것일까?

 

여인의 이름은 강주룡이다. 평양 고무 공장의 노동자인 강주룡은 목숨을 걸고 을밀대 지붕 위에서 고공 농성을 펼쳤다. 사실 강주룡은 억울한 사정을 그 어디에도 호소할 곳이 없었다. 노동자, 그 중에서도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당시 노동 상황은 너무나 열악했다. 일제의 식민지배 속에서 독립운동 못지않게 노동 운동의 탄압이 심했기 때문이다. 일제는 식민지배 상황을 이용하여 일본 노동자에 비해 조선인 노동자 임금을 공평하게 주지 않았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이에 강주룡은 동료들과 함께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을밀대에 올라 시위에 나섰다. 

 

"우리들은 우리들 임금만 깎이는 것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우리 임금이 깎이면 평양에 있는 다른 고무 공장 노동자들 임금도 깎일 것입니다. 나는 비록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내가 권리를 포기해서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렇게 을밀대 위로 올라선 것입니다."

 

결국 강주룡과 동료들의 치열한 노력 끝에 회사에서도 임금 인하 계획을 취소하는 것으로 노동자들과 합의를 했다.

 

그런데 90여 년이 지난 지금 강주룡 같은 이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많다. 하늘 끝까지 뻗은 크레인이나 건물 위 광고탑 등으로 올라간 사람들이다. 노동자들이 고공 농성을 할 때 FM 영화음악의 고 정은임 아나운서는 아래와 같은 오프닝 멘트를 했다. 

 

"새벽 3시, 고공크레인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 일을 고공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겠다구요.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혼자 고공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겨우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사람에게 일과 노동은 꼭 필요하다. 이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활동일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존재감을 갖고 살기 위한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는 자본의 효율화를 추구하고 경제 형편이 나빠지면서 일자리가 부족하다. 이로 인해 청년 실업뿐 아니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의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환경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을 악용하여 일하는 사람들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인간적 노동과 노예화된 노동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일자리를 만들 때 고려할 점이 있다. 양적으로 일자리 수만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기품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도 마찬가지다. 같은 일을 하지만 너무나 큰 차별을 받는 비정규직 문제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노동 시장이 사람들을 일회용으로 생각하고, 이런 문화가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시대는 열심히 일하고 인간적인 노동조건 그리고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졌다. 지금 이 순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도 강주룡처럼 자신의 상황을 세상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높은 지붕으로, 심지어 하늘 끝까지 솟은 굴뚝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해고되어 일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같은 일을 하고도 비정규직이라며 차별을 받으며 최소한 인간으로서 존엄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옛날 강주룡이 한 말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높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고 누구나 존중받고 더불어 행복하게 일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하늘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모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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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4/28 [14:21]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