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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 덧칠에 이념 갈등 '화약고' 멍에
사립학교법 개정, 굴곡의 역사
 
박수선 기사입력  2017/04/28 [13:25]

 

유력 대선 후보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사립학교법 개정 논의가 다시 부상할지 주목된다. 교육계에선 사립학교법 개정이 끊이지 않은 사학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라며 꾸준하게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사립학교법이 큰 폭으로 개정될 때마다 거센 후폭풍을 겪었던 터라 간단치만은 않은 문제다. 1963년 제정된 이후 2007년 야합 논란 끝에 '개악'되기까지 사립학교법 개정의 역사는 험로의 연속이었다. 

 

제정부터 사학 책무성에 무게 

 

사립학교법은 1조에 자주성과 공공성 보장을 동시에 명시하고 있지만 제·개정의 동력은 사학 비리에서 나왔다. 교육부가 발간한 <교육50년사>에서도 사립학교법 제정의 배경을 "사학 중 일부는 당시 학원모리배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개인적 부의 축적에만 관심을 가지고 학교경영의 부실화를 초래해 학원 내에서의 불화와 분규는 물론 이에 대한 사회의 비판적 여론이 높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연혁을 따져 봐도 사립학교법은 사학의 공공성과 책임을 강화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1964년 2차 개정에선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요건과 절차 규정을 신설했고, 1973년 6차 개정에선 학교장 등의 취임 결격 사유를 분명히 했다. 사회 정화 차원에서 사학 비리 척결을 내세운 전두환 정권은 설립자 등이 총장에 취임 못하게 금지 규정을 새로 추가했다. 노태우 정권은 사학 자율성을 신장한다는 명목으로 다른 학교법인 이사장 겸직과 학교법인이 관할청 허가 없이 학교의 장을 임명하는 게 가능하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가장 개혁적인 법안으로 손꼽히는 건 2005년 개정된 사립학교법이다. 참여정부 4대 개혁입법 중 하나였던 사립학교법안은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 민주성 확대를 목적으로 했다. 학교법인 이사 정수의 4분의 1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인사 중에서 선임하도록 한 개방형 이사제가 핵심이다. 친인척 이사 비율을 기존의 전체 이사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축소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비리로 물러난 임원의 복귀를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제한했다. 

 

 

사학의 공공성을 강조한 법안에 한나라당과 사학법인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 사립학교법 재개정 투쟁을 진두지휘했다. '날치기 사학법 원천무효 및 우리아이 지키기 투쟁본부'에 참석한 박 전 대통령은 개정된 사학법에 대해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고 자유민주주의 체계를 망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사학법은 비리 척결이 아니라 전교조가 원하는 대로 학교를 이념의 교육장으로 만들어 전교조의 손에 넘기겠다는 의미"라고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 사학법인도 학교 폐쇄, 신입생 배정 거부, 헌법 소원 등으로 맞대응했다. 한나라당과 사학법인이 반발한 배경을 두고 사유화한 족벌사학 유지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란 평가가 많았다.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한다"는 비판도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조사한 '2006년 학교운영위원회 구성 현황'에 따르면 전교조 출신 교원위원의 비율은 전체 교원위원 4만3039명 가운데 6712명(15.6%) 정도였다. 대다수인 3만300명(70.4%)은 한국교총 소속이었다. 전체 전국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11만 9403명 가운데 전교조 출신 위원은 0.5%에 불과했다. 

 

사학법인 맹공에 원점 회귀

 

하지만 한나라당과 사학법인들은 재개정을 밀어붙였다. 1년 만에 재개정된 사립학교법안은 2005년 개정안과 비교해 훨씬 후퇴했다. 법인 이사 정수의 4분의 1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2배수 추천한 인사 중에서 선임한 것을 이사 정수의 4분의 1을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2배수 추천한 이사 중에서 선임토록 했다. 또 임시이사 선임과 해임,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 등을 심의하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를 신설했다. 설립 취지와 달리 5기를 맞는 사분위는 학교 정상화가 아닌 학내 분규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랍학교법은 2007년 재개정 이후 대대적인 손질은 없었는데, 여야가 사립학교법 개정에 소극적인 속내는 서로 다르다. 한나라당의 요구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거세게 받은 열린우리당의 입장에선 뼈아픈 기억이다. 반대로 두 달 동안 장외투쟁을 벌여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한 한나라당은 사학법 폐지 구호를 외치면서도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진 않고 있다.    

 

사립학교 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사학국본) 정대화 대표는 "전향적인 조항 상당수가 2007년에 무위로 돌아가면서 민주당쪽에서는 사립학교법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정 대표는 "교육계 내에선 사립학교법 문제만 나오면 대결 구도가 굳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한 뒤 "사학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립학교법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향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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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4/28 [13:25]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