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된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들과의 동행’

김형태 | 기사입력 2017/04/16 [15:56]
특집기획
세월호
‘별이 된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들과의 동행’
[르포] 교사들, 4.16 세월호 참사 3주기 ‘기억과 진실’ 걷기 행사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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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4/1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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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교사들, 4.16 세월호 참사 3주기 ‘기억과 진실’ 걷기 행사

15, 국회 앞, 오전 10시가 다가오자 경향 각지에서 교사들이 삼삼오오 봄꽃처럼 모여들었다. 정말 그 모습이 조금 가깝게 보면 노란 튤립꽃 같았고, 약간 떨어져서 보면 노란 개나리꽃 동산 같았다.

 

▲ 노란 세월호 리본처럼 피어난 노란 튤립꽃...     ⓒ 김형태

 

 

▲ 노란튤립 속, '별이 된 아이들을 보고 있는 듯...'     ⓒ 김형태

 

이날은 4.16 세월호 참사 3주기 하루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그 다채로운 행사 중 나는 오늘 특별히 별이 된 아이들, 선생님들과의 동행이라는 도보행진에 참여했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단원고 학생 및 교사들을 한 명 한 명 기억하고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염원을 담아 여의도를 출발 서강대교 신촌 광화문 세월호 광장까지 이어지는 기억과 진실을 향한 도보행진이었다.

 

▲ 여의도 벗꽂길을 지나는 행렬     ⓒ 김형태

 

▲ 서강대교를 지나는 행렬     ⓒ 김형태



서울 율현초 송우영 교사와 서울 가재울초 이수미 교사, 군포 흥진고 김우영 교사 등 많은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혹독한 겨울을 물리치고 맞이한 새봄처럼 물러나지 않을 것 같았던 정권이 물러났고, 올라오지 않을 것 같았던 세월호도 인양됐다이제는 세월호의 진실을 인양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안전한 사회로 나가야 한다. 이런 뜻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자 주말을 반납하고 기꺼이 참가했다고 말했다.

 

살릴 수 있었는데 왜 살리지 못했는가 그 진실을 알고 싶다고 했을 뿐인데, 그동안 박근혜 정부와 일부 정치권은 색안경을 쓰고 세월호 유가족을 대했고, 반정부인사로 몰아 은폐하고 탄압하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특조위에도 협조하기는커녕 집요하게 방해하며 무력화시키려 애썼지만, 그러나 그러한 일련의 억압적인 일들이 오히려 불신을 자초하고 의혹을 증폭시켰다고 했다.

 

가만히 있으라 했으나 가만히 있지 않았고, 멈추라 했으나 멈추지 않았고, 그만 하라 했으나 그만하지 않고 삭발 빛 단식 투쟁을 비롯하여,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며 전국 각지에서 끈질긴 실천노력과 세월호 노란리본의 목소리가 1600만 촛불로 이어졌고 마침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구속됐다는 것이다.

 

▲ 임덕연 교사의 '기억시 낭송'     ⓒ 김형태

 

세월호, 머리로만 생각하면 관념이 되지만, 함께 걸으면 힘이 된다

 

오늘 참 그날처럼 하늘이 맑습니다. / 오늘 참 그날처럼 바람이 살랑붑니다. / 오늘 참 그날처럼 벚꽃이 휘날립니다. / 오늘 참 그날처럼 아이들이 도란도란거립니다. / 그리고 오늘 그날처럼 선생님과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떠납니다. / 꿈결같이 돌아올 것을 믿으며...

 

이제 왜 숨기려 했는지, 감추려 했는지 밝혀냅시다. / 이제 우리가 마침내 인양한 세월호 진실을 밝혀냅시다. / 마침내 우리 안전한 국가를 만듭시다. / 우리 힘으로...

 

임덕연 교사의 마침내 우리라는 기억시 낭송은 참가자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는 세월호를 머리로만 생각하면 관념이 되지만, 함께 걸으면 힘이 된다. 나도 세월호와 함께 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생각이 관념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오늘처럼 함께 리본을 달고, 외치면서 박제화하려는 세월호를 자꾸 현실로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행진 선포사를 통해 우리 교사들은 지난 3년 간 세월호 아이들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오늘 우리의 행진은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참교육과 민주시민교육으로 생명존중 안전한 사회 건설이다. 세월호 아이들이 못다 이룬 꿈을 우리가 교단에서 꼭 이루자고 호소했다.

 

▲ 별이 된 아이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 김형태

 

▲ "2-6 남현철 잊지 않겠습니다"     ⓒ 김형태

 

▲ "미수습자 단원고 양승진 선생님 잊지 않겠습니다"     ⓒ 김형태



참가자들은 별이 된 ㅇㅇㅇ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을 가슴에 붙이고,노란 손수건을 목에 건 채 잊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행동하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세상을 바꾸어내겠습니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출발했다. 노란 추모의 물결이 여의도를 시작해서 광화문을 향해 길게 이어졌고, 지켜보던 시민들도 손을 흔들며 호응을 보내주었다. 처음 5백여 명으로 출발한 행진은 시간이 지나자 갈수록 참가자가 늘어 광화문에 도착했을 때는 천여 명으로 늘어났다.

 

별이 된 아이들, 선생님들과의 동행라는 주제처럼, 도보행진 속에는 3년 전 우리 곁을 떠나 별이 된 304명의 희생자들의 이름과 얼굴이 오늘은 봄꽃처럼 지상으로 내려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은화, 다윤, 영인, 현철 학생과 고창석, 양승진 교사, 권재근, 이영숙님, 혁규 군 등 미수습자 이름과 얼굴이 자꾸만 반짝이는 눈물방울처럼 눈과 마음에 맺혔다.

 

▲ 행진     ⓒ 김형태

 

끈질기게 싸워온 촛불의 힘으로 이뤄낸 반전과 돌파구

 

걸으면서 많은 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뜻에서 그동안 계기수업, 노란리본 만들어 달기 그동안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는 참가자들은 올해는 세월호 1주기, 2주기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세월호 진실을 은폐하고 억압하는 분위기 때문에 이게 나라인가?’하며 주로 슬픔과 울분을 표출했는데 올해는 희망과 극복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석진호 신목고 교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왜곡된 시선과 편견 때문에 불편함이 있었으나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줄기차게 싸워온 촛불의 힘으로 그런 장애물과 먹구름을 하나씩 걷어내고 드디어 반전과 돌파구를 마련했다강서양천공동행동집행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지역에서도 세월호 관련 추모행사를 3년째 하고 있는데, 어떤 겁박에도 세월호를 잊지 않으려는 우리 시민들의 모습과, 위대한 촛불의 힘을 보았다고 덧붙였다.

 

▲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 김형태

 

청주 흥덕초 이종민 교사는 세월호 3주기를 맞이하면서 환경이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미수습자가 온전히 수습돼야 하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도 반드시 이루어져 공정한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고, 서울 가재울초 이수미 교사는 수업시간에 세월호에 대해 아이들과 얘기하면 어린 초등학생들은 왜 그런 재난상황에서 나라가 언니오빠들을 구하지 않았는지 놀라움을 표현한다면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고,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작동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건환 화곡정보산업고 교사는 학생들은 세월호 문제에 대해 무덤덤하고 은폐, 금기시하는 어른들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서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진실 규명 작업에 나서야 한다. 아픈 기억이지만 그럼에도 자꾸 기억하고 실천해야 진정한 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가 올라왔지만, 끝난 것이 아니고 어떤 의미에서는 큰 산을 넘고 신발끈을 동여매고 이제야말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는 말이다.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미수습자가 수습되고,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적폐 청산 및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인간 중심사회가 거듭나야 비로소 끝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대선국면을 보면 정치권이 촛불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박근혜 정부 편에 서서 세월호 촛불집회에 대해 왜곡하고 비난을 쏟아내던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이 반성은커녕 광복 후 친일파들처럼 행세하고 있어 영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 교육희망

 

꽃피는 봄이 왔지만 아직 우리들의 봄은 오지 않아

 

행진 중 발언도 이어졌다. 경기 부천에서 왔다는 이용석 교사는 내 가슴에는 2학년 4반 진우혁 학생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면서 여러분의 가슴 속에는 누구의 이름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 중 한명씩 가슴에 품고 그 이름을 찾아보자. 그러면 304명 모두의 이름이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수미 충북416특위장은 세월호 침몰 당시 난간에 매달린 학생들을 구조한 뒤 남아 있는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선실로 돌아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희생된 이해봉 교사를 잊지 못하고 있다그가 생전에 강조했던 것처럼 나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 현재 인사혁신처장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속히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대로 순직을 인정하라"     ⓒ 김형태

 

1140분쯤 행렬은 잠시 멈춰 서강대역 앞에서 약식 집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기간제교사연합회 박혜성 대표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김초원, 이지혜 교사가 단지 기간제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냐? 정규 교사를 임용하지 않고 비정규직 교사를 양산해 놓고 죽음조차 차별한다고 성토한 뒤 현재 인사혁신처장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속히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처럼 순직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광주에서 왔다는 백성동 교사는 “3년 전 군복무할 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는데, 스스로에게 잊지 않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에 강당에서 전교생이 함께 울고 웃고 생각할 수 있는 세월호 수업을 하게 돼 뜻 깊었다고 말문을 연 뒤 이번에 선배교사들의 실천사례를 참고로, 통일동아리 아이들과 함께, 더구나 독서어머니회 도움까지 받으면서 강당에 천여 개 체험부스를 설치 세월호 1일 체험행사를 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교실을 만들어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세월호 수업 실천 사례 발표     ⓒ 김형태

 

경기도에서 왔다는 박태현 교사는 “416이후 교사들의 시간은 멈춰 있다. 진실과 정의를 가르쳐야 하는 교육자로서, 마땅한 분노를 표현하는 차원에서 청와대 게시판에 진실규명과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고 상기한 뒤, 그러나 진실을 규명하기는커녕, 시국선언에 참가한 교사들에게 4억여 원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하고 징계절차를 밟는 등 핍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오늘의 성과는 가만히 있으라 했지만 가만히 있지 않아서 이룬 것이라며 교사들의 빼앗긴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광화문 세월호 광장까지 행진한 후, 교육주체결의대회 및 범국민추모대회 등 계속되는 416행사에 합류했다.

 

▲ 행진     ⓒ 김형태

 

교사들의 기억과 진실을 향한 길은 끝나지 않아

 

많은 참가자들이 오늘 걷기 행사를 통해 다시 한번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새롭게 다짐하는 소중한 계기도 됐다고 입을 모았다. 앞으로도 기억과 진실을 향한 도보행진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교실과 거리에서 더 많은 실천을 통해 4.16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이뤄내고,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사회, 이윤이 아닌, 인간 중심의 새로운 교육 체제를 만들겠다는 학생들과의 약속을 계속 지켜나갈 계획이란다

  

권혁이 416특위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지만, 허전한 마음이 드는 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과 교사들이 아직 편안히 잠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라고 입을 뗀 뒤,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한 사회로 가는 길은 아직 요원하다. 헬조선은 어쩌면 세월호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교사들의 기억과 진실의 약속은 끝나지 않았다. 잊지않겠다, 끝까지 행동하겠다던 우리의 다짐은 앞으로 계속되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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