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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원회, 어떻게 신설하고 운영할 것인가?
[교육공약 분석] 정치논리 아닌 교육논리 작동해야 국가교육위 성공할 것
 
김형태 기사입력  2017/03/24 [15:21]

조기대선을 앞두고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이 화두다. 문재인, 안철수, 이재명, 심상정 후보 등 많은 대선후보들이 공약으로 내놓고 있고. 교육감협의회와 교육시민단체들도 잇달아 교육 의제로 제안하고 나서면서 어느 때보다도 그 실현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참고사진 :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 김형태

 

문재인 후보는 지난 1대한민국이 묻는다출판기념회 기자간담회에서 교육부가 대단히 비대해졌다. 국가교육위원회를 독립기구화해 별도로 두는 식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립적 국가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고, 교육부 기능을 대폭 축소하여 초ㆍ중등교육 업무를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하고, 대학 입시ㆍ구조조정 등 대학 관련 업무는 별도의 사무처에서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지난 22일 교육공약을 다시 발표하면서 사실상 국가교육위원회를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실시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입장을 취했다. 그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국가교육회의(먼저) 설치, 교육개혁에 대한 범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 (국가교육회의가) 국가교육위원회로 나아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는 국가교육위원회 신설국공립대학 공동학위제등 혁신적인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이번에 대통령이 될 것 같으니 슬그머니 한발 빼는 것 아니냐며 실망하는 분위기다. 천천히 하겠다는 것은 결국 본인 임기 안에는 어렵다는 이야기로 들린다는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에 대해 여전히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대선주자는 안철수 후보다. 그는 교육통제부로 전락한 교육부를 아예 폐지하고 10년 장기계획에 합의하는 국가교육위원회와 이를 지원하는 교육지원처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안 후보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 강력한 교육혁명을 추진하겠다며 교육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지금의 교육부 체제는 장관이 바뀌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고 학교의 자율성을 빼앗아 창의교육을 막고 있다교사, 학부모, 여야 정치권 등이 참여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매년 향후 10년 계획을 합의하여. 정권이 바뀌더라도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육지원처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결정한 정책을 충실하게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교육개혁을 위한 선결적 과제이기에,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을 역임한 송병춘 변호사는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첫 번째로 이루어질 정부조직 개편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말문을 연 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정파적 이해관계, 관료조직, 사학연합체, 교원단체 등 기득권세력의 저항 때문에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으며(법안통과, 위원임명 등), 결국 새 정부는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성과에 만족할 뿐 국민들에게는 다시 실망만을 안겨줄 지도 모른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어 국가교육위원회는 초당적인 정부기구로서 대통령과 국회가 공동으로 구성해야 하고, 한번 구성되면, 정치권은 더 이상 교육정책에 간섭하지 말고 이 기구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강조한 뒤 이렇게 구성된 국가교육위원회는 우선 교육부 조직을 산하 집행기구로 흡수하여 기존 교육부의 업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거나 폐지하는 작업을 추진해야 하며(교육자치법, 대학자치법 등 제.개정 포함) 방송통신위원회라든가 금융위원회처럼 교육개혁 의제에 집중하는 정책기구로서 점차 그 기능이 축소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지난 해 열린 교육 심포지엄     ©김형태

 

교육계가 가장 바라는 1순위는 바로 국가교육위원회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3권 분립 국가이다. 그러나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정신이나 그 취지를 감안하면, '입법·사법·행정''교육'을 더해 사실상 4권 분립을 지향하고 있다. 이 헌법적 가치에 부응하기 위해 현재 교육자치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세계 200여개 국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교육부 장관은 특정 정당 소속의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교육논리가 작동하기 어렵다. 정유라 입학과 연관된 이대의 프라임 사업 코어 사업이나 국정 역사교과서, 누리과정 예산 갈등에서 보듯 교육부는 일국의 교육부라기보다 청와대 눈치보기에 급급한 부속기관이다시피 했다. 오죽하면 교육부를 해체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겠는가?

 

따라서 교육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교육계가 가장 바라는 1순위가 바로 국가교육위원회이다. 교육만큼은 정치논리나 경제논리, 시장논리로 접근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교육논리와 교육적인 안목에 기초하여 교육정책 및 입시제도를 운영하고, 그 어떠한 통제도 없이, 교육부 관료들이 독점하고 있는 정책개발 기능을 집행기능과 분리시켜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조사 결과, 교육부의 역할에 대해 교육정책은 교육부가 아닌 정치적 중립기구에서 연속성 있게 추진’(37.3%)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 참고사진 : 서울국제교육포럼     © 김형태

 

60년대까지 농업 국가였던 핀란드가 교육개혁에 성공한 비결은 국가교육위원회였다. 핀란드의 국가교육위원회는 취학 전 교육, 초등교육, 일반고등학교교육에 대한 국가핵심교육과정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에르끼 아호 국가교육청장이 1972년부터 1991년까지 핀란드 교육개혁을 이끌었다. 그가 국가교육청장을 지낸 20년간 수없이 정권이 교체되었지만 여야 정치권은 합의로 정치논리, 경제논리 아닌 교육논리로 교육문제를 풀어보라며 그에게 교육개혁 지휘봉을 맡겼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어느 당이 집권하든 여야를 초월하여, 교육논리로, 한국 교육을 혁신할 국가교육위원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영달 서울대 교수는 "이미 우리는 현재의 교육부와 더불어 교육개혁심의회, 교육혁신위원회, 교육과학기술정책자문회의 등 여러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운영했지만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문을 연 뒤 "이는 절차의 오류가 아니라 지금의 교육부로는 아무리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해도 정권의 정치 지향에 영향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정권의 정치지향에 영향받지 않으면서 장기 교육정책 입안을 위해서 그리고 헌법(31)과 교육기본법(6)이 보장한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국가교육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합의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교육위원회 및 교육지원처의 설치와 규모, 존치 형태(국회와 관련성, 행정부와의 연계와 예산권, 독립성 보장 등), 그리고 '구성의 민주성, 정책의 효능성, 정책 결정 과정의 정치적 중립성' 등의 원칙과 민주적 절차와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지금의 교육행정체제에 일정한 변경만으로는 새로운 교육혁신체제나 방안을 절대 만들 수 없다고 말문을 연 뒤 관료제의 뿌리 깊은 기득권과 중앙중심의 정책결정체제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국민의정부, 참여정부에서 제대로 된 교육혁신을 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새로운 옥상을 만들되, 기존의 옥상을 없애야 한다. 교육정책의 원칙과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대 전환을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다독립적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심성보 부산교대 교수(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이사장)국가교육위원회의 법률적 지위는 그동안 있어왔던 교육개혁위원회처럼 대통령자문위원회를 넘어서는 법률적 지위를 가져야 한다소수의 관료와 교육 전문가에게만 맡겨진 국가의 교육을 범부처적 범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적 협의기구의 위상을 갖는 것이 좋을 것이고,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상은 국가의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참고사진 : 국회에서 열린 국가교육위 관련 토론회     © 김형태

 

대표성만을 강조하여 기계적인 중도로 흐를 경우, 교육혁신은 물 건너가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교육계의 공감대 형성은 오래됐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2000년대 초반부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요구해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진보 성향 교육단체들도 사회적교육과정위원회 및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을 촉구해왔다.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초당적, 초정권적인 '사회적 교육 합의기구'를 표방한다.

 

이렇게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자는 데는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다들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구성하여, 어떻게 운영하고, 어떤 법적 권한과 기능을 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단순히 정책 자문ㆍ심의기구로 하자는 견해부터비판ㆍ견제형 정책 총괄기구로 하자, 아니 국가 차원의 독립기구’, 더 나아가 헌법기구로 하자는 견해까지 그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교육위원회가 구성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다 풀릴 것이라는 낙관는 금물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제도화 가능성의 측면과 동시에 한계를 지니고 있어 사려깊은 접근이 필요하다국가교육위원회 구상이 제도화되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지만, 이때에도 어떤 유형의 국가교육위원회를 선택할지 등은 세밀한 판단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교육위원회 구상은 여러 장벽에 부딪힐 공산이 커 아주 주도면밀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어려움 등으로 인해 대선 의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막상 대통령 선거에서 유리한 후보와 정당의 경우 국가교육위원회를 외면하는 경향이 관찰된다집권 정치세력이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하지 않는 한 구상 수준의 논의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교육정책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독립기구 성격의 국가미래교육위원회를 언급했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공약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약집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신설 공약을 슬그머니 뺐다.

 

또한 초당파적, 초정권적인 '사회적 교육 합의기구', '독립적인 지위'를 표방하고 출발하더라도 사회적 합의기구라는 이유로 구성원의 범위를 넓히다보면 정작 교육전문성을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따라서 국가교육위원회가 기계적인 중도로 흐르면 변화와 쇄신은 물 건너간다며, 아예 개혁과 혁신에 보다 방점을 찍자는 의미에서 김지철 충남교육감 등 몇몇 사람들은 아예 '개혁'이나 '혁신'이라는 이름을 넣어 '국가교육개혁위원회, 국가교육혁신위원회'라고 하자고 주장한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국가교육위원회를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사한 성격과 기능의 기구로 기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진보 측이 집권하여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한다면 진보 집권 국가교육위 설치 국가교육위 내에서 격론 발생 전문가 및 국민 여론에서 진보 측 열세 합의 도출 실패 국가교육위 기능 위축 및 교육부 권한 사실상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안에서 합의가 어려우면 자연히 여론이 중요해지는데,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가교육위원회실효성을 담보하려면 법적 위상부터 위원 구성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권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처럼 헌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국가인권위원회처럼 별도 예산과 인력을 둔 "독립적인 국가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두되, 국가인권위보다 위원 구성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과 달리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처럼, 대통령을 포함해 국회, 교원단체, 대학 관련 단체, 기업과 노동단체, 학부모단체 등이 추천하는 인사들로 구성해 다양성을 확보하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교육전문가가 과반 이상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함에 있어 첫째도 둘째도 교육논리와 교육적인 안목으로 철저하게 무장하되 '개혁(혁신)''실효성'에 방점을 두어야, 핀란드처럼 큰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칫 진보 보수 간 나눠먹기식 배분이 되면 아무런 실효성과 진전도 없이 난상토론만 하다 세월을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지난 2011년 6개 지역 진보교육감들이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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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3/24 [15:21]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