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보도 > 종합보도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현장실습생에게 노동법은 그림의 떡?
 
강성란 기자 기사입력  2017/03/17 [13:12]

"콜센터 해지 방어 업무는 타사로 서비스를 전환하려는 고객을 설득해 마음을 돌려놔야 하므로 고객 응대 스트레스가 크다. 여기에 사내 메신저 등으로 개인별 해지방어 건수를 공유하면서 시간 단위 비교로 피 말리는 실적 경쟁을 강요한다. 사망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근무한 엘지 유플러스 고객센터는 만 8년 된 회사이다. 하지만 지난 해 9월 입사한 이 학생의 기수는 212기였다. 2주에 한 번 꼴로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쓰다가 버리는 회사에서 사회 첫 발을 내디딘 학생이 겪었을 좌절을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지난 1월 전주 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LB휴넷)에서 근무하던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이 업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민주노총법률원, 민변 노동위원회 등 11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엘지유플러스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 대책회의는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 엘지유플러스고객센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민주노총법률원에 따르면 전북 지역 특성화고 애완동물과 소속이었던 홍 아무개 학생은 지난 해 9월 전공과는 상관없는 엘지유플러스고객센터 콜센터 업무를 하는 것으로 학교, 업체와 함께 현장실습협약서를 작성한다. 협약서는 1일 7시간 근로 기준 160만 5000원의 기본급을 받는 것으로 체결했지만 이후 회사와 최저임금 수준인 110~130만원을 받는 것으로 근로계약서를 다시 썼다.
 

현장실습생은 하루 7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1시간 초과 근무가 가능하다. 홍 아무개 학생의 회사 기록 역시 그가 8시간 근무를 한 것으로 남아있지만 실제로는 콜 수를 채우기 위해 8시간 이상 근무한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사측이 근로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 초과 근로에 대한 수당도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한 이유다.
 

학교 측은 현장 지도를 실시했지만 '학생 건강 및 안전 사항에 특이점 없음. 근로시간 및 임금은 표준 협약을 잘 이행하고 있다'는 지도 결과 복명서를 작성했다.  
 

하인호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는 "학생 삶을 담보로 취업률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물론 이를 방조한 학교, 교사, 시민사회, 정치 집단은 이제라도 청소년의 노동에 대해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3년 엘리베이터 정비업체 현장실습 학생 추락 사망, 2012년 울산 신항 건설현장에서 사망·실종된 현장실습생, 2014년 씨제이 제일제당 진천공장에서 사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장실습생, 2015년 업무 스트레스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경기 성남시 외식업체 조리부 현장실습생 등 청소년 노동자가 현장실습을 핑계로 열악한 일터에서 건강이 훼손되고 고립감으로 죽음에 내몰리는 현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책회의는 3월말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대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여는 한편 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한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지난 1월 특성화고 현장실습 표준협약서 체결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감사원에 교육부와 교육청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한 만큼 그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의식한 듯 교육부는 지난 16일 '현장실습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전국 593개 특성화고 중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갈 때 표준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건수는 238건이었다. 교육부는 상시적 모니터링을 통해 학생 안전 보호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대책회의가 요구하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무리한 취업률 높이기 경쟁 중단"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7/03/17 [13:12]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