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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구경꾼으로 전락한 교사들
정당 가입 보장 등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 입법화 추진
 
박수선 기사입력  2017/03/03 [15:09]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교사들은 점점 더 정치의 주변부로 떠밀리고 있다. 현행법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교사의 정치활동을 엄격하게 막고 있는 탓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일상적인 의사 표현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선관위 "정당 내 경선 교사 참여 불가"   


 정치권이 조기 대선 준비에 나서면서 당내 경선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선거권이 없는 교사들은 구경꾼 신세다.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완전국민경선제를 채택한 더불어민주당은 '투표권이 있는 국민 누구나' 선거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공무원은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는 경우에만 경선 참여가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아 교사는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당법은 공무원과 교사들은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당원이 될 수 없는 자는 당내 경선의 선거인도 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조항을 적용해 교사는 국민경선의 선거인으로 참여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200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추산되는 대규모 경선 투표에 교사들의 참여는 원천적으로 봉쇄된 셈이다. 김민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권상담실장은 "국민 경선의 취지에 맞지 않을 뿐더러 이런 논리라면 공무원은 대통령 선거도 참여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같은 뉴스 공유에도 상반된 재판 결과


 교사들이 SNS에 올리는 글도 단골로 법의 심판대에 오른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교사들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무더기 기소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은 "4·13 총선을 전후해 전교조의 정치활동이 절정에 달했다"며 교사 72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했다. 선관위는 경고와 법 준수를 촉구하는 수준에서 사건을 종결했는데, '선거법 위반은 인정되지만 사안이 경미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단체는 선관위의 처분에 승복하지 않았다. 이 단체는 교사 63명을 대검찰청에 재차 고발했다. 현재 15명에 대한 1심 결과가 나온 상태다.


 유무죄는 교사들의 SNS 활동이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갈렸다. 선거운동은 정치적인 의견이나 의사를 표시하는 정도를 넘어 객관적으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이 표출되어야 한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판례다.

 


 문제는 재판부마다 여기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선거운동 금지 조항이 교사의 입을 막는 재갈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 1월 의정부지방법원은 뉴스 등의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고 의견을 올린 ㄱ아무개 교사에게 "유력정치인에 대한 비판적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동영상을 보고 판단하라'는 취지의 글을 덧붙여 게시한 점을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낙선을 도모하는 내용"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한 달여 뒤 같은 뉴스 영상을 SNS에 올리고 '난 그럴 줄 알았다', '떳떳하다면 이렇게 대응하진 않겠지' 등의 글을 올린 ㄴ아무개 교사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피고인이 게시한 140여개의 게시글 중 이 부분 게시글은 5개에 불과한 점에 비춰보면 피고인은 해당 정치인과 관련된 특정 화제를 접하고 이에 대한 개인적·정치적 의사나 의견을 표현한 것"이라며 "역사 교사로서 정치나 사회 분야에 일상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던 피고인이 당시의 정치 상황에 관한 글을 통상적인 방법으로 게시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를 댔다.


 해당 사건 변호를 맡은 강영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공직후보자에 대해 검증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유는 본질적으로 정책이나 후보에 대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평가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게시물까지 선거운동으로 해석하면 교사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글을 올릴 때마다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결국 정치 이슈에 대한 관심까지 포기하는 2등 시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교육희망


 교사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후원회에 가입하거나 후원금을 낼 수도 없다. 정당법상 당원이 될 수 없는 교사들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선관위에 기탁금을 내는 방식으로만 정당에 기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당에 후원금을 냈다가 법정에 선 교사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2011년에는 민주노동당에 가입해 후원금을 냈다가 기소된 정진후 전 전교조위원장 등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가운데 5대4로 교사와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한 정당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아직까지 법원의 판단은 뒤집히지 않고 있다.


 시국선언도 교사들에게 허용되지 않은 집단행동으로 꼽힌다. 최근에도 교육부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을 훈·포장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었다. 교육부는 "시국선언, 연가투쟁 등은 국가공무원법상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복무의무 위반 행위"라며 참여자에 대해 징계 등 신분상 처분을 요구했다.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 법안 논의 재개


 교사들의 정치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비판 속에 관련법 개정 요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선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나명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석부위원장은 "교사들의 정치기본권을 배제하면 우리 교육의 목표인 민주시민 양성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 법안이 번번이 무산된 국회도 최근 법 개정에 다시 나선 분위기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정당법 개정안을 비롯해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현행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교사의 정당 가입, 정치운동, 집단행위 등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윤소하 의원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정당 가입뿐만 아니라 다른 정치활동에 대해서도 특별한 제한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우리나라도 공무원 신분을 가진 교원이 정당에 가입해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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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3/03 [15:09]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