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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교사가 민주시민 교육의 안내자가 되려면
 
이현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기사입력  2017/03/03 [15:03]

 한국 사회에서 교사와 공무원은 노동자도, 시민도 될 수 없다. 그들이 노동자라면 당연히 노동기본권을, 시민이라면 정치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교사와 공무원은 이 노동-정치기본권을 사실상 완전히 박탈당하고 있다.


 교사와 공무원의 노동-정치기본권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헌법 7조 1항인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진다"와 2항인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를 근거로 든다. 공무원은 전체국민을 위해 봉사해야하기 때문에 기본권을 제한당해야 하고 중립성을 위해 정치활동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익을 위한 봉사자의 역할과 정치적 중립의 보장을 인정한다 해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근무 시간 이외에 정치활동을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노동기본권과 국민의 공익은 필연적으로 출동할까?'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아야 중립성이 보장되나?' '종교적 중립성의 의무에도 불구하고, 왜 종교활동은 금지하지 않지?'


 OECD 국가들도 교사-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성의 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을 금지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에서 교원과 공무원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것은 공익과 중립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권력의 도구와 수족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교사와 공무원들이 혹시 권력의 부정과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거나 반대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공익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교원과 공무원의 기본권을 적극 보장해야 한다. 그들은 국가 기구 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부의 각종 정책이나 국가 기구의 운영의 문제점들을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적 견해의 표현은 일반 시민들의 정치적 판단을 위해 풍부한 근거를 제공해주는 매우 중요한 민주적 행위이다. 교원과 공무원들의 노동-정치기본권은 국가권력의 남용이나 사유화를 견제하여 공익을 수호하는데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 이런 권리들이 보장되었다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은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무권리 상태인 교원과 공무원은 상부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섬기는 것은 학생과 국민이 아니라 상급자와 권력일 뿐이다.


 교원에게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교육기본법 2조에서는 민주시민의 양성을 교육의 최고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은 추상적인 이론적 학습을 통해 가능하기보다는 중요한 사회적-정치적 현안 문제를 학교 교육의 현장으로 도입하는 것을 통해 가능하다. 노동권을 부정당하고 정치참여가 금지된 사람이 사회-정치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숙고하고, 자신의 입장을 성찰할 수 없다. 이런 교사가 민주시민교육의 좋은 안내자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교사의 노동-정치기본권 보장은 민주시민교육의 토대일 수밖에 없다.


 교사와 공무원도 노동자이고, 시민이기 때문에 당연히 노동-정치기본권을 누려야 한다. 하지만 교사와 공무원의 기본권 보장은 단순히 그들의 권리 보호만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의 성숙 그리고 교육과 국가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도 매우 절실하다. 촛불의 명령은 국가권력을 사익을 위해 남용하거나 사유화하는 것을 막고, 국가와 사회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전진시켜 모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교원과 공무원의 노동-정치기본권 보장은 촛불의 명령에 응답하기 위한 핵심 과제이다.  


 독일의 교원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관한 법률은 다음과 같다. "공무원은 정치활동에 있어서 일반에 대한 그의 지위와 공무원의 의무에 대한 고려에서 나오는 정도의 절제와 자제를 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멋있는 법을 가질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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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3/03 [15:03]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