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에겐 빛바랜 '노동3권'

최대현 | 기사입력 2017/03/03 [14:55]
정책이슈
교사정치기본권 다시 찾기
교원에겐 빛바랜 '노동3권'
조합원 가입 범위 설정도, 교육정책 교섭도 "안 돼"
최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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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3/0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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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가입 범위 설정도, 교육정책 교섭도 "안 돼"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1월 31일 한국철도공사가 밀어붙인 '성과연봉제 도입 효력'을 정지시켰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신청한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저성과자로 평가된 근로자들의 경우 개정 전 취업규칙에 의할 때보다 임금액, 임금상승률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박근혜 정부가 강행한 성과연봉제에 상당부분 제동이 걸렸다.


 이런 판결을 이끈 핵심은 철도노동자들이 "성과연봉제 반대"를 내걸고 지난해 9월 27일부터 12월 7일까지 74일간 벌인 사상 최장기 파업의 힘이었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입시 폐지·성과급 폐지'파업'한다면


 그렇다면, 김대중 정부가 교직사회에 도입했던 2001년 차등성과급을 반대하면서 교사노동자들이 일정기간 '파업'을 벌였다면 어땠을까. 여기에 교사노동자들이 학부모인 다른 산업부문의 노동자들과연대하는 행동이 일어났으면 어땠을까.


 전남의 한 교사는 "철도노조의 파업을 보면서 자연스레 교사들의 노동기본권이 떠올랐다"면서 "결과를 점칠 수는 없지만, 교사들이 정부의 정책에 파업이라는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즐겁다"고 말했다.


 정부는 성과급뿐 아니라 7차교육과정 개악과 일제고사(학업성취도 평가), 교원평가, 공무원연금 개악,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 등 학생들의 사고와 교사들의 노동조건에 악영향을 주는 교육·교원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교사들은 헌법에서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정부와 국회가 하위 법령에서 이를 막았다.


 지난 1999년 7월 1일 제정·시행된 '교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교원노조법)은 8조에서 '노조와 그 조합원은 파업과 태업 또는 그 밖에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일체의 쟁의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게다가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규정도 포함됐다. "그동안 제한해 왔던 교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함으로써 보편화된 국제노동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교원노조법 제정 이유(법제처-법령정보센터 사이트)가 무색할 정도다.

 


 또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은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중으로 교원의 단체행동권을 막아 놨다.

 

 '이중 제약'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같은 날 휴가를 내고서 집회를 벌이는 '연가투쟁'으로 대항해 왔다. 연가는 근로기준법과 국가공무원복무규정으로 보장된 휴가권이다. 합법적인 형태로 행동을 벌여 온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마저도 "집단행위를 했다"며 탄압해 왔다. 교육부는 전교조가 지난 2015년 4월과 11월 각각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와 한국사 국정화 반대를 내걸고 진행한 연가투쟁에 참여한 전교조 조합원들을 징계 처분하라고 시·도교육청에 요구했다. 상당수 교육청은 경고 등의 행정처분으로 마무리했다.


 서울의 한 교사는 "노동자인 내가 노동조건이 악화되는 정책에 휴가를 내고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문제를 삼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단체교섭 의제도 정부 멋대로 제한


 그렇다고 교사들이 이런 사안들을 정부와 교섭으로 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교육부가 교육정책 등과 관련한 내용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 해석으로 '단체교섭'을 외면한 탓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0년 8월 교원노조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만든 '교원노사관계 선진화' 내부지침에서 △교육정책 및 교육과정에 관한 사항 △기관의 관리 △운영에 관한 사항 등은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 지침은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전교조가 현재까지 교육부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횟수가 3차례에 그친 이유다.


 나아가 교육부는 교원노조법이 6조에서 보장한 노조 또는 조합원의 임금,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에 관한 교섭을 외면하기도 한다.


 실제로 전교조는 지난 2015년 3월 공무원연금 개악과 관련해 교육부에 긴급 교섭을 요구했다. 임금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교육부는 "소관 사항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했다. 공무원연금은 결국 개악됐다. 중·고교 공립 교사 기준으로 7200만원~1억5000만원을 삭감했다. 이런 탓에 교원의 노동기본권은 '노동3권'이 아닌 '노동1.5권'이라는 자조섞인 얘기가 교사노동자 사이에서는 상당하다.
 
 조합원 자격도 시비… 사실상 '노동0.5권'


 여기에 박근혜 정부가 '해직교사의 조합원 인정'을 핑계로 전교조를 교원노조법 밖(법외노조)으로 밀어내면서 '노동0.5권'으로 전락했다는 말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온전하게 보장받았다고 믿었던 '단결권'도 흔들린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문제 삼은 것은 해직교사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준 전교조의 규약이었다. 전교조가 자체적으로 논의하고 판단해 결정한 규약이 현직 교원에게만 단결할 권리를 준 교원노조법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노동부 해석에 따르면,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가 부당하게 해직된 교사나 퇴직 교사, 예비 교사들이 전교조에 가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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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행정기관에게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사전 인가권을 부여한다거나, 입법으로 노동조합을 협소하게 정의해 두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하는 것 등은 단결에 대한 국가의 부당한 간섭으로, 단결자치 내지 노동조합의 자주성에 반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문제의 교원노조법 2조 합법 판결(2015년 5월)을 할 때,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도 "교원노조와 해직 교원, 구직 중인 교사자격취득자 등의 단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적폐 청산 6대 긴급현안 과제에 '교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포함시켰다. 퇴진행동은 "박근혜와 청와대의 공안통치 과정에 노동조합의 합법적 지위를 박탈당한 전교조의 법적 지위가 하루빨리 원상회복되고 부당한 징계를 받은 조합원의 원직복직도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전횡으로 교원의 노동기본권이 부정당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교원노조법을 개정해 교육에 대한 감시와 비판, 개혁 기능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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