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과 함께 읽을 책

송승훈·광동고 교사 | 기사입력 2016/12/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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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과 함께 읽을 책
우리 사회 재건 모색하다
송승훈·광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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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2/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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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재건 모색하다


 촛불이 세상을 밝혔다. 촛불 하나는 작아서 손바닥만큼 어둠을 밀어낼 뿐이다. 그 조그만 불이 다른 초로 옮겨 붙고 또 옮겨져서 작은 불들이 많아지면 밤을 밝혀서 아름답게 한다. 사회운동은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애썼더니 달라졌다는 느낌이 우리를 힘나게 한다.

 

 <병원장사>
 학년말이라 몸이 지치고 날은 추워서 학교에는 아픈 사람들이 많다. 아프면 괴로운데, 좋은 병원이 가까이에 있으면 참 고맙다. 한국은 국가의료보험이 잘 되어 있어서 병원비가 싸다.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감탄하곤 한다. 1960-1970년대에 성산 장기려 선생과 같이 의료보험 운동을 한 분들에게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그런데 한국의 의료체계가 무너진다고 고발하는 책 <병원장사>가 있다. 신문기자가 허리가 아파서 척추 전문병원에 갔더니, 당장 수술하자고 한다. 똥을 누는데 피가 보여서 치질 전문병원에 갔더니 그날 바로 수술하자고 한다. 혹시 몰라서 공공병원에 갔더니 그냥 쉬면 다 낫는다고 수술은 필요 없다고 한다. 왜 병원에서 과잉진료를 하는지 그 구조를 취재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동네병원이 귀중한 곳임을 알게 된다. 대형병원이 동네병원보다 의료사고 비율이 낮지 않음을 알게 된다. 과잉진료야 누구나 알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알지 못한다. 학교 선생님들이 현재 병원들이 겪는 위기의 원인을 알면, 그것도 촛불이다. 그 지식이 학생들에게 흘러가, 우리의 병원들이 더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토요일 밤에 촛불을 켜고 밤거리를 걸은 분들은 자기가 사는 도시가 어떤 곳인지 체험을 했다. 어떤 곳은 걸으면 기분이 좋은데, 어떤 곳은 왠지 꺼려진다. 유현준이 쓴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땅과 건물을 돈 버는 대상으로 보는 수준을 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계속 자극할 만한 볼거리가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나오고, 안전한 느낌이 들어야 그 길을 걷게 된다.

 

 

 <리씽킹 서울>
 한때 서울은 오래된 작은 건물들을 허물고, 큰 건물을 세우는 게 유행이었다. 좁은 골목길을 없애고 큰 길을 냈다. 그렇게 깔끔하게 하고 나니, 그 땅에 새겨진 삶의 기억이 사라졌다. 잃어버리고 난 뒤에서야, 사람들은 오래된 집과 상가와 골목길의 가치를 깨달았다. 오래된 흔적인 남아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거기서 창의적인 문화가 꽃피고 장사도 잘되었기 때문이다. 서울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다룬 <리씽킹 서울>을 보면, 각자 자신이 사는 도시와 마을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지 방법이 떠오른다.


 지금도 제주에는 마을의 길과 학교 안의 길이 이어져 있다. 예전에는 다른 지역에서도 오래된 학교들은 학교 길이 마을의 샛길과 이어져 있었는데, 학교는 정해진 문으로만 들어와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많이들 그 연결이 끊어졌다. 마을사람들이 농사짓는 밭과 학교의 토지 경계선이 닿아 있는 지점에 5미터짜리 축대를 쌓는 모습이 흔한데, 이것은 분명히 야만적인 일이다. 토지 이용의 효율만을 생각하고, 마을의 공간 구성이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이웃을 존중한다면 단 차이를 두어 몇 단에 걸쳐서 천천히 완만하게 내려가도록 담을 쌓아야 했다.


 오래된 마을 속에 자리 잡은 학교들은 마을과 이어진 길을 당연한 줄 알고 몇 십 년 동안 지내왔다. 그러나 자가용이 일반화되면서 교사들이 샛길로 마을로 걸어 다니지 않자, 그 길의 가치를 잊어버렸다. 세월이 지나고, 교육계의 문화의식이 높아지면 토지경계선에 있는 저 높은 축대는 청계천이 복원되듯 다시 손보게 될 것이다.


 책읽기도 촛불이다. 나 한 사람이 읽는 책이야 아주 작은 영향이다. 하지만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면 어느새 사회를 더 낫게 할 기운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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