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협의회의 위상 강화 필요하다

김형태 | 기사입력 2016/12/0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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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협의회의 위상 강화 필요하다
교육감협의회, 시도지사협의회나 시도의장협의회에 비하면 턱없이 초라해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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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2/0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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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협의회, 시도지사협의회나 시도의장협의회에 비하면 턱없이 초라해

지난 20146.4 지방교육자치 선거에서 우리 국민들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교육을 바꿔달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으로 읽혀진다. 교육부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교육정책이 나은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진보교육감이 다수가 되었음에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교육감협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교육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을 충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이 일고 있다.

 

교육감들은 국민들의 염원을 실현시키기 위해 각개약진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형빈 강원교육연구소장은 “13명의 진보교육감 당선으로, 중앙집권적 관료주의와 경쟁만능주의를 넘어 새로운 혁신교육을 본격적으로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음에도... 뚜렷한 담론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개별 교육청 차원의 고립된 실천 혹은 교육감협의회의 무기력함에 대해 아쉬움을 버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진보교육감 후보들의 기자회견     ⓒ 교육감협의회

 

▲ 2014년 5월,진보교육감 후보들의 기자회견     ⓒ 교육감협의회

 

학부모단체 한 관계자는 “2014년 5월에 14개 진보교육감 후보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감협의회의 위상 강화'와 자사고 폐지·특목고 정책 전환, 사교육 고통 경감, 공교육 정상화, 유럽식 대입자격고사 도입, 대학서열체제 및 학벌구조 해소등 고질적인 교육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안해 국민들이 가려워 하는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줄 줄 알았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솔직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럼 왜 교육감협의회가 국민들이 바라는 만큼의 영향력 발휘를 못하는 것일까? 교육계 한 관계자는 그 이유를 첫째는 교육부 등 정부여당의 비협조와 방해이고, 둘째는 교육감들이 단일 대오를 이루지 못하고 각자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등 정부 여당의 비협조와 방해가 걸림돌

 

교육부의 당초 계획은 권한을 상당 부분 시도교육청에 이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당선되자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꿔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에 전가시키고, 교육자치를 훼손하고 학교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등 사실상 진보교육감들을 옥죄고 압박했다. 교육감협의회의 위상과 역할 강화를 위한 행·재정적 지원 책임이 있는 교육부가 오히려 장애물, 걸림돌 역할을 한 것이다. 심지어 정부 여당은 교육의원 제도 폐지에 이어 교육감직선제마저 폐지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교육혁신을 추진하다 보면 교육부와 번번이 부딪치게 된다. 교육부의 각종 간섭과 학교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과 사업 추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잘못된 관련 법규는 유초중고 교육혁신의 최대 장애물이라며 교육 혁신을 가로막는 법과 제도를 개폐해야 하고교육부와 교육청의 위상과 역할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교육부의 전횡을 비판했다

 

지난 621일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차기 교육감협의회장의 자격으로 이준식 교육부장관을 만났다. 이날 면담에는 당시 교육감협의회장인 장휘국 광주교육감과 이청연 인천교육감, 민병희 강원교육감이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 교육감들은 교육감협의회의 연구 및 정책 기능 강화(전문위원제 도입), 계약직 전문가 채용 등 교육감협의회의 조직과 정원 확대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중앙정부(교육부)에 협조와 예산을 요청하였으며, 이준식 장관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지원방안을 모색하겠다며 긍정적 답변을 주었다. 

 

그러나, 720일 교육감협의회의 임원단 간담회와 8월 24일 교육부 방문 등을 통해 거듭 교육감협의회의 역할 제고와 그에 따른 재정 지원 등을 요청하였으나 교육부는 아무런 답이 없다. 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일국의 교육부 장관이 적극적 검토 즉 사실상 지원 약속을 해놓고 6개월이 다 가도록 어떻게 아무런 답을 주지 않느냐며 교육부의 행태에 답답해했다.

 

기다림에 한계를 느낀 교육감협의회에서는 급기야 1122일 거듭 재정 지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교육부에 보냈으나 여전히 아무런 회신이 없다. 기자가 127일 전화로 교육부 입장을 물었으나 담당 과장은 답변하기 곤란하다. 계속 협의해 나가고 있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교육감협의회, 2006년 법정기구로 출범했으나 갈 길 아직 멀어 

 

교육감협의회는 2006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개정을 근거로 20081월 창립총회를 열고 법정기구로서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교육감직선제가 시행될 때까지 교육감협의회에는 시도지사협의회와 같은 집행 실무단위(사무국)도 없었고, 업무담당자 1인의 사무분장뿐이었으며, 형식적 성격이 강했다.

 

그러다 직선 1(2010.7.1.~2014.6.30.) 때 진보교육감 6명이 당선(경기, 서울, 강원, 전북, 광주, 전남)되면서 교육감협의회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 제기를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이 시작되었고, 직선 2(2014.7.1.~현재까지)에 와서야 정식 사무국(총무과, 정책연구과)이 생겼다. 그러나 누리과정,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아직도 의제에 대한 건의권 정도만 갖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감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교육감협의회가 지방교육자치 발전의 구심점이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고, 다양한 노력을 부단히 했지만, 의안에 대한 건의권이 교육부 장관에게만 있고, 심지어 회신, 응답에 대한 의무규정이 없다협의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전문위원 도입 등 인력확충과 지방교육행정연구원 설립 등이 과제인데,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시도교육정들의 분담금만으로는 규모 있는 사업 수행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현 교육감협의회 회장인 이재정 교육감은 올해는 200612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개정으로 실질적인 교육자치의 근거가 마련된 지 꼭 10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그동안 교육감협의회가 많은 발전과 성장을 하였지만 위상 강화와 정책연구기능 강화라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고 말문을 연 뒤, “교육자치 활성화 및 교육감협의회 발전을 위해, 사무국 조직과 역할이 최소 시·도의장협의회 사무처 수준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협의회의 조직 및 정원 확대에 따른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하여 교육감협의회의 분담금을 50% 증액하고, 이에 상응하는(5:5의 비율) 예산을 교육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도지사협의회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는 교육감협의회의 실상

 

교육감협의회는 시도지사협의회에 비해 참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시도지사협의회는 1125, 해외사무소 파견관 등 총 정원 58명이다. 시도의장협의회도 113과 총 정원 15명이다. 시도지사협의회는 서울 종로에, 시도의장협의회는 서울 용산에 전용 사무공간을 두고 있다. 이에 비해 교육감협의회는 사무실도 없어 교육청 안에 더부살이하고 있고, 3명이 근무하다가 20157월 이후 12과 총 7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7명 모두 파견 인력이다.

 

▲ 같은 지방자치단체협의회임에도 교육감협의회는 시도지사협의회에 비해 참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 김형태

 

안순억 교육감협의회 정책연구과장은 현재 교육감협의회 사무공간은 임기 2년의 협의회 회장 소속 교육청에 두고 있어, 잦은 사무실 이전이 사업의 지속성 및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사무처()를 시도지사협의회와 시도의장협의회처럼 서울 등에 고정으로 마련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교육감협의회에 파견 근무하고 있는 유재 장학사도 국민들의 기대를 잘 알지만 현재의 예산과 조직으로는 설립 목적을 위한 역할 수행이 거의 불가능하다현재 서울, 경기가 14백만원, 기타 시도가 1천만원 분담하고 있는 것을 내년부터 연회비를 증액하여 서울, 경기는 34백만원, 기타 시도는 17백만원 분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 정책기능 강화를 위해 20명 정도의 정책자문위를 구성할 예정이고, 실무적 성격의 정책위원회를 두어 상시적 현안 논의 및 교육자치 발전방안 연구 등 정책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교육감협의회

 

교육감협의회가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교육감들의 손발이 맞지 않아서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교육감들이 똘똘 뭉쳐 한 목소리를 내야 영향력이 있고 파괴력이 큰데, 교육감협의회의  입장 표명이나 정책 결정은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안된다. 일부 교육감의 소극적 태도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협의회 운영이나 예산 분담에서는 규약에도 없는 만장일치의 관행으로 인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누리과정 예산 싸움에서 교육감협의회가 단일대오를 이루지 못하고 각자 행동하는 바람에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의문 채택 하나에도 일부 교육감들이 지역 특성 등 이런 저런 이유로 한 발 빼고, 이름을 드러내 서명하는 것에 부정적인 교육감들이 있어 합의문 채택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그나마 국정 역사교과서 공동선언문 채택은 커다란 성과였다. 지난 1124일 세종시에서 열린 교육감협의회는 모처럼 교육감협의회 이름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 및 폐기를 촉구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해 국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협의회는 국정화를 중단하고, 2017학년도 1학기에는 기존 검정교과서 체제를 적용해 가르치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어떠한 협조도 거부하고, 모든 방안을 강구해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가운데 보수 성향인 대구, 경북교육감이 불참했고, 울산교육감이 현장검토본 내용을 검토한 뒤 대응방안을 정하자는 유보적 의견을 내 합의가 어려워 표결하자는 주장이 있었으나, 교육감협의회장인 이재정 교육감이 정회 후 울산교육감을 설득하여 결의문 채택에 참석자 전원인 15명이 모두 참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 및 폐기를 촉구한다’는 공동성명     ⓒ 교육감협의회

 

교육감협의회가 실질적 결정권을 갖는 의사결정기구로 승격돼야

 

한 교육전문가는 현재 교육감들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만 생각하지 말고 내일을 생각해야 하고 멀리 보고 길게 보아야 한다고 운을 뗀 뒤 교육감협의회가 의사결정기구로 승격되어야 하지만, 그 이전이라도 그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려면 정기적인 교육대토론회 등을 통해 조성된 국민적 여론으로 교육부에 건의만 할 것이 아니라 실행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하고, 공동현안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국회, 대학교육협의회와도 정례적으로 협의를 진행하는 등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는 협의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교육감협의회가 중앙정부에 정책개선안을 활발하게 제안하고 있지만, 조직이 미약하여 역할 수행에 많은 제약이 있다. 반면에 시도지사협의회는 사무처 조직을 강화하고 업무 범위를 확대하여 대정부 정책 건의와 정책개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지방교육 활성화와 지방교육자치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교육감협의회의 조직과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교육감협의회는 시도교육자치에 관한 최고 협의기구이기에, 이에 걸맞는 위상이 부여되어야 한다. 국가 차원의 교육정책은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국민적 합의 하에 정하고, 유초중고 교육의 시행에 관련된 구체적 권한은 시도교육청에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발전 방안 연구라는 논문을 쓴 충북대학교 나민주 교수는 교육감협의회가 17개 시·도교육청을 대표하는 공식적 법정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정책 기획과 지원 조직이 미흡하다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시도지사협의회나 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같이 조직 및 정원의 확대와 이에 대한 체계적인 규정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에서도 재정 지원 등을 강화하고, 협력적 상호소통을 통해 교육감협의회의 역할 강화 및 기능 활성화를 통해 지방교육 발전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지난 11월 24일 세종시에서 열린 교육감협의회     ⓒ 교육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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