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야기] 산업용보다 21%나 비싼 학교전기요금

이충익·경기 의정부여중 교장 | 기사입력 2016/09/1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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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산업용보다 21%나 비싼 학교전기요금
'찜통 교실' 에어컨 있으나마나
이충익·경기 의정부여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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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9/1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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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교실' 에어컨 있으나마나

 날씨가 더워지면 학생들의 건의사항은 대부분 '찜통 교실' 관련이다. 찜통 교실 문제는 매년 제기되지만, 학교에서는 특별한 해결책이 없다. 학교예산은 인건비의 자연 상승으로 해가 지날수록 올라가고, 그만큼 교수학습활동비와 공공요금·시설유지 비용 비중은 줄어드는 구조다. 게다가 지난해부터는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학교기본운영비가 일괄 삭감되어 전기, 가스, 상하수도 등 공공요금 예산도 줄었다. 

 

 

 

 내가 있는 학교는 전기요금에 특히 더욱 민감하다. 교육과정 특성상 전기와 상·하수도 요금이 많이 발생한다. 6년차 혁신학교로 교육목표인 생태적 삶을 실천하기 위해 학교운동장에 텃밭과 논을 만들어 자연친화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학년도의 학교 기본운영비는 인건비 34%, 공통운영비 16%, 공공요금 17%, 시설유지 17%, 교수학습활동비 16% 등으로 편성돼 있다. 공공요금의 대부분인 전기와 상하수도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교수학습활동비보다 많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공공요금 예산을 삭감하면서, 가장 걱정됐던 부분이 여름철 찜통 교실이었다. 한정된 예산 범위 안에서 생각해낸 고육지책이 에어컨 가동시간을 학급당 3시간으로 한정하되, 가동시간은 학급에서 선택하게 해서 학생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 했다. 개학 후 2학기에 들어서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져 1교시부터 에어컨을 가동했고, 전기요금을 줄이는 방법으로 단축수업을 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전기요금을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전기요금 덕분에 아침마다 날씨를 확인하는 버릇도 생겼다. 

 

 현행 전기요금체계는 초·중등학교가 냉·난방비를 아껴 써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기본요금이 전기요금의 43%를 차지하는데, 기본요금 적용 전력의 결정은 1년 평균 전력이 아니라 직전 12개월 중 피크전력과 당월 피크전력 중 높은 것을 적용해 결정한다. 특히 학교는 냉·난방용 전기 수요가 전체 전기 사용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어 여름에 사용하는 에어컨 사용에 따라 전기요금이 결정되기에 많은 학교에서 여름에 에어컨을 가동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교육용 전력 사용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크전력 사용량을 기준으로 한 불합리한 기본요금 산정방식 때문에 교육용 전기요금의 실제 부담단가(kWh129.1)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실제 부담단가(kWh106.8)보다 21%나 비싸다. 

 

 학교 교육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일하게 될 일꾼이 양성된다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교육용 전기요금이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더 비쌀 이유가 없다.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가정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누진세 등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학교전기요금제 문제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국회와 시도교육청, 교육단체 등 여러 곳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기회에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현행 학교 전기요금 산정 방식이 하루 빨리 시정, 개선돼 학생들에게 보다 쾌적한 교육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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