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원노조법 개정 내용을 알아본다 2

최대현 기자 | 기사입력 2016/07/11 [14:54]
정책이슈
교사정치기본권 다시 찾기
■ 교원노조법 개정 내용을 알아본다 2
"교육정책은 안 된다" 14년 간 단협 중단... '쟁의행위 금지'도 교원노조 무력화에 한몫
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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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7/1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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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은 안 된다" 14년 간 단협 중단... '쟁의행위 금지'도 교원노조 무력화에 한몫

▲ 2002년 이후 14년 동안 단체교섭은 단 한 차례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교육정책 등과 관련한 내용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자의적인 교원노조법 해석을 내세우는 등 교육부가 교섭을 해태해기 때문이다. 사진은 2003년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는 교육부.     © 최대현 기자



 "실제로 이렇게 됐으면 좋겠네요. 하하"

 지난 달 9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보수 성향의 학부모시민단체연합 출범식에 갔다 온 전교조 한 조합원의 말이다. 이 날 행사에 참석한 학부모대표가 실제와 다르게 전교조와 교육부의 단체협약을 과장했기 때문이다. "전교조 합법화 이후 교육공급자(교사, 관료)끼리 27년간 단체협약 이름으로 근무조건을 넘어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했다."(이 아무개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상임대표)

 그러나 이 대표의 말은 틀렸다. 전교조가 1999년 7월 '교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에관한법률'(교원노조법)에 의해 합법화가 된 뒤, 교육부와 맺은 단체협약(단협)은 안타깝게도 3번에 불과하다.
 
 단협, 합법화 뒤 단 3번


 전교조와 교육부가 '노동조합의 꽃'이라 불리는 단협을 처음 맺은 것은 지난 2000년 6월 10일. 합법화 1년 만이었다. 모두 41조 49조로 된 첫 단협은 조합 활동의 보장(3조)과 조합비 일괄공제(6조) 등 노조 활동 보장을 담았다. 또, 교사들의 보수와 근무조건·후생복지와 관련한 내용도 포함됐다. 교원 보수를 연차적으로 중견기업 수준으로 인상(8조), 생애주기 반영한 생활급 보수체계 도입 등 교원 보수 체계 개편안 마련 추진(9조), 초등교원 보전수당 가산금(11조), 보직교사와 학급담임 교사 수당 인상(12조), 여성교원 보건휴가 실시(33조) 등이 눈에 뛴다. 그 뒤 2002년까지 매년 교섭을 진행해 2001년 12월 28일과 2002년 12월 30일에도 단협을 체결했다. 이 단협에서는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교원법정정원 확보, 무상교육, 소규모 초등학교 교과전담교사 배치 등 교육정책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2002년 이후 14년 동안 단체교섭은 단 한 차례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교육정책 등과 관련한 내용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자의적인 교원노조법 해석을 내세우는 등 교육부가 교섭을 해태했기 때문이다.

 현행 교원노조법 6조는 교원노조가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의 임금, 근무 조건, 후생복지 등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에 관해서' 교섭하고 단협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교육부가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2010년 8월 '교원노사관계 선진화'라는 내부지침을 만들더니 2002년까지 3차례의 단체협약 때와 달리 △교육정책 및 교육과정에 관한 사항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 등은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계획에 따라 교육부는 전교조가 제시한 교섭요구안 105개 조 가운데 55.2%에 달하는 58개 조를 교섭요구안에서 빼라고 했다. 사실상 "교섭을 하지 말자"는 얘기였다.
 
 교육정책 '노동조건에 영향 주는 핵심'

 그러나 교육부와 한국교총이 지난해 11월 9일 맺은 '2013~15년도 교섭협의 합의서'를 보면 교원평가제 개선과 학교성과급 폐지, 교장공모제 지정 비율 축소, 인성교육 활성화 등을 담았다. 교육정책과 관련한 내용을 합의한 것이다. 교육부가 '이중 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이유다.

 교육부는 한국교총의 설립 근거인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11조에 명시된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지위향상을 위해 교섭·협의한다'를 바탕으로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나명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정책위원장은 "교섭에서 교육정책과 교육과정 등을 제외하는 것은 교원노조의 권한과 책임을 축소시키기 위한 것이다. 교육부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논리"라고 지적하며 "교육정책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교원들과 논의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이번 교원노조법 개정안 6조에 교육정책에 관한 사항도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명시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사립학교의 경우, 법인들이 연합체를 구성해 교섭에 응하도록 하는 규정이 개별 사립학교들의 교섭 해태의 구실로 활용되는 만큼 개별 법인들도 교섭에 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했다. 현행 사학법인 교섭 주체 규정 탓에 사립 단협은 지난 17년 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대전의 교원노조와 사학법인들이 지난 2007년 맺은 것이 유일한 사립 단협이기 때문이다.
 
 "쟁의 허용해도 학습권과 조화 가능"

 정부가 교섭을 외면해도, 또 교사들의 노동조건과 성과급 확대, 연금 개악 등 사실상 임금을 깎는 정책을 펴도, 교원노조는 다른 노동조합처럼 '파업'이라는 수단을 쓸 수도 없다. 교원노조법 8조는 파업과 태업은 물론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일체의 쟁의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게다가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규정도 있다.

 전교조가 네이스(NEIS)와 교원평가 도입, 공무원연금 개악 등의 주요 사안에 파업 대신 같은 날 휴가를 내고 집결하는 '연가투쟁'을 4~5차례에 걸쳐 벌인 이유다. 이마저도 정부는 "집단행동을 했다"면서 연가투쟁에 참여한 조합원 징계 조치를 시·도교육청에 요구했다.

 강영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교원의 노동기본권 가운데 단체행동권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필수적 권리"라며 "노동기본권과 학생의 학습권은 어느 한 쪽을 위해서 다른 한 쪽을 완전히 희생시켜야 하는 관계가 아니므로, 두 권리가 조화될 수 있도록 단체행동의 절차와 방법 등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교조는 교원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수도·전기·가스 등 공익사업장 수준의 쟁의행위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교원노조법의 쟁의행위 금지조항을 삭제하고 일반노조법의 공익사업의 범위(71조)에 '교원의 학생들에 대한 교육사업'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캐나다와 프랑스, 핀란드, 네덜란드, 미국 일부 주, 영국 등 대부분의 다른 나라도 교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면서 특정한 요건에서 제한을 하고 있을 뿐이다. 영국 교원노조(NUT)가 연금 개악에 반발해 파업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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