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교육적 해결' 우선해야

강성란 | 기사입력 2016/07/0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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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교육적 해결' 우선해야
비폭력 대화로 갈등 중재 나선 경기 선행초등학교
강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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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7/0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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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대화로 갈등 중재 나선 경기 선행초등학교
학교전담경찰관의 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참에 학교폭력대책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비폭력 대화를 바탕으로 공동체 구성원들 간 갈등을 해결하는 한 초등학교의 학교폭력 대책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기 선행초는 학생을 '관리'의 대상으로만 볼 뿐 '교육적 해결'이 끼어들 틈이 없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원회)를 회복적 차원의 학교중재위원회(중재위원회)로 변형해 운영하고 있다.
 
중재위원회는 갈등 당사자 모두를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이들의 분쟁을 중재하거나 조정해 갈등을 해결함으로써 당사자 모두의 회복에 의미를 둔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닌 이해 당사자 간 갈등 문제인 만큼 주변의 모든 시스템은 치유와 회복에 집중한다.
 
▲ 선행초 학부모들이 비폭력대화 동아리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선행초는 교사와 학부모 연수, 학생 수업을 통해 비폭력대화를 생활화 하고 있다     ©강성란

중재위원회의 목적이 치유와 회복에 있는 만큼 신청자는 중재위원회를 소집하기 전 사전 단계를 이행해야 한다.
 
사전 단계에서 신청자는 담임교사나 담당교사, ‘기린마을’ 중재자와 함께하는 응급 공감의 시간을 1회 이상 가져야 한다. 응급 공감이 부족한 경우 기린 마을에서 중재의 과정(사전 중재, 본 중재, 사후 중재)을 거치되 횟수는 이해 당사자(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원하는 만큼으로 한다.
 
이 같은 사전 단계를 거쳤음에도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을 경우 한국비폭력대화센터 등에 소속된 전문가 중재위원이 함께하는 본격적인 중재위원회가 소집되어 회복적 정의에 입각한 사전 서클, 본 서클, 사후 서클 등(회복적 서클은 갈등 당사자들을 한 명씩 만나는 사전 서클, 모두가 한 자리에서 만나는 본 서클, 이후 상황을 확인하는 사후 서클로 이루어진다)이 진행된다.
 
본 서클을 진행한 뒤 참가자들은 반드시 ‘이행 합의서’를 작성해 나의 회복과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 내용을 정하고 이를 사후 서클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해 실천 약속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일정의 종료 전에 중재위원회를 소집해 과정을 공유한 뒤 정리된 내용을 갈등 당사자에게 전달하게 된다.
 
중재위원회 신청자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선행초의 ‘기린 마을(비폭력 대화를 기린의 언어라고 부른다)’은 학교 구성원 누구나 찾아와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 해 학교 예산 문제로 상담교사 채용이 어려워지면서 학교 내 ‘기린 마을’을 열었고 수원 비폭력센터에서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 기린마을은 선행초 구성원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 공간이다     ©강성란

교사들에게는 수업 중에 아이들 간 다툼이 있어 중재와 수업을 동시에 진행하기 어려울 때 기린마을을 활용해 달라고 알린다. 반신반의하며 기린마을로 아이들을 보냈던 교사들도 ‘분노 게이지’가 뚝 떨어져 돌아온 학생들을 보며 ‘기린마을’에 마음을 열었다. 학교를 찾아와 무조건 관리자를 찾던 학부모에게도 우선 ‘기린마을’에 가볼 것을 권했다. 처음에는 관리자를 바라보며 자신의 말을 하던 학부모가 옆에서 폭풍 공감하는 기린마을 담당 교사에게 시선을 돌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제 ‘기린마을’은 선행초 구성원 누구나 찾아와 마음 속 어려움을 털어놓는 공간이 됐다. 친구와 다툰 뒤 해결되지 않을 때 아이들은 스스로 기린마을을 찾았다. 아이 문제로 ‘학교를 찾겠다’고 벼르는 학부모에게 주변 엄마들이 ‘우선 기린마을로 가보라’는 조언을 해줄 만큼 기린마을은 이 학교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김희정 선행초 교사는 “올해 규정이 시행된 뒤 한 번도 중재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재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던 이들이 기린 마을에서 진행한 공감과 중재 과정만으로도 ‘만족’을 표하며 돌아갔기 때문이다.
 
김희정 교사는 올해 체육, 음악 등 교과가 아닌 ‘비폭력대화’ 전담 업무를 하고 있다. 6학년 비폭력대화 수업을 하고 학부모 상담 및 학생 상담을 지원한다. 학교폭력 업무도 그의 몫이다.
 
그는 처벌 위주의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규정을 비폭력대화가 일상화된 학교 분위기를 반영해 고칠 수는 없는지 고민하며 도교육청에 문의한 후 중재위원회 규정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학폭법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았다. 중재위원회 위원인 학교전담경찰조차 ‘회복적 사법제도를 적용한 규정’이라며 신기해했다.
 
선행초는 ‘기린마을’로 대표되는 학교 내 비폭력 대화 분위기의 안정화를 위해 오는 6일 한국비폭력대화센터와 MOU를 체결한다.
 
김희정 교사는 최근 발생한 부산 학교전담경찰관 성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 안타깝다”면서 “몇 시간만 공감하고 연습하면 된다. 상담 선생님 만나고 학교폭력 관련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은 일시적이지만 교사가 하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아이들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튕겨내는 안전망이 될 수 있다”는 말로 ‘처벌’ 이전에 ‘공감’ 과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도교육청 차원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위한 매뉴얼을 지원하고, 공감 과정만 제대로 둔다면 갈등이나 폭력의 상당 부분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폭 담당자 연수에 가면 ‘이렇게 안 하면 교사 책임이다’, ‘학교가 독박 쓴다’는 등의 강의를 듣는 것이 현실”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교사들이 ‘자신이 다치지 않는 방식’으로 실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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