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원노조법 개정 내용을 알아본다 1

최대현 기자 | 기사입력 2016/06/29 [14:43]
정책이슈
교사정치기본권 다시 찾기
■ 교원노조법 개정 내용을 알아본다 1
'해고자' 핑계로 법외노조… 다시 '해고'
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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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6/2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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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핑계로 법외노조… 다시 '해고'
▲ 2011년 교사,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해 1인 시위에 참여한 배우 문성근씨.     © 최대현 기자
 
  '해고 악순환'… 정치활동 금지 조항도 악법

 34명. 올해 전교조 노조전임을 한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한 교사 수다.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한 전교조를 교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교원노조법)상 노조가 아니라며 법외노조로 만든 박근혜 정부가 다시 법외노조를 핑계로 대량해고를 했다. 전교조 탄압의 '악순환'을 만든 것이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이번에 부당해고된 변 위원장 등 선출된 전교조 집행부도 전교조 조합원이 될 수가 없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가 부당하게 해고된 교사는 학교는 물론 노조에서도 떠나라는 얘기다.

 교원노조법은 지난 1999년 1월29일 제정됐다. 그리고 같은 해 7월1일 시행됐다. 법제처가 운영하는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이트에서 교원노조법 제정 이유를 보면 "그동안 제한돼 왔던 교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함으로써 보편화된 국제노동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고,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교원의 노동기본권 보장방안을 존중해 그 보장범위와 단체교섭의 구조 등을 정하려는 것"이라고 돼 있다.
 
 국제기준 미달 반쪽짜리 교원노조법

 그러나 교원노조법은 교원의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노동기본권을 제약했다. 대표적인 조항이 전교조 법외노조의 근거가 된 2조다. 이 2조는 교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교사를 가입 당시 학교에서 일하는 교사로만 했다. 이는 법 제정 이유에서 언급된 국제노동기준과 어긋난다. 왜냐하면 국제기준에 의하면 '해직자도 조합원'이기 때문이다. 한국노동법학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해직교사의 교원노조 가입을 막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지난 2002년 327차 보고서에서 "조합원 자격 요건의 결정은 노동조합이 그 재량에 따라 규약으로 정할 문제이고 행정당국은 노동조합의 이러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어떠한 개입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ILO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에 2차례나 긴급 개입을 했다. 헌법재판소가 2조에 대한 합헌 판결을 할 때,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도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교원노조 및 해직 교원이나 구직 중인 교사자격취득자 등의 단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법 제정 당시 노사정위가 합의한 방안도 해직교사의 노조 가입의 길을 열어놓는 것이었다. 노사정위의 1998년도 활동현황 58-59쪽에서 해고자·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을 인정하는 입법이 이뤄지면 같은 초기업단위노조인 교원노조도 해고교원의 가입을 인정하기로 했다. 당시 정부측 실무 담당이었던 김소영 책임전문위원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4년 법원은 해고자·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 가입을 인정했다. 하지만 법 2조는 제정 당시 내용 그대로다.
 
 전교조는 초기업단위 노조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것을 막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대 국회 때, 2조를 고치는 개정안 2개가 제출됐다. 해직교사도 조합원이 되도록 하거나(당시 한명숙 민주통합당 의원 대표발의) 교원자격증을 가진 사람과 대학교수까지 조합원 대상으로 하는 내용(당시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표발의)이었다. 이 법안들은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위협을 가하던 시기인 지난 2013년 4월과 10월 각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됐다.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의 2심 판결 전에 국회가 법을 개정했다면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내몰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당은 물론 야당 차원에서도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2년이 넘게 환노위에 계류돼 있다가 19대 국회가 폐회되면서 해당 개정안도 자동으로 사라졌다.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이 지난 23일 국회토론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인 탄압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국회가 19대에서 문제의 조항을 고쳤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조합원 자격, 행정당국 간섭 안돼

 전교조는 현재 노조 가입 대상을 교원자격증 소지인은 물론 대학교수와 예비교사, 교육기관 및 교육단체 종사자까지 넓히는 안을 유력한 개정안 내용으로 삼고 있다. 전교조는 1989년 창립이후 합법화되기 전 10년 동안은, 적지 않은 대학교수와 행정실 직원, 전교조 상근활동가 등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부여한 적이 있다. 법외노조를 계기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라는 산별 형태에 맞게 조합원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재합법화의 길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교원노조법은 전교조의 정치기본권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3조를 보면 '일체의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됐다. 이 조항 역시 18년 동안 단 한 번도 고쳐지거나 삭제된 적이 없다. 일제고사 등 경쟁을 강화하고 민주주의를 되돌리는 식의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이나 대통령 비판, 진보정당 지지 등의 전교조 활동이 탄압을 받는 빌미가 됐다.

 정부와 여당이 자신들은 교원들의 노동조건과 교육철학 등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정책을 만들면서도, 이에 대응하는 교원노조는 어떤 정치활동도 못 하도록 법에서 못 박고 있는 것이다. OECD 국가 가운데 노동조합의 정치활동 일체를 금지하는 입법례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강영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3조는 교원노조 활동의 본질적인 부분을 제약하는 규정"이라며 "교사 시국선언 등을 처벌할 때 직접적인 적용 법조항인 국가공무원법 집단행동 금지에 대한 개정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도 이에 맞춰 교원노조법 개정안에 3조를 삭제해 정치활동을 보장받는 내용을 담았다. 전교조는 "사용자인 정부가 참교육을 가로막는 정책을 강행할 때 대항세력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정치활동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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