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야기] 90% 교사 들러리 세우는 나쁜 '교육활동 우수교사 가산점' 반대

진영욱·경남 창원명곡고 | 기사입력 2016/06/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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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90% 교사 들러리 세우는 나쁜 '교육활동 우수교사 가산점' 반대
진영욱·경남 창원명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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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6/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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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활동 우수교사 가산점? 낯설지 않다. 아니 어디엔가 분명히 있을 것 같은, 있어도 하나만 있을 것 같지 않은 아주 흔한 이름이다. 하지만 이 녀석은 2016년 봄, 경남에서 불쑥 태어났다. 불쑥 태어났다는 건 어폐가 있다. 분명 오래 전부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태어났을 것이다. 어느새 학교는 그런 곳이니까.

 경남교육청은 2016년부터 국공립중등학교 및 특수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 중 10%를 선발하여 '교육활동 우수교사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전혀 바라지 않던 일이다. '행복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경남교육이다. '상벌점제 폐지'를 공약했던 경남교육청이다.

 왜곡된 승진가산점과 잘못된 승진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선의(?)가 있었다고 들었다. 승진가산점과 승진제도, 분명 문제가 많다. 왜곡된 승진가산점과 잘못된 승진제도를 통해 교장과 교감이 된 이들이 몸소 증명하는 바다. 점수로 교장, 교감이 되다 보니, 학생도 교사도 모두 점수를 따지려 한다. 거기에 경남교육청이 '교육활동 우수교사 가산점'이라는 나쁜 점수를 또 보탰다.

 우리나라 교육의 폐단은 한마디로 평가(점수) 제일주의에 있다. 그것도 오로지 상대평가다. 1등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꼴찌를 만들어야 하는 상대평가가 교실과 교무실에 넘쳐난다. 누구는 1등을 하는데 너는 왜 꼴찌를 하냐는 게 상대평가의 논리다. 평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평가를 받은 사람이 모두 감당해야 한다. 누군가가 꼴찌를 하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1등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절대 안 한다.

 교육활동 우수교사 가산점도 철저한 상대평가다. 10%의 우수교사를 위해 무려 90%의 교사가 들러리를 서야 한다. 승진(?)에 뜻이 없어 굳이 승진가산점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굳이 90%의 들러리에 포함돼야 한다. 그래야 10%의 교사가 승진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산점 제도를 보다 완벽하게 운영하지 못해서 승진제도가 왜곡된 것이 아니다. 애초에 점수로 승진(?)할 사람을 뽑는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 가산점으로 왜곡된 승진제도를, 또 다른 가산점으로 개선하겠다는 건 마치 어떤 문제를 폭력적으로 해결하는 건 문제가 있으니 그 문제를 다른 폭력적 방식으로 바로잡겠다는 것만큼이나 어리석다.

 근평, 교원평가, 성과급…… 정확한 기준도 알 수 없고, 내가 왜 그 점수와 등급을 받았는지 모를 평가가 학교엔 이미 넘쳐난다(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다). 거기에 '교육활동 우수교사 가산점'까지 보태선 안 된다.

 혹시 또 하나 더해지는 나쁜 가산점에 학교가 별 저항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학교가 이미 의미 없는 평가에 병들 대로 병들어서 최소한의 저항력마저도 상실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임도 놓치지 말자.

 한 가지 다행인 점은 경남교육청은 청와대나 교육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남교육청이 청와대처럼 무책임하고, 교육부처럼 무능할 리 없다. 경남교육청이 정책적인 오판과 진행 과정상의 오류를 인정하고 승진제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학교 현장과 함께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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