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위의 단상] 어떤 마음으로 사립문을 열까

이상대·서울 금옥중 | 기사입력 2016/06/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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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위의 단상] 어떤 마음으로 사립문을 열까
이상대·서울 금옥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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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6/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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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계와 관련하여 이런 이야기가 전한다. 퇴계는 스승의 청을 받아들여 스승의 나이 어린 딸을 아내로 맞아들였다. 퇴계는 어린 아이 같은 아내를 감싸주며 평생 남편의 도리를 다했다. 한 번은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은 제자가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편지를 써주며 말했다. "편지를 여기서도, 집안에서도 말고 사립문 앞에서 읽게." 제자는 의아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스승의 당부대로 사립문 앞에서 편지를 펼쳤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립문은 가정과 세상의 경계 지점이네. 가정은 세상의 가치가 적용되지 않는 또 다른 세상이지. 그러니 집 밖에 있었던 울분과 괴로움은 안으로 들이지 말고 사립문 앞에서 마음을 정화하고 들어가야 하네. 이것이 내가 사립문 앞에서 편지를 읽으라고 한 연유네."

 학교의 '사립문'은 교실 문이다. 작금에도 퇴계의 당부는 여전히 유효하다. 교실은 새로운 가능성이 내재된 '또 다른 세상'이다. 항아리처럼 텅 빈 순백의 공간이기도 해서 채우는 내용에 따라 다른 의미로 태어난다. 교사의 사사로운 감정이나 욕심이 앞서는 순간 항아리는 금이 간다. 학생들이 교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종종 이 사실을 간과한다. 그래서 수업 준비가 덜 되었다거나 예의가 없다며 화를 내기 일쑤다. 화는 미움을 부르고, 미움이 커지면 '힘'에 기대게 된다. 교사가 힘을 부리면 부릴수록 학생들은 반항하게 된다. 노자는 말한다. "뛰어난 교사는 힘 있는 교사가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런데도 진정 힘이 있다. 보통의 교사는 힘을 지니려고 한다. 그런데 넉넉함을 지니지 못한다."(배움의 도/파멜라 메츠) 

 학교의 사립문을 들어설 때 교사는 온전히 '교사'로서 들어서야 한다. '오늘 내 수업은 어떤 배움을 일으킬 것인가' 교사의 흥미와 기대감이 학생들의 의욕을 자극한다. 그날 수업의 성패는 교실 문을 여는 그 순간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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