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야기] 정치놀음에 눈 팔린 교육부

남희정·강원 삼화초 | 기사입력 2016/04/2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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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정치놀음에 눈 팔린 교육부
남희정·강원 삼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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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4/2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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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시작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던 그 날.

 1학년 친구가 손가락을 내밀어 내 가슴을 가리켰다."어! 세월호다." 내심 놀랬다. 세월호 리본을 알아보다니…

 아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세월호를 교사가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 이참에 좀 더 준비를 잘해보아야겠구나 마음먹고 있는데 공문이 날아왔다.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 계획 알림' 반가웠다. 현장 분위기를 어쩜 이렇게 잘 읽어낼 수 있을까. 3월 말 도교육청에서 시행한 공문이었다. 이 공문 하나로 어떤 학교에는 세월호 현수막이 걸렸고, 어떤 학교는 월요일 조회 시간에 세월호 추모 묵념을 넣기도 했다.

 그런데 4월 7일 교육부는 '소위 전교조의 416자료 활용 금지' 안내 공문을 내려 보냈다.'교육의 중립성 확보 및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다는 이유였다. 안 그래도 공문대로 움직이는 학교현장에 마치 전교조 교사들이 하는 세월호 수업은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아이들을 선동하는 것인 양 빨간색 입히기를 한 것이었다. 교육을 고민해야 할 교육부가 앞장서서 전교조를, 세월호 교육을 정치적인 것으로 몰아댄 격이다. 거기에 마녀사냥까지 더해 기어코 징계 하겠다고 한다. 416교과서가 뭐가 문제냐고 되묻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부장관에게 정말 묻고 싶다. 416교과서를 읽어보기나 했는지. 박근혜 정권의 뜻에 따라 역사교과서를 입맛대로 수정해서 교육의 중립성과 학생의 학습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경험이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 줄 아는가 보다.

 그런데 웬걸, 생뚱맞게 올해는 독도교육주간을 실시하고 실적도 제출하라는 공문을 4월 12일 내려 보냈다. 작년까지만 해도 4월 말 독도 교재 보급을 위해 필요하니 학교현황 정도 제출하라 했던 교육부가 난데없이 독도교육주간을 4월 11일부터라고 선포하더니 실적까지 내라고 한다.

 우연일까? 박근혜 정권도 독도교육주간은 싫어할텐데… 내려보낸 공문에 의하면 '일본의 부당한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 함양'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박근혜 정권이 일본의 부당한 주장에 굽실거리며 합의한 외교참사, 일본군 위안부 한일합의는 미처 생각지 못했나 보다.

 정권 눈치나 보며 교육은 뒷전이요 학교현장에 색깔 입히기에나 급급한 지리멸렬한 교육부의 독도교육? 교육과정 운영상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필요한 방법으로 실적이 아닌 교육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하겠단 의미로 거부한다. 아직도 이런 교육은 하고 이런 교육은 하지 말라고 시시콜콜 일러주는 교육부, 세월호 계기 수업한 교사들을 징계하라고 하면서 감히 세월호 추모식에 뻔뻔하게 나타나 아이들 이름을 들먹이는 교육부장관.

 뻑하면 전교조가 정치적이라고 한다. 덮었으면 좋겠는데 끈질기게 진실을 들춰내는 행위, 시키는 대로만 하면 좋겠는데 자꾸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행위, 바보처럼 속아주지 않고 옳은 게 뭐냐 따져 묻는 행위, 적당히 눈감고 편하게 살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 편에 서서 힘듦을 실천하는 행위. 이런 행위가 정치적인 거라면, 학습권을 침해하는 거라면, 난 계속 전교조가 정치적이길 바란다. 오히려 정치적이어서 자랑스럽다.

 언젠가는 정권 눈치 보지 않고, 학교현장에 방해만 되는 교육부가 아닌 인륜지대계인 교육을 제대로 세워내는 진정한 교육부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그래서 나는 528 교사대회에도 꼭 갈 거다. 분명 교육부는 이때도 징계운운하면서 공문 시행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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