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지대계를 일년지계로 만든 차등성과급15년, '폐지'가 '답'

김용섭·전교조 부위원장 | 기사입력 2016/03/1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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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지대계를 일년지계로 만든 차등성과급15년, '폐지'가 '답'
김용섭·전교조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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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3/1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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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一年之計 莫如樹穀(일년지계 막여수곡)
 十年之計 莫如樹木(십년지계 막여수목)
 終身之計(百年之計) 莫如樹人
 (종신지계(백년지계) 막여수인)
 一樹一獲者穀也(일수일획자곡야)
 一樹十獲者木也(일수십획자목야)
 一樹百獲者人也(일수백획자인야)

 
 "1년의 계획으로는 곡식을 심는 것만 한 것이 없고, 10년 계획으로는 나무를 심는 것만 한 것이 없고, 평생의 계획으로는 사람을 기르는 일 만한 것이 없다. 한 번 심어 한 번 거두는 것이 곡식이고, 한 번 심어 열 번 거두는 것이 나무이며, 한 번 심어 백 번 거둘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중국 전국시대 후기의 제자백가 제나라 관중(管仲)의 말이다.
 

 2016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 중 핵심의 하나는 교원에 대한 성과급의 전면적 확대 정책으로, 보수 정권 들어 교사 공무원을 비롯 공공부문 전 영역에 걸쳐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특히 작년 10월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 강화 방안', 12월 '직무와 성과 중심의 공무원 보수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하며 성과급제 확대 강화를 예고하더니, 급기야 2016년 1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고 '성과미흡자'에 대한 퇴출 시스템 도입까지 추진하고 있다.

 실상 학교 교육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1년 단위로 단절되는 것이 아니다. 성과급은 '교육백년지대계'는 고사하고 1년 단위로 교육의 성과를 판단한다. 이는 학교 사회를 근시안적 성과에 매몰되게 하고, 끝내 학생들을 교사의 성과 경쟁의 희생물로 만들고 학습 노예로 전락시키고 말 것이다. '교육'은 없어지고 교사 상호간의 경쟁과 맹목적인 충성만 난무하게 될 것이며, 학생들도 당장의 눈앞에 나타나는 성과를 위해 달려가는 것이 인생에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오인하며 성장하게 될 것이다.
 

 학교 사회에 성과급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95년이었다. 당시에는 학교 구성원 중에서 성과가 우수한 10%의 교원에게만 쥐꼬리만한 성과급을 지급하였고, 나머지 90%는 성과 미흡자가 되는 제도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성과급의 존재는 교사들의 인식 밖이었다. 모든 교사들을 서열화시키며 본격적으로 전체 교사에게 성과급이 지급된 것은 2001년인데, 교사들을 줄 세우는 성과급제도 폐지를 외치며 전국에서 4만6000여명이 172억여 원의 성과급 반납 투쟁을 전개하였다. 반납 투쟁은 이후에도 이어지며 2006년에는 11만7000여명의 교사들이 성과급 반납 의사를 밝히며 학교 교육을 파탄내고 교사들의 자긍심을 무시하는 성과급 제도 폐지 투쟁에 나섰다. 이후 반납 투쟁 전술이 사그라지는 틈을 비집고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강행하던 정권은 성과급 차등폭의 지속적 확대, 학교 성과급 신설 및 학교성과급 차등률 확대 등으로 경쟁 구도를 강화하였으나, 전교조에서는 학교 전체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균등분배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오며 현장에서 성과급을 무력화하는 투쟁을 전개하여 왔다. 이러한 투쟁은 성과급의 폐해에 대한 교사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2016년부터 성과급 평가와 근무평정을 통합하여 '업적평가'를 도입, 교육공무원 승진규정을 개악하였고 성과급과 승진을 연동하여 강화하겠다며 교사들을 협박하고 있다.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되듯이 성과급 제도는 효과적이지 못하며 생산성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것이 일반화된 정설이다. 다카하시 노부오(성과주의의 허상, 오즈컨설팅, 2007)의 "최악인 것은 성과주의가 일 그 자체의 재미나 즐거움을 앗아간다는 점이다"는 지적처럼 금전적 동기부여는 결국 교사로서의 자긍심마저 상실하게 만들 것이다.

 성과급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협력 구조는 물론, 교육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교육 불순물만 쌓이게 하여 결국 교육의 질 저하와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에서 학교 사회에 성과급 강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교육은 뒷전이고 결국 정부 권력의 입맛에 안 맞는 교사는 퇴출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한국사 국정화 교과서 추진도, 통제교육을 기반으로 한 권력 연장도 아무런 제동없이 강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과급이 금전적 차별을 넘어 전체 교육운동을 옥죄는 기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가는 위기의 시대에 성과급 폐지를 위한 총력투쟁의 신발 끈을 다시 한 번 조여 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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