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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에 신고 당한 대학강사의 근황
 
임승수(작가)   기사입력  2015/10/13 [18:42]
 본업은 작가이지만, 부업으로 경희대학교에서 <자본주의 똑바로 알기>라는 수업을 한다.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 유물론을 다루는데, 어떤 이는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2013년에는 1학년 학생이 마르크스 사상을 가르친다고 나를 국정원에 신고한 일이 화제가 되어 언론을 장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기사가 난 후 내가 쓴 책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판매가 급등해 인세 입금이 쏠쏠했다. 2013년 30명 정도의 수강인원으로 시작한 강의가 2015년 현재는 120명이다. 수강인원을 늘려달라는 학생들의 요구 때문이다. 학기가 끝나면 학생들이 익명으로 강의평가를 한다. 서술형으로 남긴 평가내용이 인상적이다.

 "이를 능가하는 더 이상의 강의는 없습니다" "개선할 점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강의와 교수님에 대한 모독입니다" "쉽게 다뤄지지 않는 시각에서 매우 통찰력 깊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값진 강의이다" "교수님은 반신반인半神半人이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과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을 읽고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물을 읽을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책을 읽고, 충격을 받아 세계관이 달라졌음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 그렇게 쓴 것이라고? 이 수업은 등급을 매기지 않는 Pass/Fail제다. 게다가 학생들에게 솔직한 생각을 적어달라고, 비판적으로 쓰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강의내용과 책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압도적 다수의 학생들은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철학의 놀라운 분석에 충격을 받았으며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서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수강생이 100명이 넘기 때문에 매번 출석을 부르지 못하지만 첫 수업에서는 출석을 다 부른다. 그때 수강신청 이유를 꼭 묻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꿀강'이라고 들어서, 어쩌다 보니 시간표가 맞아서, 그냥 강의평가점수가 높아서 신청했다고 한다. 마르크스에 관심이 있어서 신청했다는 학생들이 있긴 하지만, 그 수는 민망할 정도다.

 왜 이런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가 하면, <자본주의 똑바로 알기> 수업을 하면서 한 가지를 확신하게 됐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모순이 극대화되는 이 시기, 갈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청년들이 고통받는 이 시기, 대안이 요구되는 시기에 정말 부족한 것은 '접촉면'이다. 수업을 들으며 경험하는 학생들의 의식 변화는 가르치는 내가 당황스러울 수준이다. 단지 학생들은 이런 내용을 접할 기회가 없었을 뿐인 것이다. 최근에는 고등학교에서도 특강으로 자본론을 가르치는 기회가 있었다. 미국에서 사회주의자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부상하고 영국 노동당의 당수로 선출된 사람이 적기가를 부르는 시대다. 다른 것 말고, 이런 것도 좀 영미권 트렌드 따라가 보자. 의식 변화의 접촉면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들이 바로 교사 여러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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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0/13 [18:42]  최종편집: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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