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교사 검찰 기소, 대부분 '무죄'

최대현 | 기사입력 2015/01/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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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교사 검찰 기소, 대부분 '무죄'
[현장] "그런데, 징역형이라니 실망...2심 완전 무죄 기대"
최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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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1/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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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그런데, 징역형이라니 실망...2심 완전 무죄 기대"
▲ 22일 서울중앙지법의 이른바 새시대교육운동에 대한 판결에 대해 전교조 교사 공안탄압 저지 공대위가 오후 법원 앞에서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최대현

“징역 1년6개월, 자격정지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에 처한다.”
 
23일 오후 2시4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425호 법정실. 제23형사부(재판장 조용현)가 이같이 판결하자, 숨죽여 지켜보던 50여명의 방청객들은 일제히 “아~”하는 탄식을 쏟아냈다. 징역이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한 반응이었다.
 
재판을 지켜본 손충모 전교조 전 대변인은 “핵심인 이적단체나 이적동의는 무죄라고 했다. 그런데 전부도 아니고 이적표현물을 지니고 있다는 공소사실 일부를 이유로 징역을 선고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정부의 종북몰이 눈치를 보고 사상 검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 주장 핵심인 이적단체 구성·이적 동의 ‘무죄’
 
실제로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서 박미자 전 수석부위원장 등 전교조 4명의 교사에 대해 검찰이 핵심으로 주장한 이적단체 구성과 이적동조 혐의를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들 교사들이 구성해 활동한 ‘변혁의 새시대를 열어가는 교육운동 전국준비위원회’(새시대교육운동)에 대해 “검찰이 제출한 새시대교육운동의 전신이 이적단체라는 증거는 작성자가 불분명하고 법정 진술 과정에서 증명되지 않아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새시대교육운동이 북한 사회주의 교육 철학이나 주체사상이 제시하는 노동계급의 혁명, 민족해방 등을 강령과 노선으로 삼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검찰이 주장한 비공개 활동 등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공개적인 모임을 추구했고 박 교사의 경우 전교조 선거에 2차례나 출마하는 등 비공개로 활동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고 북한 방문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한 것이 사실이지만 전교조의 공식행사로 정부의 허가를 받고 이뤄졌다. 비교적 보수성향의 한국교총과도 함께 방문해 활동했다”면서 재판부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2013년 2월 이들을 기소하면서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이 2001년 9월 ‘군자산의 약속’을 결의한 뒤 박 교사 등이 교육부문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새시대교육운동을 결성했다고 주장해왔다. 전교조 교사 4명의 변호를 맡은 임승규 변호사는 “검찰이 근거도 없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점이 2년 만에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죄가 있다”고 인정한 것은 이들 교사가 소지한 표현물의 일부가 이적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었다. 재판부는 “이적표현물 일부를 원전까지 소지하고 있다”면서 “공무원이면서 초·중·고 교사인 이들이 수업이나 각종 활동에서 아직 비판적인 사고가 미성숙한 초등학생들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어 결코 처벌을 가벼이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단으로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하긴 했지만 “징역 1년6개월과 자격정지 1년6개월”을 판결했다. 박미자 교사는 “이적단체나 이적동의 등 기소 핵심이 무죄라고 확인됐다. 우리의 활동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며 “항소해서 완전 무죄를 받아내겠다”고 했다.
 
일부 이적표현물 소지로 징역형... “정권 종북몰이 시녀된 사법부”
 
▲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에 대해 당사자인 박미자 전교조 전 수석부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최대현

최선정 교사는 “우리는 남북화해 무드 때 북한의 교육을 연구하기 위해 관련 책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자들은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판결대로라면 그 분들도 징역형”이라고 꼬집었다.
 
최 교사는 지난 2012년 1월 국가정보원의 급작스런 압수수색 뒤 <조선일보>에 의해 “오늘을 위한 오늘을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을 살자”라는 김정일 어록을 급훈으로 사용했다고 마녀사냥을 당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이 같은 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문구가 급훈이 아닌 학급안내판에 붙어 있었고 김정일 문구라는 사실도 알리지 않아 이적성과는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전교조 교사 탄압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판결이 끝난 뒤 오후 3시40분경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법부의 부당한 판결을 규탄했다.”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은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유린했다. 정권의 종북몰이에 발맞춘 시녀, 사법부가 됐다”고 비판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공안검찰이 주장한 공소사실은 대부분 허위사실로 밝혀졌고, 끼워맞추기식으로 조작된 기획 수사였음이 재판과정에서 명백하게 드러났기에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재판이라면 일찌감치 무죄 선고가 돼야 마땅한 일”이라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위기를 느낀다. 사법부의 부당한 판결에 대한 역사의 엄중한 심판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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