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등 사회 “박정희 독재미화 심각”
“이게 국정교과서의 미래”

윤근혁 | 기사입력 2014/10/30 [19:01]
참교육실천
내년 초등 사회 “박정희 독재미화 심각”
“이게 국정교과서의 미래”
[분석] 올해 교과서와 내년 적용 예정 <실험본> 교과서 견줘보니…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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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0/3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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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올해 교과서와 내년 적용 예정 <실험본> 교과서 견줘보니…

▲ 초등 <사회5-2> 실험본 교과서(오른쪽)와 현재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교과서의 표지.     © 윤근혁

 
내년부터 전국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배울 초등 <사회> 교과서가 이전 교과서에 비해 ‘박정희 미화, 독재 감추기가 심각하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국정교과서인 이 교과서의 편찬기획자는 4명 모두 교육부 관료들이다.

 
사라진 박정희, “박정희”를 “정부”로 바꿔치기
 
이는 30일 초등교육과정 연구모임과 전국역사교사모임 교사들이 내년부터 적용될 초등 <사회 5-2> 실험본 교과서와 현행 교과서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실험본은 적용 전에 시범학교에 먼저 배포하는 교과서로 이 가운데 일부는 정식 적용 때 수정되기도 한다.
 
이들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유신헌법 등 독재정치를 주도한 주체를 이전 교과서는 ‘박정희 대통령’으로 명시한 반면, 실험본에서는 이를 ‘박정희 정부’ 또는 ‘정부’로 바꿔치기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직접적 책임을 완화하기 위한 서술로 해석된다.
 
이를테면 이전 교과서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헌법을 통과시켰다(114쪽)”고 서술한 반면, 실험본에서는 “박정희 정부는 유신헌법을 통과시켰다(145쪽)”는 서술로 바꿨다.
 
유신 당시 박 대통령의 국민 탄압에 대해서도 이전 교과서에서는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에 강하게 맞섰다(114쪽)”고 표현됐지만, 실험본에서는 “정부는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탄압하였다(145쪽)”고 적어놓았다.
 

▲ 교과서 비교 분석 결과     © 윤근혁
 
주체를 가리는 서술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전 교과서는 “유신헌법에 의해 대통령 선출은 간접선거의 형태로 바뀌었다(117쪽)”며 유신헌법에 의해 이른바 ‘체육관 선거’가 치러졌음을 언급하고 있지만, 실험본은 “대통령을 국민들이 직접 뽑지 않고 간접선거로 선출하였다(147쪽)”고만 적어 독재와 ‘유신헌법’의 관련성을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서술도 비슷했다.
 
이전 교과서는 “계엄군에 의해 많은 시민이 죽거나 다치는 비극이 발생하였다(115쪽)”고 서술해 계엄군이 시민을 학살했음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실험본은 “군인들을 동원하여 이를 폭력적으로 진압하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다(149쪽)”고 서술해 시민을 학살한 행위의 주체를 에둘러 표현했다.
 
지난해 독재미화 논란을 빚은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도 “광주시민들은 계엄군의 발포에 대항해 시민군을 결성, 총을 들고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희생됐다”고 서술해 행위의 주체를 불분명하게 표현한 바 있다. 실험본이 교학사 교과서의 서술을 따른 셈이다.
 
실험본은 또 초판 <교학사> 교과서에서 논란이 됐던 표현을 그대로 따랐다. 구한말 항일 의병전쟁을 서술하면서 “일본은 군대를 늘려 의병들을 ‘소탕’했다(94쪽)”거나 “일본은 쌀을 ‘수출’하는 항구를 중심으로 도시를 개발하였다(96쪽)”고 쓴 것이다. 당시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소탕’은 ‘학살’로, ‘수출’은 ‘수탈’로 고치는 것이 옳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험본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다음처럼 평가했다.
 
“박정희는 국민들이 잘 사는 것을 나라의 가장 큰 목표로 삼고, 개인의 자유보다는 국가의 발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정치를 실시하였다(144쪽).”
 

▲ 실험본 교과서 144쪽.     © 윤근혁

분석에 참여한 교사들은 “박정희의 독재정치를 ‘개인의 자유보다 국가의 발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정치’라고 서술한 편찬진의 노력이 눈물겨울 정도”라면서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발전’은 상반되는 개념이 아닌데, 둘을 대립시켜 놓고 박장희가 ‘국가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것처럼 서술했다”고 지적했다.
 
실험본은 또 이승만에 대해서는 ‘독재’라는 표현을 썼지만, 박정희에 대해서는 ‘독재’라는 표현을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 

 
교사들 “초등학생 눈과 귀 막는 교과서”
 
한희정 초등교육과정 연구모임 연구원(서울 유현초)은 “이명박 정부가 만든 이전 <사회> 교과서도 독재미화 논란이 있었는데,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만든 실험본은 그 정도가 훨씬 심각하다”면서 “특히 박정희 미화와 독재 감추기는 학생의 눈과 귀를 막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실험본 교과서의 집필진에는 교사와 교수들이 다수 참여했지만 편찬기획진은 4명 모두 교육부 직원들이 차지했다. 이들은 교육부의 현직 과장과 연구관, 연구사 등이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대표는 “초등 <사회> 교과서는 국정교과서기 때문에 정부가 제멋대로 고칠 수 있고 이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면서 “이 실험본 교과서가 바로 교육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의 미래”라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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