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왜요?’를 지적하지 않게됐다

강성란 | 기사입력 2014/10/20 [17:06]
특집기획
세월호
아이들의 ‘왜요?’를 지적하지 않게됐다
[현장]교육을 바꾸는 2차 ‘노란 테이블’ 열려
강성란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14/10/20 [17:06]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현장]교육을 바꾸는 2차 ‘노란 테이블’ 열려

“교육부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노란 리본을 달지 말라고 했을 때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라고 쓰인 노란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 사진을 보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감사하고 이 아이들을 길러준 선생님들……고맙습니다. 선생님들이 이런 아이들을……길러주시길 바랍니다. 머릿속이 하얗게 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유가족보다 더 이성적인 여러분이 이 미친 사회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담담하게 이야기하겠다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박성호 학생 어머니 정혜숙 씨는 결국 손수건을 꺼내 물기어린 눈가를 꾹꾹 눌러야했다.
 
지난 20일 대전 동구 대전역 인경실에서는 ‘교육을 바꾸는 천 개의 행동, 노란 테이블(노란 테이블)’ 두 번째 테이블이 ‘학교 안의 세월호-가만히 있으라’를 주제로 열렸다. 노란테이블은 4월 16일 이전과 다른 교육을 고민하는 교사들이 토론을 통해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남들 다 그러니까 ‘가만히 있던 나’
 
두 번째 노란 테이블은 ▲가만히 있었던 나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나 ▲문제 상황 원인과 과제 찾기 ▲바꾸기 위한 실천 방안 찾기와 실천 약속 제안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 노란테이블에 앞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 강성란

학교 안에서 가만히 있었던 나를 돌아보는 시간. 발령 첫 해 이해할 수 없었던 학교 문화에 3~4년 만에 익숙해졌던 나, 학생부에서는 두발 단속을 담임이 돼서는 야간 자율학습 참여 독려를 남들만큼은 했던 나,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생들을 2주에 한 번씩 운동장에 쪼르르 세워두고 땀범벅이 될 때까지 하는 애국조회를 올해 처음 왔다는 이유로 보고 있었던 나, 교직원회의에서 문제제기를 하자 ‘개인적으로 말하라’는 관리자의 말에 그렇게 했던 나,…… ‘가만히 있었던 나’에 대한 고백은 계속됐다.
 
‘가만히 있으라 했던 나’에 대한 한숨들
 
“에휴~ 이건 힘드네”
“늘 그랬던 것 같은데”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 여기저기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이 ‘왜요?’라고 물으면 반항의 신호로 읽고 지적했었다”는 이현숙 부산 상당중 교사는 4월 16일 이후 아이들에게 왜 가만히 있느냐고 묻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현숙 교사는 “아이들이 말하기 시작하면 교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도 있고 ‘아이들을 잡고 가야한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것들을 고치고 싶다”고 했다.
 
“지진대비 훈련을 하며 벨이 울리면 즉각 대피하라고 가르쳐놓고 예정에 없이 소방 벨이 울리자 ‘잘못 울린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흥분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어요. 잘못 울렸어도 대피 하는 게 맞는데 말이죠.”
▲ 노란테이블 참가자들이 활동지에 스티커 붙이기를 하고 있다     © 강성란

이종숙 인천 송천초 교사의 말에 여기저기에서 ‘나도 그런 적 있다’는 동조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의심하기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가만히 있었던 나를 극복하고 교육을 바꾸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토론하는 시간. 8모둠에서는 개개인의 자기 수양 노력은 결코 사회를 바꿀 수 없다는 성찰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김연오 경기 금곡고 교사는 “어릴 땐 니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사회를 바꾸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컸지만 실제로 개개인이 공부를 잘해도 사회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필요한 것은 개인의 최선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는 허천행 대전서중 교사는 학교 교사들이 ‘졸업식을 바꾸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의견을 모아 ‘졸업식을 이렇게 바꾸자’고 학교에 제안했고 바뀌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교사든 학생이든 자주 만나 이야기하고 생각한 것을 실행에 옮기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교내 메신저를 통해 특별법 제정 촉구 피켓팅을 제안했는데 참가 의사를 밝힌 교사들이 있어 함께 했다고도 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교사들이 당연하게 생각했던 틀을 깨고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 학생다움을 강조하지 않는 것에서 변화는 시작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노란 테이블에는 유가족이 언급한 노란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을 지도한 경기 운산고 권혁이 교사도 함께했다. 권혁이 교사는 “아이들의 노란체육복을 유가족분들이 알고 있다는 것도, 그것이 작은 힘이 됐다는 사실도 몰랐다”면서 “아이들에게 전해주겠다”며 웃었다.
 
노란테이블에 참가한 이영일 부산 재송여중 교사는 “교사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세월호 이후 내 교육방향이 옳았는지 근본적인 회의가 들었다”면서 “오늘 선생님들을 만나 새로운 자극을 받았고 학생들이 자기 삶에 주인 되는 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밝혔다.

 
이 기사 좋아요
ⓒ 교육희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도배방지 이미지

노란 테이블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PHOTO News
메인사진
[만화] 쉴 땐 쉬어요
메인사진
[만화] 돌고 도는 학교
특집기획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