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후보가 사교육업체 연구책임자?
교수 출신 문용린, 공무원법 위반 의혹

윤근혁 | 기사입력 2012/12/04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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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후보가 사교육업체 연구책임자?
교수 출신 문용린, 공무원법 위반 의혹
㈜대교 드림멘토 사이트 '연구책임'...대교 "현재 관계없어"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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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12/04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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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 드림멘토 사이트 '연구책임'...대교 "현재 관계없어"
 
▲ ㈜대교 드림멘토 공식 사이트에 ‘연구책임’으로 등장한 문용린 교수.     © 대교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보수 후보로 나선 문용린 전 서울대교수가 사교육업체인 '㈜대교 드림멘토'의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다고 이 업체 사이트가 공식 안내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와 법조계, 학부모단체가 "국가공무원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사교육업체 사이트에 문용린 사진, 왜?

3일 ㈜대교에 따르면 이 업체 사이트는 지난 6월 18일 개통 당시부터 이날까지 문 후보를 '㈜대교 드림멘토 연구진'의 연구책임자로 사진과 함께 탑재했다. 같은 화면엔 "대교 드림멘토의 연구실을 소개합니다"라는 글귀도 적혀 있다. 

초중고생 체험학습 업체인 ㈜대교 드림멘토는 묶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 한 명마다 16만 원∼22만 원을 받는 사교육업체다. ㈜대교는 지난 7월 16일 낸 보도자료와 일간지 광고 등을 통해 "드림멘토는 국내 최고 전문가인 서울대 문용린 교수팀과 대교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결집된 프로그램"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지난 7월 26일 이 업체가 주관한 프로그램의 참석자들을 서울대로 불러들여 1시간 동안 직접 강의했다. 오는 1월 4일에는 이 업체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1박2일에 29만 원을 받고 캠프를 진행하는데, 이 광고지에도 "문용린 교수팀"이라는 글귀가 쓰였다. 

이에 따라 문 후보가 올해 8월 31일까지 현직 서울대 교수로 재직한 교육공무원이기 때문에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법조계와 교육계에서 나오고 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64는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과부 중견관리 "사기업 연구책임자로 돈 받았다면 법 위반"


▲ ㈜대교 드림멘토 공식 사이트에 소개된 수강료.     © 대교
김기현 변호사(법무법인 안양)는 "현직 국가공무원으로서 문 전 교수가 ㈜대교 홈페이지에 소개된 대로 사교육업체 프로그램 연구책임자로 활동하며 지속해서 재산상 이득을 얻었다면 국가공무원법의 '영리행위 금지'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가공무원복무규정에도 계속적으로 재산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를 영리업무로 규정한다"고 지적했다. 

교과부 대학 관련 부서의 한 중견관리도 "국립대에 근무하는 현직 교수가 사기업체에서 연구책임자를 맡아 돈을 받았다면 겸직 영리행위를 금지한 공무원법에 위반되는 것이 맞다. 사교육업체라면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해당 교수가 전직 교육부장관인 문 후보"라고 기자가 말하자 "교수가 사교육업체와 MOU를 맺고 연구비를 받는 식이라면 통상적으로 허용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을 돌렸다. 

이에 대해 ㈜대교 관계자는 "우리가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문 교수팀에게 연구사업을 의뢰해 홈페이지에 연구책임자로 문 후보를 실은 것일 뿐, 이 분이 우리 직원으로 직접 근무한 것은 아니다"면서 "지난 6월 사이트 개통 당시의 상황을 사이트에 올린 것인데 현재는 문 후보와 어떤 관계도 맺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또 "당시 연구비를 지급했지만 액수를 밝힐 수는 없으며, 문 후보를 연구책임자로 소개한 홈페이지는 바로 업그레이드해 수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 후보의 반론을 듣기 위해 이날 오후 4시부터 문 후보 사무실 임원과 전화, 문자로 여러 차례 접촉하고 이들의 부탁에 따라 이날 오후 5시쯤 전자메일로 질문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8시간 뒤인 자정까지 문 후보의 반론을 들을 수는 없었다. 

문, 15년 전부터 대교와 관계... 09년부터는 외고 이사도

 
▲ 초등학생 캠프를 알리는 ㈜대교 드림멘토 홍보물에 등장한 ‘문용린 교수팀’.     © 대교
한편, 문 후보와 ㈜대교의 긴밀한 관계는 15년 전인 1997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4월 25일치 <매일경제>는 "㈜대교가 국내 최초로 EQ(감성지수) 진단검사지를 개발했는데, 이 진단지를 개발한 이가 문용린 교수"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후 문 후보는 대교그룹이 인수한 경기외국어고(구 명지외국어고)를 운영하는 사학재단(봉암학원)의 이사를 2009년 8월 1일부터 올해 10월 26일까지 맡았다. 이사장인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과 이사인 송자 전 ㈜대교 회장과 함께였다. 봉암학원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문 후보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교 눈높이 건물 6층 중역회의실 등에서 열린 이사회에 여러번 참석했다. 

앞서 문 후보는 교육부장관 시절이던 2000년 사교육비 지원 발언으로 진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당시 문 장관은 2000년 4월 30일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과외가 전면 허용된 만큼 학생들이 값싸고 수준 높은 과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저소득층 자녀 등 과외 소외계층이 영어회화교습 등을 받을 경우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강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박범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은 "교육부장관을 거쳐 서울교육 수장까지 넘보는 인사가 오랫동안 특정 사교육 업체와 끈끈한 관계를 맺으며 이 업체의 연구책임자를 맡았다는 것은 사교육에 힘들어하는 학부모로서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문 후보가 서울시교육감에 당선하면) 사교육업체와 유착되고 비리혐의 등으로 물러난 공정택 교육감의 전례를 반복할까 걱정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감은 서울에 있는 3만여 개의 사교육업체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다.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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