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특집2 <긴 겨울밤을 책과 함께>

강신만 | 기사입력 2001/12/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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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특집2 <긴 겨울밤을 책과 함께>
강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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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1/12/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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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오래된 미래>에는 총체성을 파괴하여 관계를 왜곡시키고 전체를 부분화시킴으로써, 생명을 비생명적인 것으로 전도시키는 자본주의의 실체에 대한 적나라한 보고서이다.
“태어난 후 한달 만에 있는 축하잔치에는 온 마을이 참가한다. 아이는 한 공동체 속으로 태어난 것이다. 대장장이는 숟가락과 팔찌를 선물로 가져온다. 음악가들은 축하음악을 연주한다. 점성가는 아이가 처음으로 집을 떠나는 날도 골라준다. 우연에 맡겨두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모든 징조가 상서로워야 하고 여러 요소들이 잘 조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라다크가 ‘개발’되어 가는 동안에 라디오가 들어와서 사람들은 스스로 노래를 부르거나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라디오에 나오는 스타들보다는 늘 못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함께 춤을 주는 대신에 수동적으로 가만히 앉아서 최고의 것을 듣기만 할 때, 공동체의 결속도 또한 부서져버린다."

자본주의는 컨베이어 벨트 앞의 노동자가 상품을 만들 듯, 아이들을 규격화된 상품이 되도록 가르치게 함으로써, 삶의 총체성을 파괴하는 구조 자체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본주의는 원래 ‘통일’로서 존재해야 비로소 참답게 존재할 수 있는 우리 삶 전체를 ‘분단’시킨 악(惡)이다.

<오래된 미래>는 함께 어울려 살았던, 하늘과 땅과 인간이 서로 나누어지지 않았던, 물은 물로 흐르고, 사람이 사람으로서 맺어졌던 ‘오래된’ 시대에 대한 지울 수 없는 기록이자, 공동체를 회복한 ‘통일’된 ‘미래’에로 던지는 빛을 발하는 고전의 미덕을 오롯히 간직하고 있다.

글 서울 종암여중 김지형/ 헬레나 노르베지 호지, 김종철 역 / 녹색평론사


오만한 제국 - 미국의 이데올로기로부터 독립

이 책의 미덕은 흥미로우면서도 근본적(radical)이라는 점에 있다. 한 때 국가와 국가(國歌) 그리고 국기, 헌법이 전혀 내가 동의한 바 없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라고 낯설어 국기에 대한 경례도 애국가 제창도 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 때의 문제 의식은 곧 ‘단체행동=세상살이'라는 막연한 공식의 자발적 수용에 잊혀졌다가 이 책을 접하면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뒤늦게 되돌아왔다.
요즘 반테러를 내세워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대해서 하워드 진은 훌륭한 시각을 제공한다.

“항공기 승객들을 인질로 잡는 행위를 말할 수 없이 악독한 짓이라고 여기고 테러리즘이라 부른다면, 전체 인류를 인질로 잡고 있는 행위(핵무기 보유를 가리킨다)에 대해서는 대체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 것인가? …마을을 파괴하거나 폭탄을 떨어뜨려 수백 명을 죽이거나 할 때마다 ‘권력'의 도취에 빠져드는 거친 혁명가나 무자비한 정치가들에게 헛된 영광을 가져다주는 것 말고는, 그 누구에게도 아무 것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이 책의 원제는 「Declaration of Independence」이다. 굳이 충실하게 번역하자면 ‘독립선언'이다. 나의 의식을 형성하는 그 모든 상식적 논리로부터 단순하지만 강력한 양심에 따라 홀로 진리를 선언하는 자유를 이 책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백하건대, 이 책의 저자를 홍세화씨에게 처음 들었으며 또 헬렌 켈러가 사회주의자였다는 사실도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벌써 다음 책을 마음에 두었는데 H.D. 쏘로우의 「시민불복종」이 그것이다.

글 서울 상경중 김지용/ 하워드 진 지음, 이아정 옮김 / 당대 총서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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