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민주화운동 20년사<33>마침내 일어서는 교사들

김민곤·서울고 | 기사입력 2008/03/16 [10:39]

교육민주화운동 20년사<33>마침내 일어서는 교사들

김민곤·서울고 | 입력 : 2008/03/16 [10:39]
1989년 3월9일 야당 3김이 주도한 13대 국회 본회의는 “6급 이하 공무원을 포함한 근로자는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고 단체교섭을 행할 수 있다. 단 현역군인,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 교정공무원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노동조합법 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심의 전 행한 국회문공위의 여론조사는 교사 84.1%, 학부모 53.7%가 교원노조 설립 찬성을 나타났다. 그러나 3월 말 여당은 교원노조 절대 불허 방침을 확인했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첩첩 험로가 예견되었다. 당시 조직의 존재 자체가 위협 당하던(국회문공위 조사에서 교원의 만족도 5.8%, 불만 63.9%) 어용 대한교련은 뜬금없는 ‘교원지위법’ 으로 물 타기를 하며 교원들의 요구사항과 다른 엉뚱한 길을 가고 있었다.



교사들의 열망이 갈수록 확산되자 정권은 전교협의 움직임에 법 논리를 버리고 색깔론으로 치고 들어왔다. 노태우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연초부터 수시로 하달했다. ‘일부 급진 성향의 교원들에 의한 중·고생 대상 좌경사상 주입 시도를 철저히 방지하고 대책을 수립할 것’을 강조하더니 교원노조 건설이 표면화 되던 4월에는 ‘중·고생에 대한 문제교사의 의식화 활동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긴박한 실상이므로… 적극 홍보, 학부모가 단결하여 제재를 가하고 계속되는 경우 교단에서 물러나게 하는 등 학부모회 활성화 방안을 강구 추진하라’는 식이었다.

이 ‘지시사항’은 먼저 초등학교에서 발휘되었다. 4월부터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던 방송과 언론들은 느닷없이 이른바 ‘국민학생 의식화 교육 실태’랍시고 사실을 왜곡하며 학부모와 교원들을 이간질했다. 4학년 <유관순 누나> 단원 수업에서 ‘해방가’를 소개한 서울 구일국 강 모 교사를 비롯한 초등교사들이 정체불명의 학부모 투서로 시달렸고, 5학년 사회과 수업을 열성으로 한 신방학국 최종순 교사는 어느 날 갑자기 집중공격의 표적이 되어 담임을 빼앗기고 교단에서 쫓겨났다. 어용 학부모와 관제언론, 정권의 폭압에 최초로 희생이 된 셈이다. 경북대 모 교수는 방송에 나와 “의식화가 되면 殺父會를 조직하여 부모를 죽이려 들 것”이라는 망언을 하기도 했다. 정권과 제도언론이 조장한 광기는 전국 학교로 퍼져 나갔다. 전남 나주 중앙국 차혁재 교장이 점심시간 10분 단축을 문제 삼은 정 모 교사를 ‘사람을 기계에 비유했으니 유물론자요 빨갱이’라고 폭언하며 머리채를 잡고 뺨을 치는 일도 있었다.

해묵은 매카시즘의 광기는 3월25일 문익환 목사가 북의 조평통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작가 황석영의 평양 체류 소식이 알려진 직후 더욱 기승을 부린다. 노 정권은 4월3일 공안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여 1월에 발족한 전국민족민주연합(전민련) 주요 간부를 체포·구속하고, 전노협 건설을 목표로 지역업종별전국회의를 조직하여 단결투쟁력을 키워가는 민주노조 진영에 대대적인 탄압을 자행하던 시점이었다. 88서울 올림픽 전후의 짧은 유화국면이 끝나고 새롭게 조성된 공안정국이 온 사회를 엄습했다.

이런 엄혹한 정세에도 노조 건설을 향한 교사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독재권력에 유린당하며 부끄러움으로 점철된 오욕의 역사를 마감하려고 나선 교사들의 봉기가 시작된 것이었다. 전교협은 제7차 중앙위(2월25일,전주)에서 교(직)원노조건설특위(위원장 이규삼, 부위원장 송영길)를 구성하고 노조건설투쟁기금 조성, 촌지 채택료 거부운동 전개를 결의했다. 이 때 노조 건설 과정(상향식이냐 하향식이냐)과 형식(전국단일노조냐 지역 연맹체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 논란은 4월8일 제9차 중앙위에서 ‘5월 중 전국단일노조 건설’로 종지부를 찍었다. 이 날 결의로 각 지역에서 투쟁기금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발기인 모집에 돌입했다. 경남교협은 노조건설 선봉대를 조직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5월14일 경인지역대회(연세대 노천극장) 3500명을 비롯, 전국 10개 지역에서 발기인 1만여 명이 운집하여 2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을 결의하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노무현 의원은 축하 발언을 통해 “민중이 쟁취하지 않은 권리를 국회 스스로 입법한 예가 없다”면서 합법화 역시 교사들의 주체적 노력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여 참석교사들의 타오르는 투지에 부채질을 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연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