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나눔] 8월 달력 속 민주시민교육 수업 소재 세 가지

최종민 교사 | 기사입력 2026/08/0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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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나눔] 8월 달력 속 민주시민교육 수업 소재 세 가지
청소년의 날부터 광복절까지, 교실에서 묻는 시민의 삶
최종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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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8/0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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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날부터 광복절까지, 교실에서 묻는 시민의 삶

▲ 2026 참교육 달력의 8월 삽화  © 전교조

 

에어컨 없이는 방바닥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이마에 송골송골 물방울이 돋는다. 물기를 머금어 무거운 바람은 이마를 씻어주기는커녕 등허리를 타고 땀으로 미끄러진다. 환기를 위해 베란다 창문을 잠깐이라도 열었다가는 기세 좋게 구애의 합창을 뽐내는 매미의 존재감에 귀가 먹먹하다. 여름의 한복판을 통과하면서 하루하루 줄어드는 방학이 아쉽고 다가올 개학이 신경 쓰인다. 이럴 때 학생들과 다시 만날 2학기를 설렘으로 맞으려면 그 시기에 적합한 수업의 소재를 찾아보는 게 좋다. 참교육달력의 8월 속 기념일은 총 세 개로 8월 12일 세계 청소년의 날, 8월 14일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그리고 8월 15일 광복절이다. 모두 개학 전에 지나가는 날들이지만 어수선한 2학기 초 그리고 아직 9월이 되기 전에 수업 속에서 다룬다면 충분히 학생들에게 시의성 있게 다가갈 수 있다. 달력 속 순서대로 기념일 각각을 살펴보고 수업의 소재로 연결해 보도록 하자.

 

먼저 8월 12일, 세계 청소년의 날은 1999년 유엔(UN)이 청소년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고 청소년의 사회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제정한 국제 기념일이다. 구체적으로 교육, 고용, 건강, 기아, 빈곤 등 청소년이 관련된 전 세계적 문제를 알리고 해결을 도모하고자 하며 2025년에는 “SDGs와 그 너머를 위한 지역 청년 행동”을 주제로 치러졌다. 이는 청소년을 단순히 ‘보호 대상’으로 보는 시혜적 관점이나 ‘미래의 시민’과 같이 유예된 존재로 여기는 시각을 벗어나 ‘지금 여기’에서의 권리 주체로 바라보는 의미가 있다.

 

과거 제왕적 교장이 군림하던 비민주적 학교의 모습 속에서 학생과 교사, 보호자 등 여러 교육 주체가 고통받았던 것과 비교한다면 오늘날은 그때보다 다양한 목소리와 욕망이 학교 운영에 반영된다. 이는 학교운영위원회에 학부모·교원·지역위원을 두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제58조(국·공립학교 운영위원회의 구성) 2항 등 제도적 개선에 힘입은 것이다. 동시에 청소년들이 자신의 문제와 관련하여 더 깊이 생각하고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박기고] 교육 3주체론은 여전히 유효합니다.”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학교운영위원회 내 학생위원의 참여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수업 소재를 다루는 본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니 간단히 언급만 하고 수업 장면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자.

 

<세계 청소년의 날>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본 뒤에는 “우리가 바꾸는 학교와 사회”와 같은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우선 학생들이 직접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며 느낀 불평등이나 불편 등 문제 상황을 탐색하는 시간을 제공하자. 작게는 급식실 질서나 엘리베이터 사용 문제부터 크게는 등하굣길 교통안전이나 청소년 친화적 환경 조성 등 여러 문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문제의 현황과 원인, 대안 등을 탐구하고 개선을 위한 정책 제안서를 작성하는 한편 피켓을 제작하여 캠페인 활동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문제 상황에 필요한 목소리를 스스로 내보는 시간을 통해 학생들은 정치적 주체로 참여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 급식실 줄서기를 놓고도 관성적으로 3학년부터 역순으로 서기보다는 시간대를 정하고 매달 학년별로 돌아가면서 줄을 서도록 개선한다면 어떨까? 상급생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석 달마다 한 번씩 급식을 일찍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상호 양보와 규칙 준수라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8월 14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살펴보자. 이는 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증언한 것을 기리는 날로 2017년 12월 국회를 통과하여 공식적 국가기념일로 확정되었다. 일본군 ‘위안부’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설명을 빌리자면 “일본군의 성욕 해결을 위하여 일본군과 일본 정부가 중일전쟁 및 아시아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점령지나 주둔지 등의 위안소에 배치한 여성. 정신대·군위안부·종군위안부·성노예.”이다. 이 문제의 본질은 식민지 조선 여성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여성들이 본인 의사에 반하여 끌려가 일본군의 관리 아래 인신이 얽매인 상태로 일본군의 성노예 생활을 강요받았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바라는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생들과 함께 우리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우리 사회에도 엄존하는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최종적으로는 성평등 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수업의 장기적인 목표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침묵을 깬 목소리, 기억의 연대”와 같은 이름의 활동을 기획해 볼 수 있다. 이 활동은 ‘위안부’들의 증언 기록이나 이 문제를 다룬 단편영화, 사료 등을 수업 중에 함께 읽고 단순히 과거의 피해 사실에 머무르지 않고 “왜 오랫동안 말할 수 없었는가?”, “오늘날 세계 곳곳의 전시 인권 침해와 어떻게 연결되는가?”와 같은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북아역사넷>이나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등의 자료실을 통해 수업에서 다룸 직한 여러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토론을 통해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겼다면 이어 평화의 소녀상 속 여러 요소를 관찰하고 그 의미를 질문하거나 소녀상 옆의 ‘빈 의자’에 앉아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포스트잇에 적어보기, 더 나아가 지구촌 전시 성폭력 피해자에게 보내는 위로와 연대의 편지 쓰기 등의 활동을 제시할 수 있다.

 

이때 앞서 6월의 민주시민교육 글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교실 내 정서가 반일 감정으로 흐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완전히 분리하기 힘들더라도 가해자는 어디까지나 일본군과 일본 정부이지 일본 시민사회는 이 문제가 알려진 이후부터 지속해서 한국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일본 내에서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들의 존재는 이 문제가 단순 한일 갈등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의 문제임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따라서 이 수업은 평화와 인권의 의미와 소중함을 인식하고 우리 사회는 물론 전 지구적으로 이러한 가치를 확장할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수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8월 15일, 광복절을 돌아볼 수 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었고 우리나라는 일제의 식민 통치로부터 독립하였다. 보통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로 불리는 이날의 명칭은 <자치통감>의 저자 사마광의 후한을 일으킨 광무제에 대한 평가인 ‘광복구물’(光復舊物)에서 유래했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나라의 물건(주권, 영토, 舊物)을 빛나게 회복(光復)했다는 의미로 1940년 중국 충칭에서 창설되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규군, ‘한국광복군’에서도 ‘광복’을 찾을 수 있다. 이런 배경 설명과 함께 학생들에게는 주권 회복의 기쁨과 함께 해방 이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민주공화국의 의미를 다잡는 날로 제시하면 좋겠다.

 

구체적으로 1941년 11월 임시정부에서 발표한 ①<대한민국 건국강령>이나 1946년 10월 좌우합작위원회에서 발표한 ②<좌우합작 7원칙>, 1948년 7월 17일 공포된 ③<제헌헌법>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정치면에서의 청사진을 비교하면 ①은 보통선거, 민주공화제를 중심으로 하며 ②도 민주적인 임시정부 수립을 주장하고 있다. ③ 역시 ‘민주독립국가’와 ‘민주주의 제제도’라는 표현으로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토지개혁 면에서 ①은 토지 국유화와 농민에게 분배할 것을 천명하는데 ②도 농민에게 무상으로 나누어줄 것을 원칙으로 한다. ③은 토지의 사유를 전제로 하며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에 따라 유상 매수 후 농민에게 분배하는 식이라 다소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큰 흐름은 유사하다. 끝으로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세 사료는 모두 주요 산업의 국유화, 무상 의무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조소앙, 김구 등 민족주의 우파 진영이 주를 이뤘던 임시정부와 여운형을 중심으로 하는 중도좌파 세력과 김규식을 중심으로 하는 중도우파 세력이 발족한 좌우합작위원회, 그리고 제헌의회는 구성원과 정치적 입장이 서로 다름에도 사료에서는 이처럼 뚜렷한 공통점이 나타난다. 수업을 통해 당시 정치인들이 진영을 초월하여 지향한 우리나라의 모습이 민주 복지국가임을 발견한다면 광복절은 단순히 일제의 지배에서 벗어난 날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주인이 되어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 고민하고 약속했던 날로 의미가 확장될 수 있다. 그리하여 앞서 독립운동가들이 꿈꾼 것처럼 정치, 경제, 교육 면에서 평등한 나라가 오늘날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앞으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이며 각자의 진로나 관심사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지를 토의한다면 자기 삶과 연결해 생각하는 기회가 된다.

 

결국 8월의 교실에서 학생들과 파고들 질문은 “어떤 시민으로 살아갈 것인가?”이다. 세계 청소년의 날을 맞아 유예된 시민이기를 거부하고 학교와 지역사회의 주체로 선 학생들은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의 배경과 의미를 탐색하며 타인의 아픔에 연대하고 역사적 비극을 직시하는 한편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광복절의 의미와 우리 공동체의 지향점을 살펴보며 인권과 평화가 꽃피는 민주주의의 터전을 가꾸는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다.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교실 속에서 나누는 역사와 인권에 관한 질문은 학생들에게 존중과 자율, 연대라는 시민적 가치의 씨앗을 뿌리는 일과도 같다. 기념일을 소재로 활용한 수업이 달력 속 과거의 특정 사건을 챙기는 관성적 행사가 아니라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어떤 시민으로, 어떤 사회에서 살아갈 것인가?”를 질문하는 소중한 민주시민교육의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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