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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교위는 지난 16일 2026-7차 회의를 개최하고 역사 교육 과정의 일부를 변경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 국가교육위원회 보도자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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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 사태를 계기로 청소년들의 혐오 발언 및 역사 왜곡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혐오는 물론 5·18 광주 민중 항쟁에 대한 왜곡 등은 사회적으로 묵과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수준이다. 교육계에도 혐오 문화 확산을 막고 건강한 시민을 길러내는데 학교 교육이 복무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조응하듯 지난 16일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부의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안을 본회의 표결을 통해 의결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중학교 역사 교과의 한국 근현대사 비중을 현행 20%에서 30%로 확대 △역사 왜곡·부정 콘텐츠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선택과목 신설 등이 골자를 이룬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국교위 교육과정전문위원회에서는 반대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견 사회 현안에 교육계가 응답한 것으로 보이는 이 사안에 대해 왜 전문위원회는 반대했던 것일까?
교육부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역사 왜곡·부정 및 독립운동가 조롱 등의 원인을 근현대사 비중 부족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는 이와 결을 달리한다. 중학교는 전근대사, 고등학교는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배우는 연결 구조는 중-고 계열성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시수 확보를 하지 않은 채, 중학교 근현대사 비중을 30%로 늘리면 전근대사 분량이 줄어들어 중·고교 간 교육과정의 연계성이 약화된다. 근현대사 성취 기준만 10% 늘린다고 한들, 실제 늘어나는 수업 시간은 학사 일정을 고려하면 4~5시간에 불과해 깊이 있는 학습이나 실제적인 민주시민교육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뿐 아니라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아직 전체 학년에 적용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교육과정을 바꾸는 것은 교육과정의 안정성을 약화시킨다. 교육과정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되며, 충분한 평가를 바탕으로 준거에 기반하여 개정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또 이번 개정안에서는 교육과정 운영 중에 한 교과의 시수를 일방적으로 늘림으로 인해 생겨날 다른 교과와 형평성 문제나 학교 현장의 혼란과 갈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결국 교육부의 변경안은 학교 현장의 현실과 교육과정 운영의 안정성을 외면한 채, 무슨 일이 터지면 정권의 필요에 따라 정책을 만들고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형식적 처방에 가깝다.
배재고 사태 등에서 드러난 문제는 단순한 '역사 지식의 부족'이 아니라 일상화된 혐오와 조롱의 문화에 있다. 근현대사 단원 분량 몇 줄을 늘린다고 해서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거듭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역사 왜곡 문제, 차별·혐오 표현이 놀이가 된 온라인과 청소년 문화, ‘정치적 중립’의 왜곡과 민원·신고의 두려움으로 위축된 공교육, 정치권·언론의 사회적 책임의 부재 등의 종합적인 문제이다.
교사들이 진정으로 요구하는 것은 교과서 분량의 조정이 아니라, 사회적 쟁점을 안심하고 가르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교육활동 보호 체계와 제도적 환경이다. 수업하다 이의제기가 들어왔을 때 교사에게 소명의 부담을 떠넘기는 구조는 여전하며,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모호한 잣대는 교사로 하여금 혐오와 역사 왜곡 앞에서도 침묵하게 만든다. 진정한 민주시민교육이 정착되려면 교사가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우선적으로 보호받는 절차가 설계되어야 하고, 그 전제 조건으로서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및 차별금지법 제정, 온라인 플랫폼의 혐오 콘텐츠 규제 등 담장 밖의 입법적 뒷받침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민원과 정치적 논란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토론하고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우선이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교육의 틀을 이리저리 흔드는 행태는 이제 멈춰야 한다. 중학교 근현대사 비중 확대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보여주기식 행정일 뿐이다. 교육부는 유튜브와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혐오·역사 왜곡 콘텐츠에 대응하기 위한 범부처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교육과정은 현장 교원의 충분한 평가를 바탕으로 차기 교육과정 수립의 원칙과 방향, 근본적인 개선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