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은 언제쯤인가요?” “오늘 마침 방학했습니다!” 김지현 선생님(지현샘)이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신다. 8월 12일까지 방학이지만 내일부터 열흘간 방과 후 수업(18차시)에 나가야 하신다고.
요즘은 의무로 방과 후 수업을 하는 경우는 잘 없는데 혹시 타의로 나가시는 것인지 ‘째릿’하는 시선으로 기자가 질문하자
“자발적으로 나가는 거예요. 저희 학교 주변에는 학원이 잘 없어요. 한 20~30분 정도 나가야 학원이 좀 있어요. 그래서 저희 학교 학생들이 학원이나 자습실이 조금 부족하니까 선생님들께서 방과 후 수업이나 자습을 많이 열어주고 계세요.”라며 방학 때 출근하는 것이 그리 큰 수고가 아니라는 듯한 지현샘의 답변이 돌아온다.
지현샘은 역사 선생님이시다. 이번 학기에는 한국사를 가르치셨다고 한다. 고등학교 선생님들께는 빠질 수 없는 화두, 고교학점제에 대한 소감을 들었다.
“고교학점제, 좀 많이 정신이 없어요. 다른 교과도 그렇겠지만 아무래도 역사과는 양이 많잖아요. 약간 그런 부분이 아쉬워요. 그러니까 되게 진도에 항상 쫓기는 부분이 있는데 한 학기에 끝내야 되니까...”
말을 잇지 못하는 지현샘에게 다음 학기 수업은 어떻게 되는지도 물었다.
"저는 새 학기에 한국사를 맡을 예정이에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과 선생님들도 공감하실 텐데, 과목마다 시수도 다르고 학생들이 선호하는 과목도 달라서, 수업이 폐강되지 않으려면 교과 홍보를 꾸준히 해야 해요. 특히 역사과 선택과목은 수능 과목이 아니다 보니 학생들의 선택을 많이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가끔은 제가 교육자인 동시에 우리 과목을 알리고 홍보하는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고교학점제 이후 많은 교사들이 교사이기 이전에 하나의 영업 사원처럼 되어 가는 현실이 와닿았다. 학생들에게 많이 선택받는 과목이어야 TO가 확보되는 만큼 갈등도 일어난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과목 선생님들이 남기를 원하고, 그렇다고 아무나 TO 감축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씁쓸한 고교학점제 이야기를 넘어 밝은 이야기로 넘어가 봤다. 학교 생활하면서 재미 있는 일은 없으신지 슬쩍 질문을 던졌다.
“저는 처음에 여자애들이 약간 질투도 많고 그럴 줄 알았는데 되게 아기자기하고 귀여워요. 여자애들이 또 시키면 아기자기하게 잘하는 부분이 있어요. 함께 여러 활동하는 게 되게 즐거워요.”
이런 이야기는 사례가 붙어야 하는 법. 구체적으로 캐들어갔다.
“제가 역사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학생들하고 작년에는 광복 80주년 맞이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신문도 만들었고요. 애들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홍보 같은 것도 했었고요. 올해도 독도 지킴이 학교라든지 이런 걸 하고 있거든요. 근데 아이들이 서로 막 하고 싶어 하고 한 번 꾸밀 때도 막 열정적으로 하고 이러니까 되게 가르치는 재미가 있다고 해야 되나, 함께 활동하는 그런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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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현샘이 학생독립운동기념일에 대해 수업을 하고 있다. © 김지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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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샘의 즐거운 학교생활이 느껴졌다. 마냥 즐겁기만 하실까? 그런데 지현샘네 학교는 관리자의 갑질도, 악성민원도, 교권침해도 없다고 한다. 기자가 가서 근무하고 싶다. 그런 학교에서 근무하는 지현샘이 힘들다고 한 부분은 이런 거다.
“교사가 맡아야 되는 역할들이 너무 많은 점이에요. 제가 지금 맡고 있는 학년은 한 반에 28명 정도 있거든요. 그래서 얘네들을 좀 개인별로 보고 또 얘네한테 적합한 진로 선택 과목 등의 조언을 해줘야 되는데 평가든 생활기록부 작성이든 어쨌든 여러 업무들이 많으니까 그런 걸 신경 못 써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 더 신경 써주고 싶은데 그걸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불편해요.” 지현샘의 학생 사랑이 서울까지 느껴진다. 지현샘은 정말 좋으신 분인 것 같다.
신문 이야기도 해봤다. <교육희망>을 원래 알고 계셨냐는 기자의 물음에,
“채널 보내주셔서 보기도 하고, 인터넷 들어가서도 보고요. 또 읽다 보면 전교조 선생님들 중에 열정적이신 분들이 되게 많으시잖아요. 읽으면서 사례도 많이 참고하곤 했어요.”
지현샘이 가장 재미나고 감명 깊게 읽은 코너는 홍설미 선생님의 <물어보샘> 코너였다고 한다. 전문가 선생님이 상담과 조언을 해주는데 그 내용을 보면서 학생들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받으셨다고 한다. <물어보샘>은 지현샘을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제작해야 할 콘텐츠가 되었다.
따르릉 인터뷰에서 전교조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지현샘은 교직 2년차였던 2022년, 전교조에 가입했다. 학생들을 대하는 게 미숙하고 학부모와 갈등도 있던 시기, 무슨 일이 생길까봐 걱정하다가 주변의 전교조 선생님 조언을 받고 가입했다고 한다. 아직 전교조에서 도움 받을 일은 안 생기고 있다는 지현샘에게 여전히 조합 가입을 유지하시는 이유를 물었다.
“지역에서도 그렇고 신문에서도 보면 전교조에서 해 주시는 여러 활동들이 조합비를 내는 거 이상의 가치를 한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이번에도 수능 의자 마련 같은 거 해 주신 거라든지 아니면 지금 더운데도 교권 보호를 위해 시위도 하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직접 동참하고 싶은데 못하니까요. 사실은 조합비가 저희한테 있어서 얼마 되지 않는 건데 도움이 된다면 이렇게 경제적인 지원이라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지현샘의 깊은 전교조 사랑이 묻어난다. 이제 지현샘이 받고 싶다고 했던 질문들을 할 시간.
“선생님을 다시 교실로 돌아오게 하는 가장 작지만 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작지만 강한 그러니까 결국 모든 선생님이 그럴 것 같은데 저는 그게 학생인 것 같아요. 제가 아직 교직 경력이 길지 않은데, 제가 학생들한테 제가 생각했던 가르침이나 말들이 바로 눈에 안 띄니까 의미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교사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이제 막 졸업한 학생들이 연락을 주기 시작했는데 제가 했던 그런 말을 기억해 주고 오히려 그런 걸 넘어서 제가 배울 점이 있는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니까 내가 그래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고 교실로 돌아와야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학생들을 생각하고 있으면, 내가 귀하게 얘네들을 대해주면 얘네가 좀 고단할 때 좀 그런 학창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한 장면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조금 오글거리지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 학교에서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연대는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경력이 짧을 때 힘든 학교에 있었다 보니까 정말 좀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것보다 그냥 서로를 좀 이해하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거창하게 ‘같이 하자’, ‘나가자’ 이렇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저 사람이 ‘잘 하네 마네’ 이런 평가보다는 같이 들어주고 서로 의지하고 헤쳐 나가려 하는 그런 안정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사 집단은 또 자율적이잖아요. 그러다보니까 교사 간의 관계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개인주의적이기도 하고 사람마다 서로 다른데, 그런 서로를 이해하고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그런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긴 인터뷰가 끝을 바라보고 있다. 지현샘은 이번 방학 때 자연을 보면서 휴식하기 위해 일본 후지산에 다녀올 예정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전교조에 하고 싶은 말 한 마디를 부탁했다.
“바라는 건 없고 저는 전교조한테 받는 느낌이 제가 아까 말했던 그런 연대라고 생각해요. 전교조 신문을 읽어도 그렇고 가끔씩 어떤 활동을 하고 있다고 메시지를 주시는 것도 그렇고 되게 따뜻한 느낌을 많이 받아요. 교사들을 서로 아끼는 따뜻한 느낌을 받아서 계속 신문도 읽게 되고 또 한 번 더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 보게 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계속 지금 가지고 계시는 느낌으로 활동을 만들어 주시고 신문도 제작해 주시면 많은 선생님들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전교조에 바라는 선생님의 마음이 전해져 온다. 지현샘이 방학 여행도 잘 다녀오셔서 무사히 새 학기를 맞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