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칼럼] 그들이 교사를 바라보는 한심한 시각

박정현 교사 | 기사입력 2026/07/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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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칼럼] 그들이 교사를 바라보는 한심한 시각
강제 차출 연수와 IB 만능주의… 교사를 수동적 존재로 가두는 대구교육청
박정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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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7/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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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차출 연수와 IB 만능주의… 교사를 수동적 존재로 가두는 대구교육청

 

필자는 지난 4월, 지독한 행정주의로 인해 유명무실해진 '교수·학습 및 평가 계획서'에 대한 글을 작성한 바 있다. 많은 선생님이 숱하게 경험했다시피, ‘지독한 행정주의’는 교수·학습 및 평가 계획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많은 각종 서류 제출, 교육청 연수 차출에도 해당된다.

 

대구교육청은 유독 연수 인원 수를 채우기 위한 강제 차출이 심하다. 교육청은 ‘강제’가 아니라고 한다. 2학기 때 열리는 교육청 성취평가 연수도 그러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된 지 2년 차라 아직 바뀐 교육과정에 대한 연수가 많이 안내된다. 작년에는 굳이 이러한 제도가 있어야 되는지 의문투성이인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가 선생님들의 속을 썩이더니, 올해는 성취평가가 그러하다. 지금의 극한 경쟁, 변별 중심의 제도 안에서 온전한 ‘성취평가’가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 제도의 효용성이 교사를 설득하지 못하는데 교육청은 교사를 강제로 차출하려 한다.

 

<고등학교 성취평가 내실화 지원 연수 운영 및 신청 안내>라고 온 공문에는 “공통국어, 공통수학, 공통영어, 공통사회, 공통과학, 한국사(6개 교과) 지도교사 중 교과목별 1명, 학교별 6명 내외”로 연수 대상이 안내되었다. 누가 보아도 교과별 1명씩 가야 하는 것처럼 적혀 있다. 교사가 꼭 들어야 하는 연수는 (그나마) 법정 의무 연수를 제외하고는 없으니 이러한 차출 연수 공문을 보고는 (화난 마음으로) 담당 장학사에게 전화할 수밖에 없다. 아래는 담당 교사와 전화를 끊은 뒤 내용을 복기하여 정리한 통화 내용이다.

 

필자: 이 연수 필수 아니죠?

 

장학사: 필수는 아닙니다.

 

필자: 공문을 "국/수/영/사/과/한국사 지도교사 중 교과목별 1명, 학교별 6명 내외"라고 보내니 마치 학교별 필수 참석같이 해석됩니다.

 

장학사: 위와 같이 공문을 안 보내면 참여율이 저조해요.

 

필자: 가급적 권장이라고 적어도 되지 않나요?

 

장학사: 지난 연수 때 그렇게 안내하니 참여율이 저조했어요.(실제로 필자가 3년 동안의 공문을 찾아보니 ‘권장’이라고 보낸 공문은 없고 모두 똑같이 학교별 몇 명으로 필수 참석같이 해석되게 보냈다.)

 

필자: 그럼 교육청이 연수의 필요성과 연수의 질을 높이면 되지 않나요?

 

장학사: 저희가 고민한 바가 위와 같은 연수와 공문입니다. 어떻게 더 공문을 보내야 하나요?

 

필자: 좋은 연수 고민하면 선생님들이 알아서 갑니다. 뭘 어떻게 할지는 교육청이 연수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할 바 아닌가요?

 

장학사: 네, 고민해 보겠습니다.

 

필자: 선생님들은 좋은 연수면 스스로 갑니다. 스스로 공부하시는 분도 있고 공동체로 같이 공부하는 선생님도 많습니다. 이렇게 공문을 보내면 학교에서 담당 부장과 교과 사이에 마찰이 생겨요.

 

장학사: 마찰이 생기는 거까지는 몰랐습니다.

 

필자: 학교에 근무해 보셔서 잘 아시지 않나요? 다음부터는 공문을 이렇게 안 보내주면 좋겠네요. 필참 아니라고 하셨으니 널리널리 알리겠습니다.

 

장학사: 네, 그러세요.

 

교육청 정책 기획 및 운영, 교사와 교육청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려고 교육전문직이 되었을 텐데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교사에게 오히려 되물어보고 있다. 자기 할 일을 교사에게 물어보는 것을 넘어 사실이 아닌 정보를 자기 유리한 대로 말한다. 교사 자율로 맡기면 ‘참여율 저조’가 벌어진다고 한다. 참여율 저조는 교육청이 선생님들의 참석을 강제하지 않아서일까, 정책의 타당성이나 필요성이 부족해서일까? 교육청 말대로 선생님들 참석이 저조하다고 가정해보자. 그 이유는 교육청이 하는 연수에서 어떤 정책과 제도를 배우더라도 학교 현장에서 모두 무력화되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효능감을 잃어서일 테다.

 

시간을 투자한 연수 수강이 현장에서 효용성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책의 앞과 뒤가 정합성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의 앞과 뒤가 맞기 위해서는 관료들이 애써 외면하는 교육 구조적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현장 교사를 얼마나 수동적인 존재로 여기는 것인지, 그들이 정책에 대해 얼마나 넓고 깊게 고민하지 않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는 교육청 내 교육전문직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교육전문직 후 교감, 교장이 된 이들도 마찬가지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당선 이후 첫 대외 행보로 대구를 찾아왔다. IB 인증 학교인 복현중학교에 왔는데, 수업을 둘러보고 대구교육감, 안민석 당시 경기도교육감 당선인, 복현중학교 교장이 대담을 했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이야 말할 필요 없지만 교육전문직 출신 복현중학교 교장의 말도 가관이다. 아래 내용은 대담 중 일부다.

 

안민석 경기도 교육감 당선인: 경기도는 민주당 성향의 학부모 비중이 높다 보니 'IB 교육'을 보수 진영의 정책으로 오해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저는 경기교육청 인수위원회에 '미래 교육 분과'를 만들고 혁신학교 교장 다섯 분과 IB 학교 교장 다섯 분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서로 끝장 토론을 해보라는 취지였죠. 직접 와서 보니 혁신학교와 기본 취지는 완전히 똑같습니다.

 

강은희 교육감: 맞습니다. 사실 IB는 매우 진보적인 교육입니다. 다만 과거 혁신학교는 '활동 중심'에 치우쳐 학습과의 연계 고리가 다소 느슨했던 한계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활동만 하러 오는 게 아니라 '배움'을 얻으러 오는 것이니까요. 반면 IB는 기존의 교육 이론이 매우 탄탄하게 시스템으로 받쳐주고 있고, 무엇보다 교사 연수 체계가 확실합니다.

 

복현중학교 교장: 교사 입장에서 보면, 일반 학교에서 혼자 공부하거나 교사 몇 명이 어깨동무하는 수준으로는 교육의 틀을 바꾸는 '넘어설 수 없는 산'이 있습니다. 하지만 IB는 학교 전체와 교육청이 시스템을 통째로 제공합니다. 중학교는 전교생과 전 교사가 참여합니다. 이 신세계를 맛본 젊은 교사들은 보람과 희열을 느끼기 때문에 과거의 주입식 교육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복현중 교장의 말의 의미를 살펴보자면, “교사 몇 명이 어깨동무하는 수준”으로 공부해서는 교육을 바꿀 수 없다는 말이 전제가 되며, 교장은 IB 시스템이 (강제로) 들어오면 교사들의 공부 수준을 넘어 교육을 바꿀 수 있다고, 교사들 스스로 공부해서는 교육이 바뀔 수 없고 교육청이 시스템을 줘야 교육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복현중 교장의 말은 "교사들을 믿고 교육을 할 수 없다"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안민석 경기도 교육감 당선인이 IB에 관심이 있어 첫 외부 활동으로 찾아간 대구 IB 학교는 IB교육이 나름 잘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 학교가 IB학교로 인증되기 위해, 인증된 후 대구교육청은 교육청의 시책을 잘 따르는 관리자와 교사를 그 학교로 발령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그 교장의 인식이 위와 같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그런데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는 걸 '어깨동무하는 수준'으로 폄하할 이유는 없을 뿐더러, "너희는 스스로 하지도 않겠지만, 스스로 해도 바뀌지 않으니 우리가 시스템으로 강제할게."가 교육 환경에서 벌어져야 하는 일인가? 지역 교육 수장이 방문한 곳, 그 학교의 관리자가 대담이랍시고 한 말이 저 정도인 게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이러니 대구가 수직적이고 위계적이어서 수동적인 교육이 여태 이루어졌구나 이해가 된다. 『맹자』에 맹자가 제나라 선왕에게 이렇게 말한다.

 

“왕께서 신하 보기를 자기의 수족처럼 소중히 여긴다면 신하들이 왕을 마치 자기 심장같이 여기고, 왕께서 신하를 개나 말처럼 여긴다면 신하들도 왕을 길 가는 사람같이 여기고, 왕께서 신하를 흙이나 풀처럼 여긴다면 신하들도 왕을 원수처럼 여길 것입니다.”

 

왕과 신하까지의 수직적 관계는 아니지만, 조직에서 윗자리에 있는 자들이 아랫자리에 있는 사람을 ‘수동적’으로 여기고, ‘폄하’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어찌 그 조직이 잘 돌아가겠나. “저런 관료들이 운영하는 조직에서 일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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