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필운 칼럼] 청소년 사회관계망서비스 규제 논쟁이 놓치고 있는 교훈

정필운 한국교원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2026/07/1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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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운 칼럼] 청소년 사회관계망서비스 규제 논쟁이 놓치고 있는 교훈
'제2의 셧다운제' 우려 속, 일률적 이용 제한보다 '안전한 플랫폼 환경 조성'이 우선되어야
정필운 한국교원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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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7/1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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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셧다운제' 우려 속, 일률적 이용 제한보다 '안전한 플랫폼 환경 조성'이 우선되어야

 

오스트레일리아가 쏘아올린 청소년 사회관계망서비스 규제 논쟁 

최근 여러 나라가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을 제한하는 입법에 나서고 있다. 그 시작은 오스트레일리아였다. 2024년 말 앨버니즈(Anthony Albanese) 총리는 “소셜미디어가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 이제 이를 끝낼 때가 되었다.”고 선언하였고, 의회는 신속하게 ‘온라인 안전법’을 개정<Online Safety Amendment(Social Media Minimum Age) Act 2024>해 청소년의 SNS 이용을 규제했다. 이 법은 16세 미만 청소년이 연령 제한 소셜미디어 플랫폼(age-restricted social media platforms)에 계정 개설을 할 수 없도록 합리적인 조치(reasonable steps)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막지 못할 경우 플랫폼 사업자에게 최대 4,950만 오스트레일리아 달러 벌금을 부과한다. 그 결과 2025년 12월 법 시행 이후 수백만 개 계정이 삭제 또는 제한되었다고 한다.

 

입법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청소년이 자해·자살·약물 남용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해로운 콘텐트에 노출될 위험이고, 다른 하나는 지속적인 알림과 추천 기능이 수면 방해, 스트레스 유발, 주의력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이용자의 관심을 붙잡기 위해 끊임없이 제공되는 알림과 자극적인 콘텐트를 추천하는 알고리듬이 이러한 문제를 더욱 가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 2024년 7월 17일 윤건영 의원은 14세 미만 아동이 SNS 계정 개설을 요청할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그 계정 개설 요청을 거부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게임 셧다운제가 남긴 교훈을 되새겨야

이 논쟁을 보며 자연스럽게 지난 2011년 도입되었다가 2022년 폐지된 게임 셧다운제를 떠올린다. 우리는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고, 그것이 이 논쟁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당시 국회는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예방하기 위해 16세 미만 청소년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제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청소년 보호라는 목적에는 많은 국민이 공감하였고, 헌법재판소도 이 제도를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도입 당시부터 제기된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부모의 자녀양육권 침해 논란이 계속되었고, 타인 명의 이용이나 국외 플랫폼 이용 등으로 규제의 실효성에도 강한 의문이 있었다. 결국 강제 셧다운제는 폐지되고 청소년과 부모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되었다.

 

청소년 SNS 규제는 게임 셧다운제와 규제 대상과 방법만 다를 뿐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모두 청소년 보호라는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가 일정 연령 이하 청소년의 디지털 서비스 이용을 법률로 직접 제한하려는 제도이다. 그렇다면 게임 셧다운제가 남긴 경험을 이번 논의에서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규제의 전제가 되는 과학적 근거를 좀 더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청소년의 SNS 이용과 신체·정신 건강 침해, 수면 방해, 스트레스 증가, 주의력 저하 사이에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SNS 이용이 교육적·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그리고 연령 제한이 실제로 청소년 보호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다른 규제수단보다 효과적인지 여전히 논쟁적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법 개정 당시 의회도서관이 작성한 법안검토보고서는 “아동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온라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유리한 대책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제한적”이라고 서술하였다. 인공지능 시대에 강하게 요구되는 증거기반 입법이 여기에도 적용되어 객관적인 증거를 축적하고 검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우려가 크다고 해서 입법의 증거 기준까지 낮아져서는 안 된다.

 

또한 사회문제 해결을 법이라는 수단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의 SNS 과의존은 가정환경, 학교생활, 또래관계, 입시 중심 문화, 알고리듬 설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따라서 국가 역시 이용 제한이라는 직접 규제뿐 아니라 청소년 시민교육, 상담과 치료, 부모교육 등 다양한 수단을 함께 고려하고 추진해야 한다.

 

기술 발전의 방향과 반대로 이용 자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규제의 한계도 잊어서는 안 된다. 게임 셧다운제 당시에도 타인 명의 이용과 국외 플랫폼 이용이 끊이지 않았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부모 계정 이용, 국외 플랫폼 이용, 가상사설망(VPN) 이용을 통한 우회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환경에서 광범위한 이용 제한은 시간이 지날수록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향을 가진다.

 

특히 이번 논의에서 부모의 자녀양육권을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녀를 보호하고 양육할 1차적 책임은 국가가 아니라 부모에게 있다. 국가가 부모를 대신하여 청소년의 SNS 이용 여부를 일률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성원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청소년을 플랫폼 밖으로 밀어내는 것보다 플랫폼 안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필자도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 모색을 위해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과의존을 만드는 알고리듬, 과도한 알림, 유해 콘텐트 노출 등을 일부 플랫폼에서 확인했다. 최근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니 서비스 설계 단계부터 청소년 보호를 고려하고, 플랫폼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평가하여 추천 알고리듬과 서비스 구조를 개선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자율규제가 요구된다. 그리고 사회는 플랫폼 사업자가 이와 같은 자율규제를 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응원해야 한다.

 

청소년을 보호하는 더 좋은 입법수단 찾아야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입법 목표에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목적이 좋은 입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게임 셧다운제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은 기술 발전을 법으로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인권위원회는 규제 입법이 비례 원칙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전면 금지는 청소년이 SNS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민교육 기회, 표현할 기회, 사회 참여 기회 등을 함께 금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청소년은 스스로 건강한 SNS 이용 습관을 기르도록 노력해야 하고, 부모는 자녀의 디지털 생활을 책임 있게 지도해야 한다. 학교는 디지털 시민교육을 강화하고, 플랫폼 사업자는 청소년 보호를 위한 자율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국가는 과학적 연구를 축적하면서 이러한 노력을 지원하고 감독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의 자유 제한을 먼저 선택하기보다는, 자유를 안전하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지혜를 모으는 노력을 먼저 하는 것이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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