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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혜원 교사는 지난 타운홀 미팅에서 포괄적 성교육을 서울시교육청에서 도입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유준선 편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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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 내내 교육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교사만은 절대 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교사는 1등 신붓감'이라는 말이 끔찍하게 느껴졌고, 어린 마음에도 서른 명 남짓(이제는 더 줄어 스무 명 남짓)의 학생을 만나는 교사보다는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일하는 편이 더 많은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과의 지난한 갈등 끝에 교대에 입학했고, 막상 교사가 된 뒤에 오히려 학생이었을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
좋은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학생과 보호자, 동료 교사를 만나 상호작용 하는 사람은 '교사인 나'라는 것. 정책과 제도를 통해 학생을 만나는 일과 교사로서 학생을 마주하는 일 사이에는 언어로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현장의 필요와 요구를 가장 가까이에서 피부로 느끼는 사람은 바로 교사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교육청에서 일하는 사람과 교사 중 누가 교육에 더 크게 기여하는지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두 집단은 칼로 자르듯 나눌 수 없다. 교육청이 더 나은 교육 정책과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교사의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고, 교사가 좋은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의 지원과 지지가 필수적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6월 25일 열린 서울시 교육감 타운홀 미팅은 교사와 교육청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자리였다. 전화 너머로, 혹은 교육청 연수 때에나 가끔 마주하던 교육청 관계자와 교사가 한자리에 모여 교육 현안을 두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질문자의 한 명으로서, 유네스코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라인에 맞춘 성교육과 성소수자 학생에 관한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의 이행 계획에 대해 질의했다.
[질의 전문] "안녕하세요, 교육감님. 교육감님께서는 과거 진실·화해 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시며 국가 폭력과 차별의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해 오셨습니다. 그렇기에 최근 한 커피 브랜드의 5·18 혐오, 교육감 선거의 성소수자 혐오 현수막, 그리고 교실 안팎의 여성 혐오가 결국 한 뿌리에서 비롯된 폭력임을 누구보다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학생을 통해 투영된 사회의 혐오는 학교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그 현장을 피부로 느끼는 교사로서 세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첫째, 성교육에 관한 제언입니다. 지금의 성교육은 생물학적 설명에 머물러, 세상을 이해하는 첫 단계인 자신의 몸과 감정, 관계에 대해 사유할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는 사유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첫걸음으로서 유네스코 가이드라인에 기반한 포괄적 성교육의 도입이 절실합니다.
둘째, 학교 안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질문입니다. 전교조에서는 올해 대한민국 노조 최초로 성소수자 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또한 지난 202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트랜스젠더 학생의 수련회 참여 제한을 차별로 판단하고 ① 성별 분리 시설 이용 가이드라인 마련, ② 성소수자 학생 정기 실태조사, ③ 상담·지원 강화를 권고했습니다. 인권위 권고 사항과, 학생·교사를 포함한 학교 안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이행 계획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학교 내 혐오·차별 표현을 예방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교육청 차원의 구체적인 대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선언을 넘어, 어떤 절차를 어떤 단계로 이행하실 것인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답변을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이와 같은 질의에 정근식 교육감은 성소수자 학생 인권에 관한 자신의 진솔한 경험을 나누며 학교 안 혐오와 차별 문제의 심각성에 깊이 공감했다. 다만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질의와 제언에 대한 답변을 충분히 들을 수는 없었다. 정근식 교육감은 이후 전교조 서울지부 여성위원회, 성소수자위원회와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 약속이 꼭 지켜지기를 바란다.
주어진 시간이 부족해 대부분의 답변 모두 표면적인 수준에 머물렀던 점은 아쉬웠지만 긴 시간에 걸쳐 여러 현안을 두고 현장의 고민과 제언을 진지하게 나누고, 서로의 말에 귀 기울였던 시간이 무척 소중했다. 특히,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고민해 온 다른 선생님들의 질의는 듣는 것만으로도 큰 배움이 되었다. 경쟁 교육 및 특권 학교 해소 방안, 학교장의 민주적 리더십 강화 방안, 디벗(교육용 태블릿) 제도 개선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 내용이 있었는가 하면, 중등 선생님이 발언하신 고교학점제 폐지나 기간제 교사 처우 개선, 사립학교 공공성 강화처럼 초등 현장에서만 근무해 온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현장의 요구와 문제를 새롭게 배우기도 했다. 타운홀 미팅은 교육청과 교사를 잇는 자리인 동시에, 저마다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교사들이 서로 연대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이기도 했다.
다만 앞서 말했듯, 제한된 시간 탓에 깊이 있는 질의를 나누기는 쉽지 않았다. 이런 소통의 자리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특정 현안을 주제로 실제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교육청 실무진과 현장 교사가 깊이 있게 토론하는 실질적인 대화의 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