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악성 민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최성주 교사 | 기사입력 2026/07/1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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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악성 민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치킨게임과 팃포탯(Tit for tat)으로 보는 악성 민원 대응법
최성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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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7/1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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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과 팃포탯(Tit for tat)으로 보는 악성 민원 대응법

요즘 뉴스나 기사 등을 보면 학교나 교실을 교사와 민원인 간의 전쟁터처럼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민원인은 자신의 요구대로 교사가 행동하기를 원하고, 교사들은 나름의 철학과 소신에 따라 교육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마찰이 빚어지는 것이다. 마찰의 결과는 종종 교권보호위원회나 아동 학대 고발 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조사나 재판 과정을 겪으며 교사들은 신체적·정신적 피해에 시달리고, 많은 판례에서 보듯 조사 기관과 판사에 따라 판단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기까지 피가 마르는 상황에 놓인다. 이를 몇 차례 겪은 교사들은 교직에 회의감을 가지며 휴직을 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퇴직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교사 집단에서는 악성 민원이 고소·고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의 의견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법령이나 고시의 변화에는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감나무가 입에 떨어지듯 마냥 법 개정까지 손을 놓고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악성민원’의 특성상 일회성으로 교사들에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구조적으로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악성민원을 상대해야 하는 교사들에게 관련 이론과 함께 필자가 추천하는 대응 방안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치킨 게임

흔히 강 대 강 구도의 양보 없는 싸움을 치킨게임이라 일컫는다. 치킨 게임 방식을 짧게 설명하면 일정한 거리에서 서로 마주 보며 곧바로 차를 내달리다가 운전대를 꺾는 사람이 겁쟁이(chicken)가 되는 게임으로 자신의 피해를 무릅쓰더라도 한쪽이 이길 때까지 경쟁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참둥이’와 ‘순둥이’가 치킨 게임을 했다면 결과는 다음과 같다.

 

 

위의 상황 중 실제로 위험한 경우는 ‘참둥이’와 ‘순둥이’ 모두 운전대를 꺾지 않는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을 사용한 경우뿐이다. 다른 경우라면 한쪽 또는 둘 다 체면은 좀 구길 수 있을지언정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는다. 학교에서 교사에게 발생하는 수많은 악성 민원도 일종의 치킨게임이라고 가정하면 아래와 같이 결과를 정리해 볼 수 있다.

 

 

위의 표가 현장의 상황을 단순화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한 ‘악성 민원’의 여부에 따라 교실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사에게 확실히 유리한 영역은 민원이 없거나 민원인이 교사나 학교의 의견을 수용하여 악성 민원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상황뿐이다. 그래서 악성 민원으로 교사에게 문제가 발생한다면 교사가 신념을 가지고 할 만한 선택지는 사실상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길만이 유일하기에 순순히 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신은 운전대를 절대 꺾지 않는다’라는 결의를 악성 민원인에게 강력히 각인시킬 수밖에 없다.

 

2. 팃포탯(Tit for tat)

치킨게임과 같은 게임이론 상황에서 우수한 결과를 얻기 위해 수많은 전략이 나왔지만,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가 정립한 ‘팃포탯’ 이론은 매우 단순한 과정을 거침에도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를 압도할 정도의 전략은 여전히 나오지 못하고 있다.

 

‘팃포탯’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게임 상황에서 이전 게임에 상대가 한 행동을 이번 게임에서 그대로 따라 전략이다. 다시 말해 상대의 행동이 협조적이었으면 협조하고, 비협조적이었으면 협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팃포탯’은 네 가지 핵심 요소(선량함, 보복성, 관대함, 명료성)로 행동 방식을 결정하는데, 먼저 선량함이란 상대에 대한 선제적인 협력과 신뢰를 말하는 것으로 일단 상대를 믿는다는 전제하에 먼저 협력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보복성이란 상대가 협조적이지 않다면 즉각적으로 응징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관대함이란 상대방이 다시 협력하는 모습을 취한다면 주저 없이 행동으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명료성은 위의 세 가지 행동 기준을 상대방 또한 확실하게 알도록 하는 것이다.

 

이 별거 아닌 것 같은 네 가지 요소가 강력할 수 있던 것은 다음과 같다. ‘팃포탯’ 전략은 권모술수로 상대방을 짓밟고 압도하여 상대에게 손해를 끼치며 자신의 이득을 최대로 얻는 ‘적자생존’과 같은 그런 전략이 아니다. 상대와의 신뢰와 협력을 전제하여 공동의 이득을 취하되 상대의 태도에 따라 확실하게 보복함으로써 사익을 위해 공익을 깨는 것은 결코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음을 알게 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악성민원은 결국 민원인의 사익 추구가 본질이기 때문에 공교육이라는 공익에 결코 우선 되어서는 안 되며, 다른 사람들에게 민원을 무분별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는 기류를 만들도록 해서는 더욱 안 된다. 그래서 악성민원은 발생했을 때 강력히 차단해야 공익을 우선하는 공교육의 본질을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

 

3. 악성 민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팃포탯’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았으니 현장에서 이 전략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해보자. 악성민원이 교사들에게 강력하게 힘을 발휘하는 까닭은 민원인이 악성 민원을 넣는데 전혀 불이익이 없고 학교나 학급에서 민원인의 요구를 보통 어느 정도라도 수용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성공한 경험은 행동을 강화하여 다른 악성 민원을 반복하게 하기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아래와 같이 교사에게 필요한 몇 가지 행동 방법을 권하고 싶다.

▲ 전교조는 학교 악성민원방지법 5만 국회 입법 청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강성란 기자

 

① 교사가 스스로 정한 시간 외에 민원인과 불필요한 소통을 하지 않는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각종 민원을 위해 연락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성공 경험은 행동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상대에게 자신이 원하는 아무 때에나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그래서 굳이 지금 답변할 필요가 없는 내용이라면 통화든 문자든 과감히 무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과 후에도 홀로 민원을 오롯이 감내하려는 것은 누구에게나 신체적, 정신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교사 자신도 다른 교직원들에게 보호받거나 협력을 구할 수 있는 일과 시간에만 민원을 응대하는 것이 좋다.

 

② “지금부터 녹취하겠습니다.”

회사나 각종 기관에 전화를 걸면 사람이 전화를 받기 전에 상담 관련 주의사항 등을 안내하고 녹음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는 상담원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지만 상대의 행동을 제어하려는 목적도 있다. 민원인과 대면 상담을 하거나 전화 상담을 하는 경우 처음부터든 중간부터든 녹취를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각종 폭언 등을 제어할 수 있다. 설령 폭언을 하더라도 녹음한 내용은 ‘증거 자료’로 사용할 수 있기에 결코 손해가 될 만한 행동은 아니다.

 

③ 조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자문은 빨리 받는 것이 좋다.

실제로 악성민원을 처음 맞닥뜨리게 되면 당황하여 생각이 빠르게 정리가 안 되고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그래서 혼자 해결해보려다 상황이 악화되거나 다른 사람과 협의할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하지만 일어난 문제들 대부분은 주변 지인과 상담하거나 노동조합에 상담·자문을 구하고, 심각한 상황이라 판단하면 변호사와 상담을 하는 것으로도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혼자 끙끙 앓기보다 주변과 빨리 사건을 공유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본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중요하다.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선제 행동이 필요할 정도로 시급성을 다투는 문제라 판단한다면 비용은 일단 생각하지 말고 과감히 법무 법인을 찾는 것이 더 낫다. 노동조합에서 친절히 알려주기는 하지만 변호사의 법률 자문을 구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한 다리를 거쳐서 소통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다소 걸려 대응이 늦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교육청 ‘교원안전공제지원제도’가 각 지역에 모두 있기에 제도를 통해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면 개인이 지불해야 할 비용 문제도 크게 절감될 수 있다.

 

④ 피의자로 조사를 받는다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일정을 조율하라.

고소·고발 등이 발생하면 경찰, 시·군·구청, 교육청 등으로부터 조사나 감사를 받게 된다. 하지만 통보받은 날짜에 교사가 반드시 맞춰줄 필요는 없다. 조율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유를 들어 자신의 일정에 맞춰 조정해야 법률자문을 구한다거나 행정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관련 자료를 모으는 등 사안에 대응할 여력과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리고 조사를 받을 때 자신의 억울함을 변호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사건 상황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되려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세세한 상황 진술이 실수나 잘못을 시인하는 내용으로 인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술은 명료하게 필요한 말만 최소한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권한다.

 

⑤ 민원 등의 학교 관련 일로 병원에 갈 일이 생긴다면 솔직하게 증상을 이야기하라

경찰 조사에서 첫 진술이 증거로 중요하듯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도 의사에게 증상을 말하는 첫 설명이 중요하다. 이는 각종 소송 등에 필요한 증거 자료로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라 공상 등을 교사가 인정받기 위한 증빙자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병원에 간다면 증상의 원인을 간접적으로 뭉뚱그리며 돌려 이야기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속담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말이 있다. '팃포탯'과 큰 틀에서 비슷한 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 현장은 어떠한가? ‘좋은 게 좋은 거지.’란 말처럼 민원이 발생하면 교사에게 사과나 순응을 종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교사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악성민원을 반복하게 만들어 상황을 점차 악화시킨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 제거를 위해 과감히 대응하며 돌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는 이전투구를 벌이는데 우리만 고상하게 싸움에 임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악성민원을 단순 민원인 것처럼 포용하거나 수용하지 말고 선량하며 관대하나 부당함에는 명확하게 응징으로 행동하는 ‘팃포탯’의 방식으로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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