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그거 언제 올라와요? 재밌던데...”
익명의 독자에게서 편집실로 연락이 왔다. 독자들이 기다린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 인터뷰이를 찾았다. 어쩐지 낯익은 이름의 김승민 선생님(승민샘)이 오늘의 인터뷰이다.
본인이 지지하던 교육감 후보가 떨어져서 마음의 상처가 크다는 승민샘은 올해 초등학교 과학 교과전담 교사를 맡고 있다고 한다. 5학년, 6학년 24시간 수업하고 있다고 하신다.
그런데 그 교과전담을 맡은 사연이 비범하다.
“작년에 제가 교권 침해 피해 교원이 되고 2학기 때 담임 교체가 되고 영어 교과 전담으로 빠지게 됐어요. 작년에 무기력증이 좀 많이 왔었거든요. 근데 ‘내가 뭘 잘못해서 이렇게 됐나’ 생각했었는데 올해도 담임을 신청했지만 교과 전담으로 배치되었어요.”
그렇다. 승민샘 이름이 익숙했던 이유는 ‘아동학대 및 악성민원 피해교사 모임’에서 승민샘이 활동했었기 때문인걸 뒤늦게 알아챘다. 질문을 이어갔다.
“선생님 작년에 무슨 일을 겪으신 거예요?”하는 질문에,
“그냥 모든 걸 잃었던 해였던 것 같습니다. 학생이 말을 많이 안 들어서 상담을 맡겨야 할 정도였어요. 학생이 점점 잘못된 행동을 해도 사과도 안하고 모르겠다고 넘어가 버리고, 어느 순간에는 제 카톡 프로필에 있는 가족 사진을 보고 해코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친권자인 엄마는 아이의 모든 것을 할머니한테 맡기고, 할머니는 ‘학생이 상담을 동의해야 받겠다’면서 상담 권유를 계속 거부했어요. 그러면서 교육청 장학사에게 담임을 교체해 달라고,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연락했죠.
그러자 장학사가 학교로 달려와서 다자 대면을 했어요. 조선대 의대 정신과 교수도 소개해주고, 학생 상담비용도 교육청이 부담할 테니 학생 치료는 나중에 받더라도 상담이나 진단이라도 받아보자고 했어요. 그런데도 학부모는 모두 거부했죠.
이제 교육청은 일 크게 벌리기 싫으니까 그냥 제가 사과하고 무마하자는 식으로 얘기했죠. 저는 화가 나서 교권보호위원회를 신청했고, 피해교원으로 인정되긴 했지만 주변 선생님들과 관계도 많이 안좋아지고 그런 한 해였어요.”
승민샘의 이야기는 처절했다. 차마 지면에 담을 수 없는 학생의 교권 침해, 교장과 교감이 교권보호위원회 제소를 만류한 이야기 등 긴 이야기가 이어졌다.
“교권보호위원회에 갔더니 교사 위원이 30%가 안 되던 때여서 학부모 위원이 대부분이었어요. 학부모 위원들이 학교 실정을 잘 모르기도 했고, ‘어떻게 선생님께 그런 행동을 하겠어?’라는 식의 태도를 보여줬어요. 요즘 학교는 그렇지 않은데요. 그래서인지 질문들 수준이 낮게 느껴졌어요. 한 얘기를 또 하고, 또하고. 스텝을 밟아서 질문이 발전되는 게 아니라 예컨대 관계 회복성 질문은 A 학부모 위원이 하는 식으로 역할을 맡아 형식적인 질문만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나중에라도 꼭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답답한 이야기만 이어지는 것을 바꾸어 전교조 가입 이야기로 옮아갔다. 승민샘은 2016년에 전교조에 가입하셨다고 한다. 전교조 가입은 아버지께서 연구원 노조 출신이시고, 전교조 선생님이 권유해서 들어오셨다고 한다. 가입하기 전에 가만히 살펴보니 민주노총과 함께하고 여러 연대 단체들과 함께 하는 전교조를 보면서 ‘가입한다면 전교조를 가입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교조가 회의나 집회할 때 평등 수칙을 읽어주던 기억이 나요. 그거를 읽으면서 참 이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감명 깊었어요.”라며 전교조가 그리는 꿈이 많이 와닿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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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민샘 사진을 한 장 보내달라는 편집자의 요청에 승민샘은 사랑스러운 사진을 보내줬다. © 김승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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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에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갑질 판단에서도 도움 받았고, 어떤 일이 생기면 해결을 부탁하는 일이 많았죠. 그러다가 ‘네가 한번 가서 말해. 네가 말하는 게 훨씬 더 힘이 세지는 거야.’라며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해줬던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후배 교사들도 생기니까 후배 교사들에게도 ‘힘들면 의지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알아보고 스스로 말하는 것도 멋있는 것 같아.’ 이렇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승민샘은 받고 싶은 질문은 엄청 장난스럽게 써놨다. 내용은 ‘민원이 무서우냐 아내가 무서우냐?’ 질문을 쓴 이유를 들어봤다.
“그때 아내랑 좀 싸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그랬던 건데요. 어떤 선생님께는 민원이라는 게 정말 그 어떤 것보다 무서운 것일 수 있잖아요. 그런 생각으로 그렇게 썼어요.”라는 말에 “그럼 선생님은 요?”라고 되묻자,
“전 아내가 더 무섭죠. 아니.. 잠시만... 그러니까 저는 이제 전교조를 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민원이 안 들어오게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니까 ‘전교조 하니까 그러냐’ 이런 식으로 얘기를 듣는 것 싫어서 더 잘하고, 더 문제 안 생기게 하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이제 인터뷰를 마칠 때가 다가온다. 승민샘께 자유 발언 한 마디를 맡겼더니,
“무슨 말이 좋을까요? 어쨌든 방학이 다가오는데, 선생님들 그동안 많이 고생하셨고 또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단단한 마음으로 잘 버텨봅시다!”
다사다난한 지난 해를 보내고,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승민샘. 승민샘이 건승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