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징검다리 공휴일 등 특정 시기 사용에 제한을 둔다.
• 연가·병가·특별휴가와 앞 뒤로 연이어 사용은 제한한다.
• 2명 이상 겹쳐 사용은 제한한다.
위 내용은 경기 A 초등학교의 장기재직휴가 운영 계획이다.
8월 8일부터 교사도 학기 중 장기재직휴가 사용이 가능해졌다. 휴업일로만 제한하려 했던 교육부가 전교조와 현장 교사들의 분노에 한발 물러 선 결과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학교는 혼란에 휩싸여 있다. 교육부, 교육청 그리고 학교장까지 휴가 보장보다는 ‘휴가를 제한하는 사유’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법적 취지와 다르게 ‘휴가 사용 제한’하는 지침
지난 8월 말 개학 준비를 위한 교내 직원연수에 참가했던 A 초등학교 김권리 교사는 「2025학년도 2학기 교원 장기재직휴가 운영계획」이라는 ‘문건’을 받았다. 당혹스러웠다. 교육부가 입장을 변경하여 교사도 학기 중 장기재직휴가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들은 적 있지만, 이렇게 전격적으로 학교장이 방침을 확정하여 발표할 줄은 짐작하지 못했다.
인사혁신처가 밝힌 장기재직휴가 도입 목적은 장기재직 공무원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장이 일방적으로 확정 발표한 계획에는 이러한 취지와 반대로 각종 제한 사항 중심이다. 사회적 변화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허용하는 분위기로 읽힌다.
김권리 교사는 의문이 들었다. 장관, 교육감 그리고 학교장의 행정 지침은 정당한가? 합법적인가? 합리적 운영은 어떠해야 하는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른 상황
교장 “김 선생님, 법정 연가일수 21일 중 5일만 사용하셨네요.”
김 교사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교장 “권장 연가 일수가 11일인 거 알고 계시죠?”
김 교사 “네, 알고 있습니다.”
교장 “올해 11일의 연가는 꼭 사용하시고요. 나머지 연가는 저축해 10일 이상 장기휴가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 꼭 사용하세요.”
김 교사 “네, 권장 연가 11일은 반드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교장 “네, 편하게 휴가 계획 세우세요. 선생님과 선생님 가정의 행복이 곧 국가의 행복이에요.”
위 장면은 국가공무원복무규정 16조(연가 계획 및 승인), 16조의 2(연가 사용의 권장), 16조의3(연가 저축)에 따른 장면이다. 하지만 학교에는 이러한 장면을 볼 수 없다. 교육부가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에서 위 조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관의 예규로 상위 법령 미적용, 타당한가?
인사혁신처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공무원 근무혁신 지침을 2017년 3월에 발표했다. 네 가지 핵심 내용 중 하나가 「연가 활성화」이다. 권장 연가 일수(최소 10일 이상)는 당해 반드시 사용해야 하고, 남은 휴가는 이월·저축하여 10일 이상의 장기 연가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국가공무원복무규정을 개정하여 근무혁신 지침에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법령인 국가공무원복무규정의 내용을 교육부 장관의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와 행정 지침에서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명백한 위헌, 위법이다. 우리 헌법에서는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반드시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로만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휴가권은 법에서 보장하는 권리 수준을 뛰어넘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장관의 예규에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은 삭제하거나, 기본권을 적극 보장하는 내용으로 변경해야 한다.
휴가, 학교장이 법령에 근거하여 승인해야만 하는 사항
교직원의 복무(휴가, 조퇴, 출장 등)는 기관의 장인 학교장의 권한 사항이다. 법령에서 보장하는 교사의 휴가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 학교장의 기본 책무이다. 장관과 교육감이 법령에서 보장하는 연가를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 지침을 학교장에게 발송하는 것은 위헌, 위법이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장관은 국립학교, 교육감은 공립·사립 학교를 지도·감독할 권한을 지니고 있으므로 연가를 불필요하게 제한하는 학교장이 있다면 이를 지도·감독하는 것이 장관과 교육감의 직무이다. 장관과 교육감은 단위 학교에서 휴가 사용이 원활하도록 교원 정원확보, 예산지원, 강사 인력 풀 시스템 등을 갖추는 일이 기본 직무이다.
휴가, ‘당사자가 원하는 시기에 사용’하는 것이 핵심
당사자가 원하는 시기에 사용할 수 있는 것, 이것이 휴가 사용 원칙의 핵심이다.이를 위해 필요한 재정, 행정, 인력 지원은 장관과 교육감의 역할이다. 따라서, 장기재직휴가 사용을 위한수요를 사전에 파악하고 원하는 시기에 사용하도록 시간강사 확보 등 세부 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학교장의 책무이다.
장기재직휴가를 사용하려는 교사가 특정 시기에 몰려, 조정이 필요하면 권리의 주체인 교사들의 집단 지성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