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교실혁명 선도교사가 본 AI 디지털 교과서

송근상 교사 | 기사입력 2024/07/30 [16:00]
오피니언
희망칼럼
[발제] 교실혁명 선도교사가 본 AI 디지털 교과서
"가짜 AIDT 만들기 멈춰! 가짜 연수 멈춰! "
미완성된 콘텐츠, 형편없는 기능, 개인 정보 유출 위험 등 많은 문제 있다.
송근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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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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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AIDT 만들기 멈춰! 가짜 연수 멈춰! "
미완성된 콘텐츠, 형편없는 기능, 개인 정보 유출 위험 등 많은 문제 있다.

[편집자 주] 지난 7월 23일 전교조가 주최하고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민정·김문수·김준혁·문정복·박성준·백승아·정을호·진선미 의원,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이 함께한 ‘AI 디지털교과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교실혁명 선도교사 입장에서 토론자로 참여한 송근상 교사의 발제문을 옮겨 본다.

 

▲ 7월 23일 열린 'AI 디지털 교과서 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송근상 교사  © 현경희 편집실장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과 관련 연수 추진에 강력한 비판을 제기합니다. 저는 교실혁명 선도교사에 지원할 때 매우 들떴습니다. 이는 제 전공 분야이기도 하고, 평소 AI에 관심이 많아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교과서를 오랫동안 사용해 오면서 그 장점과 단점을 충분히 경험했기에, 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나 그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유 1: 완성되지 않은 콘텐츠 활용


첫 번째 실망의 이유는 바로 완성되지 않은 콘텐츠를 사용하라는 요구였습니다. 3,818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에서, 우리는 완성되지 않은 콘텐츠를 가지고 연수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졸속 행정과 예산 낭비입니다. 왜 이렇게 급하게 진행되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연수가 진행되는 동안 일정, 시간, 프로그램 등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온라인 연수와 오프라인 연수가 병행되었고 대 부분의 내용은 AIDT(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를 홍보하고 실습하는 형태였습니다. 문제는 제가 접한 AIDT가 미완성 상태였다는 점입니다. 2025년에 도입된다고 하지만, 현재는 절반도 채 완성되지 않은 교과서로 연수를 진행했습니다. 이로인해 큰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강사분들도 강의 도중에 “어제는 되지 않았던 기능이 오늘 추가되어 당황스럽습니다.”라거나 “새로 추가된 기능이라 제가 이 부분은 미처 숙지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셨습니다. 이는 강사분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미완성된 시스템으로 연수를 진행하게 한 행정의 문제입니다.

 

완성되지 않은 콘텐츠를 사용한 연수는 졸속 행정과 예산 낭비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교사들에게 불필요한 혼란과 실망을 안겨주며, 교육 현장의 신뢰를 저해할 뿐입니다.

 


이유 2: 형편없는 기능


두 번째 실망의 이유는 AIDT의 핵심 기능들이 형편없다는 점입니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사교육업체들의 AI 코스웨어를 공교육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AI 코스웨어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대시보드는 교사가 학생들을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현재 AIDT에 도입된 대시보드는 참고할 만한 지표가 거의 없고, 교사가 원하는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못합니다. 대시보드에는 정답률, 오답률, 정확도만이 화려하게 표시되어 있으며 이는 이미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기초학력진단평가 시스템과 다양한 교육 시스템에서 사용되고 있는 지표들입니다.

 

이로인해 저는 큰 실망을 느꼈습니다. 현재 AIDT는 AI의 기능을 단순히 각 결괏값을 예쁘게 시각화하는 데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코딩과 알고리즘으로도 해결 가능한 문제입니다. AI를 교육에 도입한다고 했을 때 기대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릅니다.

 

또 교사의 교육과정 재구성 기능에도 허점이 많습니다. 재구성도 깊이에 따라 다를 텐데요. 현재 AIDT에서 기존 AI 관련 기능들을 다 활용하면 낮은 수준의 재구성만 가능합니다. 컨텐츠 순서 바꾸기 또는 데이터 셋에서 끌어오기 정도의 재구성일 경우에만 AI 기능이 작동하고, 교사가 전면 재구성한 자료의 경우는 AI 기능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교육과정 재구성의 구현은 가능하나 현재 AIDT에서는 매우 높은 지식수준과 노동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지요. 이 기능은 많은 교사들이 기대했던 부분인데 말입니다.

 

실제로 교실혁명 선도교사 온라인 연수에서 이 부분을 실습할 때 많은 참가자들 얼굴이 일제히 찌푸려졌습니다. 저를 포함해서요. 속으로 다들 ‘이럴 거면 안 하고 말지’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교사들이 재구성을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기존의 디지털교과서 개발 때부터 교사들은 지속적으로 재구성 기능을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결국 현재 사교육업체들의 클릭 시스템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수준으로 개발되고 있는 겁니다.

 

AI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고 계실 겁니다. 생성형 AI가 텍스트를 이미지로, 나아가 텍스트를 비디오로 변환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제가 AI한테 한번 물어봤습니다. AI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다각도로 질문해봤는데요. AI 답변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내용이, 교육 전문가인 교사와 협력해야 한다는 부분이었어요. 모든 개발에 교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AI도 아는 것을 교육부는 모르나 봅니다.

 

한편 AI 답변 중에 소름 돋았던 내용이 있는데요. 자기가 교육과정 학습 없이도 이러한 기능들을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답니다. AI가 잘하는 거지요. 기존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분석하고 그와 비교하는 것. 현재 교과서 개발은 사교육 업체들이 하고 있지요. 시중에 이미 많이 나와 있는 AI 서비스들로 모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일까요? 공교육에 사교육 데이터 패턴을 가져다가 활용한다? ‘교실 혁명’이 그런 뜻이었을까요? 제가 상상력이 좀 풍부해서 그런가,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요? 교육부라면 교육용 API를 따로 구축하고 교육과정을 충실히 학습시켜서 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요?

 

어찌 됐건 현재 교육 전문가 없이 교육 사업가들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AIDT로는 교사, 학생, 학부모 교육 주체들을 전혀 충족시킬 수 없는 것입니다.

 


이유 3: 개인 정보 문제


마지막으로 개인 정보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지난 12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 장관에게 직접 질의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육 정보의 전면 공개와 데이터수집 및 분석은 초경쟁 사회를 만들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습니다. 현재도 수능 공화국에서 교육이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비식별 처리를 한다고 해도)학생들의 개인 정보를 주체들의 동의 없이 전면 공개하겠다는 결정은 어이가 없습니다.

 

AIDT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최적화되어 있기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는 전국 단위의 학생 등수 표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AI든 기술이든 도구에 불과합니다. 현재의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와 AIDT 전면 도입은 교육의 본질과 너무나도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혈세가 쓰인다는 것이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교과서는 원래 보조교재입니다. 지식 습득에 특화 되어 있는 보조교재이지요. AIDT도 보조교재입니다. 마찬가지로 문제 풀이, 학생 진단 분석, 성적 올리기 등 지식 습득에 특화되어있는 것이지요. 애초에 이것이 도입되면 마치 교육 혁명이 일어나리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그렇다면 왜 교육부는 AIDT를 ’교실 혁명’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며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을까요?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현재 개발되고 있는 AIDT는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완성된 콘텐츠와 형편없는 기능, 그리고 개인 정보 문제로 인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가짜 AIDT 만들기 멈춰! 가짜 연수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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