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석 전북도교육감이 7월 9일 오후 전북도교육청 강당에서 열린 ‘교육감, 교사에게 듣는다’라는 제목으로 교사와의 공감 토크를 열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행사는 공문을 통해 참여 희망 교사를 모집하여 진행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행사 개최 공문을 받지 못했으며, 이런 ‘비밀스러운’ 행사가 알려지니 도교육청은 행사 하루 전 다급하게 온라인 유튜브 영상 시청을 안내하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이마저도 행사 당일 시스템 오류라는 믿을 수 없는 이유로 취소되었다.
행사에 선발된 80여 명의 교사들은 도교육청 장학사들의 추천을 통해 선정됐다. 교육감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합리적인 교사들로 추천받았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북지부는 희망하는 교사들의 참석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공간이 부족하다", "유튜브로 보면 된다", "완전 공개 방식은 향후 검토하겠다"였다.
전교조에 이은 교총과 교사노조도 희망 교사 참석을 요구하자, 한발 양보한 도교육청은 단체별로 1명만 받아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은 희망자를 모두 받아주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 전교조 전북지부는 9일 전북도교육청에서 열린 '교육감과 교사들의 공감 토크'에 장학사가 미리 선발한 교사만 참석하게 한 데에 항의했다. © 전교조 전북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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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초대받지 못한 교사들은 도교육청 1층 로비 스피드게이트와 직원들에 막혀 들어가지 못했다. 초대받지 못한 교사들이 행사장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수십 명의 직원들이 2중, 3중으로 막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
초대받지 못한 김재욱 전주여울초 교사는 “조선시대 왕의 행차에서도 일반 백성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격쟁’이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과연 21세기 민주주의 시대 더군다나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도교육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지 믿기 어렵다”라고 말하였다.
행사는 오후 5시 20분경 마쳤는데, 행사가 끝나기도 전 5시 4분에 관련 기사가 올라오면서 사전 질문과 답변이 계획된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었다는 풍문을 확인시켜 주었다.
행사에 참여한 A교사는 "‘교사에게 듣는다'는 이름에 걸맞는 자리가 아니라 '교육감에게 듣는다' 자리로 느껴져 불편했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참여자 B교사는 "교사들은 비교적 간결한 질문을 한 반면, 서거석 교육감은 장황한 답변을 늘어놓아 교사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해명을 늘어놓기 위한 자리로 보였다"고 불편한 마음을 전했다.
송욱진 전교조 전북지부장은 “전북의 11개 교육 주체가 참여한 서거석 교육감 2주년 평가 설문조사에서 최하위 점수가 ‘비민주성’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전북교육의 수치스러운 사건”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