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4일 인천 서부교육지원청에서 열린 박순걸 교감 강연회 © 현경희 편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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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도서 <학교 내부자들>에서 학교의 비민주적인 민낯을 알렸던 경남 밀주초 박순걸 교감이 최근 후속편인 <학교 외부자들>을 펴냈다. 7월 4일, 전교조 인천지부 중서지회 주최로 열린 박순걸 교감의 강연회에서 도서 <학교 외부자들> 속 ‘훌륭한 교장을 만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에 해당하는 강연 부분을 강연록으로 담아 보았다.
만나기 어려운 ‘훌륭한 교장’
여러분, ‘좋은 교장’은 어떤 교장일까요? 무조건 오케이하는 허용적인 교장이죠. 갑질에 대한 교직원들 인식이 변하고, 갑질 신고제도도 활성화되면서 많은 교장이 허용적인 교장으로 변하고 있죠. 하지만, 이렇게 허용적인 ‘좋은 교장’이 ‘훌륭한 교장’일까요?
‘훌륭한 교장’은 어떤 교장일까요? <훌륭한 교장은 무엇이 다른가?>를 쓴 토드 휘태커가 훌륭한 교장 100명을 조사를 했어요.
‘훌륭한 교장’들에게 물었어요. 학교를 성장시키고 혁신 발전시키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뭐라고 했을까요? 그들은 교장이라고 답했어요. 의외죠.
평범하고 무능한 교장 100명에게도 물었어요. 그들은 ‘학교 구성원’이라 답했어요.
이 차이가 뭘까요? 훌륭한 교장은 자기의 책임을 아는 거예요. 무능한 교장은 책임을 구성원들에게 떠넘기는 거고요. 훌륭한 교장은 학교가 성장하는 데 있어 자신의 책임을 알고 있는 거고, 무능한 교장들은 학교가 성장 못한 이유를 구성원들에게 돌리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훌륭한 교장이 필요해요.
학교가 지금까지 발전 성장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훌륭한 교장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훌륭한 교장은 왜 이렇게 만나기 어려울까요? 그 이유는 승진 제도 때문입니다.
문제는 승진 제도
지난번 책 <학교 내부자들>에서 교감이 되는 과정이 불합리하다고 적었는데, 이번 <학교 외부자들>에서는 ‘교장 승진제도’에 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교사에서 교감이 되는 데는 3중 장치가 있어요. 첫 번째는 동료평가가 40% 들어갑니다. 평가에서 교장 40%, 교감 20% 그리고 동료교사 점수 40%가 반영됩니다. 이 40% 점수가 크거든요. 경남을 예로 들면 같이 근무했던 동료 30명 정도에게 “이 사람 교감 돼도 잘하겠느냐”고 전화로도 물어요. 그 다음 마지막에 심층면접을 하죠. 생각이 바른지 등등 면접도 해요.
올해 경남에선 교감 면접 대상자 중에 4명이 떨어졌어요. 면접에서 과감하게 떨어뜨립니다. 아무리 승진 점수를 잘 모아도 떨어지죠.
근데 웃기는 게 뭔지 아세요? 교장이 되는 제도는요. 기가 찹니다.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뭐만 있으면 되죠? 지원청 교육장이 교감에게 근평만 잘 주면 돼요. 교장 점수 50%, 교육장 점수 50%거든요. 자기 학교 교장은 다 만점을 줘요. 최근 3년간 근평만 잘 받으면 바로 교장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교감들이 지원청에 코를 꿸 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 학교가 성장하지 못하는 거, 우리가 훌륭한 교장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가 이거예요. 그리고 교감들이 지원청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예요. 그래서 이걸 바꿔 내지 않으면 안 된다 봅니다.
선생님들이 고생고생해서 밖에 나가 상 타서 왔지만 맨날 신문에는 보면 교장 이름이 적히고, 인터뷰에도 항상 교장이 나가잖아요. 그 고생에서 선생님은 사라져버리고 없죠.
모든 게 교장에게 집중되어 있는 현실. 일이 터지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책임은 안 지고 구성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거. 그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다는 거죠.
대통령도 마찬가지죠. 훌륭한 대통령은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 하죠. 그런데 무능한 대통령은 다 밑에 다 돌려버리잖아요. 책임을 지겠다는 용기가 없고, 그리고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 가면 안 돼요. 그런 사람들이 그 자리에 갈 수 없도록 만들어야 됩니다.
책임을 지는 사람이기에 그 자리에 있을 때 혜택을 주는 거예요. 수업을 안 해도 되는 거고, 업무를 드러내 주고, 업무 추진비도 주고, 사회적 지위도 주죠. 교장은 혜택이 많아요. 4급 상당에 해당하는 대우를 해줘요. 매월 업무 추진비가 따로 나가요. 그만큼 혜택을 주는 이유는 책임을 지고 그 자리에 가서 그 역할을 하라는 거죠.
현행 교장 승진제도, 근본부터 다시 개혁해야
저는 행정 업무를 잘하는 것이 교장이 될 수 있는 자질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감을 해봐야 교장을 잘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행정을 잘하면 조금 유리하긴 하겠죠. 하지만 교장에게 제일 중요한 건 뭐죠? 교육적인 마인드예요. 이게 없는 사람은 교장 자리에 가면 안 됩니다. 교육을 놓쳐버리면 아이를 놓쳐버리게 돼죠. 다른 거 아무리 잘해도 헛일이에요. 그래서 교장 공모제가 필요하고, 우리가 원하는 교장을 뽑을 수 있는 제도가 확산되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책에 이렇게 적었어요. 승진점수를 모으고 있는 사람도 있기에 과도기로 4년 단임제를 해보는 거죠. 그래서 교장을 해보고, 적성에 안 맞다 싶으면 그만두라는 거. 퇴임을 하든지 교실로 돌아가든지. 적성에 맞다 싶으면 공모 교장을 해보라는 거죠.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다 20년, 30년 후에는 다 공모 교장제로 바뀌겠죠. 저는 그런 세상이 온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갈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지금 교감, 교장을 뽑는 제도 자체가 좋은 교사를 뽑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고, 학교의 질은 교장의 질을 넘을 수 없다 생각합니다. 많은 교직원과 학부모들이 ‘훌륭한 교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은 만족할만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어요. 훌륭한 교장을 배출하지 못하는 지금 교장 승진제도는 바뀌어야 합니다. 현행 교장 승진제도의 폐단을 다각적으로 평가해서 바닥부터 다시 설계하고 뜯어고쳐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