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고 서이초 순직교사 1주기, '교권'이 무엇인지 다시 묻자

김지성 교사 | 기사입력 2024/06/28 [16:12]
띵동!교권
교권보장 큰 그림
[교권] 고 서이초 순직교사 1주기, '교권'이 무엇인지 다시 묻자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교권 개념 입법청원, 22대 국회에 재청원 필요
교권 개념 법제화는 교권 확보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
김지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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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6/2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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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에서 폐기된 교권 개념 입법청원, 22대 국회에 재청원 필요
교권 개념 법제화는 교권 확보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

▲ 김지성 전 경남지부 정책실장 

 

’교권‘이란 교사도 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와 교육전문가로 업무수행에 필요한 권한을 말한다. 교사가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 권리와 권한이 모두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대한민국에서 교사는 모든 인간에게 부여된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예외 인간으로, 필요한 권한도 제대로 부여받지 못한 비전문가로 살고 있다.

 

교권 실추? 아니다. 교사에게 교권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전국 5만 명의 동의로 ‘교권’의 개념이라도 교육기본법에 법률로 명시하고 국가가 나서 ‘교권 보호’를 천명하라는 입법청원이 성사되었다. 하지만 제21대 국회의 임기가 만료되며 결국 ‘폐기’되었다. 필자는 입법청원을 제안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틈틈이 국회에 전화해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사무실에 전화도 여러 번 하며 법안 마련의 필요성을 피력하였지만 결국 본회의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끝나고 말았다.

 

누구나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정치인, 언론인 너나 할 것 없이 말하였지만, 그 교권에 대한 정의조차 만들지 못한 채 서로 말만 하다 조용히 잊히길 기다리고 있다. 누구 하나 책임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교사의 정치 기본권이나 노동 기본권은 차치하고, 개인의 일상적인 삶이라도 보장되길 바라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일례로 학부모 등 외부에 교사 개인의 휴대 전화번호 공개는 교사의 희망과는 상관없이 2024년에도 반복되고 있으며, 공개를 희망하지 않는 교사가 오히려 별난 교사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근무 시간 외 전화나 문자 연락은 기본이고, 개인 SNS도 공개가 되어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전교조 거제초·중등지회가 실시한 거제지역 교사 대상 설문(6.13.~6.21, 219명 참여, 온라인 설문)에서 전체 응답자의 58%가 개인 휴대 전화번호를 학부모 등 외부에 공개하고 있으며, 그중 72%는 다른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공개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나마 이는 최근 업무 핸드폰이나 이중번호 서비스 지원 등 노동조합이 요구한 것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전체 응답자의 94%는 교사의 휴대 전화번호 공개에 대하여 문제가 있다고 응답하여 그동안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교사 개인의 휴대 전화번호 공개에 대해 교사가 얼마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교육부나 교육청은 원칙적으로 교사 개인의 휴대 전화번호 비공개가 원칙임을 선언하고, 학부모와 교사 간 바람직한 소통 방법을 마련하여 안내해야 한다.

 

교육전문가로서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권과 평가권 보장도 갈 길이 멀지만, 매일 이루어지는 수업과 생활지도에 애를 쓰는 것도 사치이다.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다지만, 도심지 급당 학생 수는 여전히 30명이 넘는 초과밀 학급이 넘쳐나고, 교사의 정원은 학생 수가 줄어든다며 대폭 축소해 교사가 담당하는 수업시수는 날로 늘어만 간다. 학교에 있는 동안 교재연구라도 해야 하지만 매년 늘어나는 행정업무를 처리하거나 각종 의무연수를 이수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학교에서 교사의 일상은 수업과 생활지도에 대한 여력을 남길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가는 학교와 교사에 대한 사회의 요구는 교사들을 더욱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구분을 어렵게 만든 보육과 돌봄, 교육청과 지자체의 갖가지 학생 복지 정책, AI나 디지털 기기의 무분별한 도입은 학교 본연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그리고 교사의 작은 실수나 정당한 지도조차 아동학대 신고나 민원으로 이어지고, 소송으로까지 진행되는 학교폭력, 관리자의 직권남용이나 인격 비하 발언 등의 갑질 행위는 교사의 목숨마저 빼앗기도 한다. 한마디로 ‘교사 교육 불가능의 시대’이다.

 

작년 여름, 젊은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광화문과 여의도 국회 앞 아스팔트 위에서 전국 수십만의 교사가 매주 모여 외쳤던 ’교권‘은 여전히 개념조차 정의되지 않았고, ’교권 보호’라는 말은 언젠가부터 ‘교육활동 보호’라는 말로 대체되어 의미가 매우 축소되어 사용되고 있다. 교육활동을 위한 권한도 여전히 부족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보장은 아예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고 서이초 교사 죽음 1주기가 다가온다. 학교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교권’이 무엇인지 국회에 다시 묻자. ‘교권’이 무엇인지 모른 채 ‘교권 보호’의 방법을 알 수 없고, ‘교권 보호’가 되지 않는 학교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21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 폐기된 ‘교권’을 22대 국회에 다시 묻기를 강력히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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