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사 불안정 고용, 이대로 좋은가?

오지연 기자 | 기사입력 2024/06/28 [16:42]
정책이슈
학급당 20명과 교원정원
[기획] 교사 불안정 고용, 이대로 좋은가?
설립별, 지역별, 급별 기간제교사 비율, 격차도 심각
임용과 고용 불안, 과다한 채용업무, 단기적 지도에 시달리는 교육계
오지연 기자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24/06/28 [16:42]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설립별, 지역별, 급별 기간제교사 비율, 격차도 심각
임용과 고용 불안, 과다한 채용업무, 단기적 지도에 시달리는 교육계


"제가 근무하는 학교의 기간제교사 비율은 71%, 20학급의 담임 100%가 기간제교사입니다. 사립학교 기간제교사 비율 상한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느 사립고교 교사의 말이다. 담임교사가 모두 기간제교사 100%인 학교는 흔치 않겠지만, 그만큼 교사 고용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현재 대한민국 교사 고용의 실태는 어떠한지 <교육희망>이 알아보았다.

 

무분별한 기간제교사 양산, 24년간 13배 증가

교육부가 운영하는 교육통계서비스 2023년 자료를 보면, 공교육 학교에 정규 교원 대비 기간제교사 비율은 15.1%로 76,634명에 이른다. 1999년에 1.6%(5,928명)에 불과했던 비율은 2011년에 8.2%(38,252명)로 급증한다.

 

 

이명박 정부는 교과교실제, 수석교사제, 연구년제, 진로진학상담교사제, 유치원 종일반 등을 도입·확대하면서 발생한 ‘증원’ 수요를 대부분 기간제 교사로 땜질했다.

 

이후, 2019년 코로나시기, 정원외 기간제 교사 채용 등으로 증가율이 높아지다가 정부의 역대급 교원감축(->관련기사)으로 22년과 23년에 총 14,640명이 더 증가했다. 교육부는 학생수 기준으로 교원을 배정하지만, 교육청은 학급수 기준에 따라 교원을 배치하기에 부족한 교원 부분은 기간제 교사로 채울 수밖에 없어 기간제교사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급별로 보면, 특성화고가 27.6%로 가장 높고 특수학교 25.4%, 자율고 21.9%, 일반고 21.7%, 중학교 20.3%, 특목고 17,6%, 유치원 13.7%, 초등학교 6.7% 순이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이 18.5%로 가장 높고, 세종 18.4%, 경남 16.8%, 전남 16.4%, 광주 16.4%, 경북 16.0%, 충남 15.8%, 경기 15.7%, 서울 14.9%, 대구 14.4%, 전북 13.9%, 인천 13.9%, 제주 12.7%, 울산 12.4%, 충북 10.9%, 대전 10.7%, 강원 9.6% 순이다.

 

급별 차이는 21%, 지역 차이도 9%에 이른다. 이는 사립학교 비율의 차이와 시도교육청의 정책사업 차이에 따른 것이다. 특수학교에 기간제 교사 비율이 높은 이유는 특수교육대상 학생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정규 특수교사를 뽑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서·상담·영양·보건교사 등 비교과교사도 1교 1~2인 배치기준에 턱없이 부족하게 정규교사를 배정하기에 각급 학교에서는 기간제교사를 채용하고 있다. 특히, 사서 정교사 배치율은 13%에 불과하다.

  

사립고교 기간제교사 비율 평균 33.9% ... 교사 절반 이상이 기간제교사인 곳도 다수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은 교원이 파견, 연수, 출산휴가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휴직을 한 경우나 특정 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으로 한정해서 기간제교원을 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법이 정하지 않은 불법적 임용이 계속 되고 있다.

 

 

사립학교는 재정 절감, 교원 통제 등의 이유로 기간제교사를 양산하고, 교육당국은 교원수급의 불안정을 이유로 방관하고 있어 교사 고용에 있어 불안정성은 악화일로에 있다. 사립학교에서 종종 20년 경력의 기간제교사가 있는 경우도 있어 정규교사 고용을 기피하는 사립학교의 행태를 알 수 있는 양상이다. 계약을 매년 갱신해야 하는 기간제교사들은 학교관리자의 갑질에도 저항하기 어려워 학교의 민주적인 운영에도 고용 불안은 걸림돌이다. 

  

공립 유치원에 기간제교사 비율이 높은 이유는 유치원방과후과정을 시간제기간제 교사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2012년 이명박 정부는 정교사 정원이 확보될 때까지만 시간제기간제 교사가 유치원방과후과정을 맡도록 하겠다 했지만,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1년 단위 계약으로 시간제기간제 제도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사립 유치원의 기간제교사 비율은 0.4%로 무척 낮으나 실제를 들여다 보면 껍데기에 불과한 수치이다. 사립유치원 현황에는 정규교사로 등록되어 있지만, 1년마다 면담을 통해 근무 여부가 지속되거나 권고사직을 제안받는 기간제교사와 처지가 다르지 않는 정규교사가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0.4%라는 비율은 현실을 드러내는 숫자로 보기 어렵다.

  

‘기간제교사 구인 대란’ ... 농어촌지역 심각

새학기를 앞두고 현장에서는 ‘기간제교사 구인 대란’을 겪고 있다. 지역별, 급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10차까지 운영공고를 내는 학교도 있다.

 

기간제교사 구인란은 일시적 어려움이 아니라 지속되는 사안으로 그만큼 학교 현장을 파행적으로 운영하게 한다. 이러한 상황을 뻔히 알기에 교사들은 병가나 휴직을 내야 할 상황에서 서로 눈치를 보게 된다.

  

박성욱 전교조 정책실장은 “농어촌은 거주나 출퇴근이 어렵기 때문에 기간제교사를 뽑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기간제 자리가 많으니 다 도시로 가버린다”면서 “농어촌지역 소멸을 막기위해서도 학급수에 맞추어 지역별 최소정원를 정하고 정규교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6년 기간제교사 제도 도입... 적정규모 초과 예견

기간제교사 제도는 김영삼 정부 시절 1996년에 도입되었다. 이를 위해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심사보고서’는 현재의 상황을 예견했다.

 

“기간제교원 임용의 지나친 확대는 교육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적정규모를 초과해서는 안될 것이며, 사립학교 등에서 재정상의 이유로 기간제교원을 확대하여 교육의 질적저하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임용 대기 중인 예비교원을 기간제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1996.11. 교육공무원법 일부 개정안의 기간제교사 제도 도입 관련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법률 심사 보고서 일부)

 

위의 제안이 무색하게 기간제교사 적정 비율에 대한 제도적 장치 없이 28년이 지났다. 그 결과 가파르게 기간제교사가 늘어나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정부가 손놓고 있는 사이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등을 핑계로 기간제교사는 무분별하게 늘고, 안정적이지 않은 채용구조로 교육의 질은 떨어지는 상황이 되었다. 기간제교사의 증가는 학교 차원에서는 채용업무의 증가, 학생들의 학습과 생활지도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당시 보고서가 제안한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발령을 기다리는 예비 교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대안은 지금도 현실적인 방안 중 하나이다.

  

정규교원 105% 확보해야

과거에 비해 유아 휴직자나 병휴직자도 증가했지만 그 비율은 전체 교원정원의 5% 정도다. 휴직자를 대체하는 이상적인 방안은 정규교원을 105% 확보하는 것이다.

  

현실적인 방안으로, 박영진 전교조 기간제교사특별위원장은 “현재 과도한 기간제교사 비율을 차츰 줄여나가야 한다. 교육당국이 적정 수준의 규모를 산출하고 한시적으로 필요한 사람은 교육청에서 고용하되 1년 단위 계약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계약을 하여 순회교사를 배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공교육이 책임교육을 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과 코로나 이후 명예퇴직 증가로 정규교사의 빈자리는 늘었지만 기간제교사로 그 자리를 채워 해마다 신규 임용수는 줄고 있다. 여전히, 임용고시 경쟁률도 높다. 2024학년도 경쟁률은 전국 평균 유치원 21.4:1, 초등 2.34:1, 중등 8:1로 나타났다.

 

청년 예비교사들은 정규교사가 되지 못하고 기간제교사가 되어 매해 임용 불안을 겪고 있다. 개인의 실력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교원수급 정책으로 인한 것이다.

 

위혜진 전교조 중등위원장은 “공교육이 책임교육을 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라며 “일자리가 불안하면 교사의 마음도 불안하다. 불안정한 일자리가 공교육에 늘어나는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 아니라는 것은 사회적 공감대이다”라고 강조했다.

  

곧, 교육부는 2025학년도 1차 가배정한 교원정원을 발표하고 임용고시 선발인원을 정한다. 정부는 학교 현장의 교사 수급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손놓고 있는 기간제교사 비율 증가에 대한 대책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참고 자료

- 교육통계서비스 https://kess.kedi.re.kr/index

- 기간제 교사 체제 개편의 필요성(2024,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https://21erick.org/column/12371/

- 기간제교사 손놓은 정부, '불구경'이 제일 나쁘다(2017, 오마이뉴스, 김행수 교사)

  https://omn.kr/nwa5

- 미래지향적 교원수급모델 개발 정책연구(2023, 시도교육감협의회 위탁연구, 이재덕 외)

  http://www.ncge.or.kr/bbs/board.php?bo_table=pds_policy&wr_id=96

이 기사 좋아요
ⓒ 교육희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PHOTO News
메인사진
[만화] 갑진년 12월의 어떤 밤
메인사진
[만화] 있어도 없는 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