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부산 유아특수교사 윤근혜입니다.
유치원 교사로 살아가기, 괜찮으십니까? 유치원 교사들은 관리자 갑질과 교육청의 유치원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이어지는 상황에도 유아교육 교사로서 사명감, 자부심으로 힘겨운 교직 생활을 근근이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이런 마지막 자존심까지 무참히 짓밟는 데, 국가가 앞장서고 있습니다.
특수교육도 다르지 않습니다. ‘유아’라는 글자만 붙으면 왜 이렇게 홀대받고, 제외되고, 예외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부산의 유아특수교사들은 특히 입학을 앞둔 시기에 장애 유아 학부모로부터 내년에 아이가 입학할 특수학급 자리가 있는지 묻는 전화를 많이 받습니다. 의무교육인 특수교육을 받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자녀가 입학할 수 있는지를 묻는 학부모에게 정원이 다 차 당신의 자녀가 들어올 자리가 없다는 가혹한 이야기를 유아특수교사들은 수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2023년 부산의 유아특수교사들이 모여 유치원 특수학급 부족 문제를 더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자료 조사를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같은 의무교육임에도 초·중·고 특수학급에 비하여 유치원 특수학급 설치율이 심각하게 낮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2022년 기준, 공·사립 포함 학교급별 특수학급 설치율은 초등학교 115%, 중학교 75%, 고등학교 66%인데 반해 유치원은 14%에 불과하였습니다. 전국의 전체 유치원 특수학급 설치율도 13.3%에 그치며 그중 사립은 전체 3,446개 유치원 중 단 한 개의 유치원에만 특수학급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부산의 경우 전체 372개 유치원의 약 63%인 237개가 사립유치원이며 공립의 세 배가 넘는 수의 유아가 사립유치원에 다니고 있음에도 특수학급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이렇게 유치원에서 특수교육을 받기 어려운 많은 특수교육 대상 유아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어린이집 등 보육기관에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도대체 왜? 특수교육 대상 유아만 의무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겁니까? 국가는 유치원 특수학급은 충분히 늘리지 않고 법을 개정하여 일정한 교육 요건을 갖춘 어린이집에 다녀도 의무교육을 받는 것으로 인정해 주기까지 합니다.
교육 요건의 내용은 대부분 시설, 설비 기준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면 어린이집에서 특수교육 대상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장애 영유아 보육교사가 되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보육교사 2급 자격 소지자가 특수교육 또는 재활 관련 여덟 과목만 이수하면 되는데 실습도 없이 녹화된 영상 수강으로 3개월 반이면 자격을 딸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장애 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 자격확인서가 정확한 용어이며 국가자격증이 아니라 ‘자격 확인’을 위하여 한국보육진흥원장이 수여하는 서류라고 합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고 합니다. 몇 개월 온라인 강의 이수만으로 장애유아의 의무교육을 책임질 수 있는 교육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까?
유보통합 추진단의 한 연구관은 “장애영유아 보육교사들이 오랜 기간 ‘헌신’과 ‘노력’으로 장애영유아를 돌보았고, 직업을 잃지 않고 유아특수교사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장애영유아 보육교사를 위한 별도의 자격 전환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합니다. 유아교육과 유아특수교육에 대한 국가의 인식이 참담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아니 애초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왜 먼저 공립유치원 특수학급을 늘리지 않는 겁니까? 초·중등 학교급에 비하여 월등히 많은 사립유치원에 특수학급을 만들지 못할 거면 공립유치원에 특수학급을 최소한 다른 학교급과 같은 수준으로 늘려서 특수교육 대상 유아들의 의무교육 권리를 보장하는 게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닙니까?
우리 아이들의 처음 학교인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자립과 자존을 위한 기초를 만들고 타인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익히며, 작은 좌절을 안전하게 경험하며 다시 일어서는 법을 알게 되고, 함께하는 것의 즐거움과 가치를 처음 배웁니다.
교육부는 쉬는 시간도 없이 아이들과 함께 있는 매 순간을 가르침과 배움으로 채우는 특수교사들의 자부심을 꺾지 말고 모든 특수교육 대상 유아들이 법적 의무교육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모든 공립유치원에 특수학급을 설치하고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9조 2항을 폐지하여 특수교육 대상 유아가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십시오.
또한 유치원에서 특수교육 대상 유아의 돌봄 기회가 배제·제한되지 않도록 특수교육 대상 유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인력, 예산 등 돌봄 지원 대책을 시행하십시오.
국가는 교사들이 ‘교육’할 수 있고, 아이들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꼭 그 정도의 책임을 다 해주십시오.